[한국정경신문=차유민 기자] 교통사고 발생 건수는 감소 추세지만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오히려 악화하고 있다. 사고가 늘어서가 아니라 사고 한 건당 지급되는 보험금이 빠르게 증가하며 손해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손해보험업계가 자동차보험 손익 악화를 겪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3일 보험연구원(KIRI)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83.3%로 전년 동기 대비 3.1%p 상승했다. 3분기 말 기준 손해율은 85.8%까지 올라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5%p 악화하며 사실상 적자 구간에 진입했다.
손해율 악화의 주된 원인으로 사고 발생률이 아닌 사고당 보험금 증가를 지목했다. 최근 몇 년간 교통사고 발생 건수는 감소하거나 정체된 흐름을 보였지만 사고 한 건당 지급되는 보험금은 꾸준히 늘어났다.
특히 인적담보 중 자기 신체 사고의 사고당 보험금은 감소했지만 위자료, 휴업 손해, 간병비 등 손해배상 성격의 보험금은 증가했다. 치료 기간 장기화와 고령자 사고 증가, 손해배상 비용 상승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한방 진료비와 간병 도우미 비용의 상승세도 두드러진다. 한방 진료비는 최근 몇 년간 물가 상승률을 웃도는 증가세를 보였고 간병 도우미 비용 역시 높은 상승률을 지속했다.
물적담보 역시 손해율 악화의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차량의 고급화와 전기차·수입차 비중 확대됐다. 이에 따라 수리비와 부품비, 공임 단가가 상승하며 사고당 지급되는 대물·자기차량손해 보험금이 늘어났다. 실제 올해 3분기 기준 물적담보로 인한 손해율 상승효과는 인적담보보다 크게 나타났다.
보험연구원은 이러한 흐름이 이어질 경우 연말로 갈수록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추가로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사고 빈도 감소에도 보상 구조 전반의 비용이 커지며 보험료 인하 효과가 손해율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천지연 연구위원은 "사고 발생률의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사고심도 상승이 손해율을 지속적으로 압박하고 있다"며 "보험료 인상 압력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물적담보를 중심으로 손해배상 항목에 대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도 사고 감소에도 불구하고 보험료 부담이 쉽게 낮아지지 않는 구조적 원인에 주목하고 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상 구조가 고비용화되면 사고 빈도와 관계없이 보험료 인하 효과가 소비자에게 체감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