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차유민 기자] 정부가 명의도용과 대포폰 범죄를 차단하기 위해 휴대전화 개통 절차에 안면 인증을 도입한다. 보이스 피싱 등 금융 사기 피해가 급증하면서 통신 개통 단계에서의 본인 확인을 한층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통신사 대리점 앞을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오는 23일부터 이동통신 3사와 일부 알뜰폰(MVNO) 사업자를 대상으로 휴대전화 개통 시 안면 인증 절차를 시범 도입한다고 21일 밝혔다. 시범 운영 기간은 내년 3월 22일까지다. 이 기간에는 이동통신 3사의 대면 채널과 43개 알뜰폰 사의 비대면 채널에서 시범 적용된다.

안면 인증은 기존 신분증 확인 방식에 더해 신분증에 포함된 얼굴 사진과 실제 개통자의 얼굴을 실시간으로 대조하는 방식이다. 타인의 신분증을 도용하거나 명의를 빌려 휴대전화를 개통하는 '대포폰' 개통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계획이다. 신규 개통은 물론 번호 이동, 기기 변경, 명의 변경에도 적용된다.

정식 도입은 내년 3월 23일부터다. 이후에는 대면·비대면을 포함한 모든 휴대전화 개통 절차에 안면 인증이 의무화된다. 안면 인증 시스템은 인증 애플리케이션 '패스(PASS)'를 통해 제공되며 앱에 가입하지 않아도 이용할 수 있다.

과기정통부는 개인정보 유출 우려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신분증 사진과 실제 얼굴이 동일한지 '예·아니오(Y·N)' 형태의 결괏값으로 저장될 뿐 얼굴 이미지나 생체 정보는 저장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시범 운영 기간에는 인증에 실패하더라도 개통은 허용하되 실패 사례를 분석해 인식 정확도를 높일 방침이다.

이번 조치는 지난 3월 정부가 발표한 '보이스 피싱 근절 종합대책'의 후속 조치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올해 11월까지 집계된 보이스 피싱 피해액은 1조1330억원으로 사상 처음 1조원을 넘었다. 대포폰이 범죄의 핵심 수단으로 지목되면서 개통 단계에서의 차단 필요성이 커졌다.

정부는 안면 인증 도입과 함께 통신사 책임도 강화한다. 휴대전화 개통 과정에서 대포폰의 불법성과 범죄 연루 위험성을 이용자에게 알리도록 의무화한다. 대리점·판매점의 부정 개통에 대해서는 이통사가 1차 관리·감독 책임을 지도록 제도 개선도 추진한다. 부정 개통을 묵인하거나 관리 의무를 소홀히 한 경우 영업정지나 등록 취소 등 강력한 제재도 검토 중이다.

최우혁 과기정통부 네트워크정책실장은 "대포폰 근절은 디지털 민생 범죄 예방의 출발점"이라며 "도입 초기 다소 불편이 있더라도 이용자 피해를 줄이기 위해 통신업계의 적극적인 협력을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