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차유민 기자] 신한카드의 애플페이 도입이 사실상 내년으로 미뤄질 전망이다. 연초만 해도 업계에서 가장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였던 신한카드가 속도를 늦추면서 '2호 애플페이 카드사'에 대한 기대는 희미해졌다. 카드업계에서는 본업 수익성 악화와 신사업 대응 부담이 겹치면서 애플페이가 우선순위에서 자연스럽게 밀려난 것으로 해석한다.

근거리무선통신(NFC) 단말기에서 애플페이로 결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5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초 신한카드는 애플페이 도입 가능성이 가장 높은 카드사로 주목받았다. 신한금융지주가 '아이페이(iPay)' 상표권을 출원했고 신한카드 '쏠페이' 앱에서 애플페이 등록 화면이 유출됐다. 금융감독원의 약관 승인과 필드 테스트 소식까지 더해지며 연내 공개가 유력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12월 현재까지 "검토 중이나 결정된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들도 "연내 도입을 단정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도입 속도가 늦춰진 가장 큰 배경으로는 실적 둔화가 꼽힌다. 카드론 한도 규제가 강화된 이후 주요 카드사의 수익 기반이 약해졌다. 신한카드 역시 예외는 아니다. 3분기 카드업계 순이익이 전반적으로 줄어든 데다가 카드론 감소가 직격탄이 됐다. 이 같은 흐름에서 비용 부담이 발생하는 애플페이 도입이 우선순위에 오르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스테이블코인 등 신사업 추진 과정에서 불확실성이 커진 점도 영향을 줬다. 카드업계는 올해 스테이블코인 관련 상표 등록과 사업 제안에 적극 나섰다. 하지만 제도 방향이 명확히 정해지지 않은 탓에 추진 속도가 느려졌다. 업계에서는 신사업 대응만으로도 부담이 큰데 추가 비용이 들어가는 애플페이까지 검토하기엔 여력이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애플페이 시장 자체에 대한 회의도 존재한다. 현대카드가 이미 선점한 상황에서 후발 카드사가 같은 조건으로 경쟁하기엔 실익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NFC(근거리 무선 통신) 단말기 보급률이 여전히 낮고 애플페이 수수료 부담이 뒤따른다는 점도 진입을 주저하게 만든 요인이다.

아울러 신한카드는 신한은행이 내년 1월부터 8년간 '나라사랑카드 3기' 발급처로 지정돼 젊은 신규 고객을 대거 확보하게 됐다. 업계에서는 고객 유입 효과가 이미 존재하는 상황에서 애플페이를 서둘러 도입할 유인이 약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