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국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들이 올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평가에서 대체로 우수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다만 우리금융지주가 유일하게 최상위 등급 달성에 실패하며 희비가 엇갈렸다. 반복된 금융사고와 내부통제 부실 이슈가 지배구조(G) 부문의 발목을 잡은 것으로 분석된다.
20일 한국ESG기준원(KCGS)이 최근 발표한 ‘2025년 KCGS ESG 평가’ 결과에 따르면 KB금융, 신한금융, 하나금융은 나란히 통합 ‘A+’ 등급을 획득했다. 우리금융은 ‘A’ 등급에 그쳤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KB금융지주의 성과가 두드러졌다. KB금융은 4대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 전 부문에서 ‘A+’ 등급을 획득했다. 포용적 금융, 친환경 금융, 인적자본 관리, 투명한 지배구조 등 핵심 항목에서 고루 높은 평가를 받았다.
신한금융은 통합 A+ 등급을 11년 연속 유지하며 장기적으로 최상위권 ESG 경영 성과를 이어갔다. 환경과 지배구조 부문에서는 A+ 평가를 받았지만 사회 부문에서 A 등급을 받아 전 부문 최고등급 달성에는 실패했다.
하나금융은 올해 처음으로 통합 A+ 등급을 획득했다. 작년과 비교해 환경·사회 등급이 A+에서 A로 낮아졌지만, 지배구조 부문이 A에서 A+로 뛰어오르면서 통합등급 상승이라는 성과를 거뒀다.
반면 우리금융는 4대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통합 A 등급에 머물렀다. 환경·사회 부문에서 A+ 등급을 받았음에도 지배구조 부문이 B+로 낮아진 것이 결정적 원인이었다.
한국ESG기준원은 올해 정기 ESG 등급 조정에서 우리금융의 금융사 지배구조(FG) 등급을 기존 A에서 B+로 하향 조정했다. 등급 조정 사유는 ‘기업가치 훼손’이었다. 한국ESG기준원은 “금융사는 비금융사와 달리 주로 자기자본이 아닌 고객의 자본을 위임받아 사업을 영위하는 만큼 더 엄격한 규제 적용과 준법 의무 이행이 필요하다”며 “지배구조 관련 중대 규제 및 준법 리스크를 금융사의 내부통제체계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로서 평가에 중요하게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우리금융의 지배구조 등급 하락은 지난 몇 년간 반복된 횡령과 부실대출 등 내부통제 이슈가 누적된 결과다.
우리은행에서는 수백억 원대의 횡령 사건이 발생한 데 이어 전임 회장 친인척 관련 부당 대출 의혹 등이 불거졌다. 내부통제 시스템의 작동 여부에 대한 의구심을 키웠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은 지난 3월 우리금융의 경영실태평가에서 기존 2등급에서 3등급으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당시 금감원이 지적한 내부통제 부실과 리스크 관리 실패가 이번 ESG 평가에도 고스란히 전이된 모양새다.
이러한 평가는 다른 기관의 지표에서도 확인된다. 한국ESG평가원의 ESG평가에서도 4대 금융지주는 모두 최상위인 S등급을 받았지만, 우리금융이 80.1점으로 가장 낮은 점수를 기록했다. 신한금융이 82점으로 가장 높았고 KB금융 81.4점, 하나금융 80.4점 순이었다.
한국ESG평가원은 기업이 공시한 보고서 외에도 지난 1년간의 뉴스 평가와 논란(Controversy) 이슈를 점수에 반영한다. 평가원 측은 “우리금융이 지난해에 이어 S등급을 유지하며 우수한 ESG 경영을 실행하고 있음은 확인됐다”면서도 “뉴스 평가 부문이 상대적으로 부진했다”고 지적했다.
우리금융은 현재 전사적 내부통제 개선계획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 11월 외부 법률전문가를 수장으로 한 윤리경영실을 신설했고 올해 3월에는 이사회 내 윤리·내부통제위원회를 출범시켰다. 또한 향후 5년간 1000억원을 투입해 통합 내부통제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대대적인 혁신에 나서고 있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올해 경영목표를 ‘신뢰받는 우리금융’을 설정하고 내부통제 혁신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임 회장은 “우리금융이 고객과 시장으로부터 더욱 신뢰받는 종합금융그룹이 되기 위해서는 내부통제 체계 전반을 정교하게 고도화하고 윤리적 기업문화를 반드시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