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추진 중인 지배구조 개선 태스크포스(TF)에 강력한 힘이 실렸다. 이재명 대통령이 금융지주의 ‘부패한 이너서클’을 정면 비판하면서다.
단순히 장기연임 문턱을 높이는 것을 넘어 국민연금의 사외이사 추천 등 이사회를 근본적으로 견제할 강력한 장치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19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금융위원회·공정거래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이재명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이찬진 금감원장, 이억원 금융위원장,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 (사진=연합뉴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9일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나온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으로 금융지주의 지배구조 개편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이 대통령은 “관치를 피했더니 소수가 지배권을 나눠 갖는 부패한 이너서클이 생겼다”며 금융지주의 폐쇄적인 지배구조를 정면 비판했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즉각 호응했다. 그는 “저도 참호라고 표현했는데 특히 금융지주 같은 경우가 문제”라며 “회장과 관계있는 분들을 중심으로 이사회가 구성되는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는 과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발언으로 이 원장이 추진을 예고한 ‘지배구조 개선 TF’의 행보에도 한층 무게가 실린다. 금감원은 대통령의 주문에 맞춰 금융지주 회장과 행장 선임 절차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현재 금감원이 검토 중인 핵심 방안은 금융지주 회장의 ‘셀프 연임’을 막기 위한 주총 결의 요건 강화다. 3연임 시 기존의 주총 출석 주주 과반수 찬성(보통결의)이 아닌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 ‘특별결의’를 도입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의결권 문턱을 대폭 높여 특정 인사의 장기집권을 제도적으로 어렵게 만들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이 역시 주주의 선택에 달렸기 때문에 장기집권을 근본적으로 막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이 원장은 문제의 본질이 이사회 구성에 있다고 봤다. 보다 근본적인 처방으로 국민연금이 사외이사를 주주제안하는 방안을 거론했다. 이는 회장이 이사회를 ‘참호화’하는 것을 견제하기 위한 조치다.
다만 관치 논란을 의식해 완전 의무화보다는 권고 수준에서 시작할 가능성이 크다. 우선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확대에 초점을 맞추고 점차 주주제안권 행사로 유도하는 시나리오다.
금감원은 다음 달부터 금융지주를 대상으로 대대적인 현장 검사에 착수한다. 특히 절차적 불투명성 논란이 제기된 BNK금융 등을 선례로 삼아 지배구조 전반을 들여다볼 계획이다.
이 원장은 현장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내년 1월까지 구체적인 입법 개선 과제를 도출해 정부 입법안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