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의 연말 조직 개편 무대에 젊은 오너들이 본격적으로 올라섰다. 단순한 ‘후계자’가 아니라 업계 최전선에서 실적과 의사결정으로 평가받는 자리에서 주목받는다. 이들은 부모세대의 노후한 포트폴리오를 손보고 새로운 성장축을 세워야 하는 과제 앞에 놓였다. 친환경·디지털 전환과 신사업, 글로벌 확장이 겹친 지금이 승부처다. 여기서 내놓는 전략이 기업의 ‘다음 10년’의 먹거리를 책임지게 된다. 막을 올린 뉴 리더십이 어떤 방향을 제시할지 변화를 짚어본다. <편집자주>

전병우 최고운영책임자가 상무 선임 1년만에 전무로 승진한다.(사진=삼양라운드스퀘어)

[한국정경신문=서재필 기자] 삼양식품 오너 3세 전병우 전무가 경영 전면에 나선다. 삼양식품 전성기를 일군 김정수 부회장의 후계자에서 이제는 최고운영책임자 입장에서 포스트 불닭 시대를 여는 실질적인 키를 쥐게 된 셈이다.

삼양식품은 지난달 17일 전병우 최고운영책임자(상무)를 전무로 승진시키는 2026년 정기임원인사를 단행했다. 1994년생 전 전무는 2019년 25세 나이로 삼양식품에 입사해 3년만에 경영진 대열에 합류했다. 이어 2024년 상무에 선임된 지 1년만에 전무로 또 다시 승진했다.

내부에서는 전병우 전무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전 전무는 삼양식품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해외 사업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삼양식품 측은 “회사의 중장기 방향성과 조직 내 리더십 역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병우 신임 전무는 불닭브랜드 글로벌 프로젝트와 해외사업확장을 총괄해 온 실적을 인정받았다”며 “특히 중국 자싱공장 설립을 주도해 해외사업의 성장동력을 마련했으며 코첼라 등 불닭브랜드 글로벌 마케팅과 제품 포트폴리오 확대를 통해 핵심 사업 경쟁력 강화를 이끌었다”고 강조했다.

전 전무는 지난해부터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신사업 발굴에 적극적인 행보도 보여주고 있다.

그는 헬스케어BU장을 겸임하며 푸드케어 부문 신규 브랜드인 펄스랩을 지난해 론칭했다. 펄스랩은 스낵의 식사화를 콘셉트로 건강지향적 제품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다. 이를 강화하기 위해 전병우 전무 주도로 올해 미국 1곳과 국내 2곳 헬스케어 스타트업에 총 34억원 투자도 진행했다.

불닭볶음면에 편중된 매출 구조도 다각화하는 시도도 이어진다. 삼양식품의 매출은 불닭볶음면을 비롯한 불닭 브랜드 관련 매출이 80%를 차지하고 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2023년 매운 국물라면 맵탱과 건면 탱글을 출시했다. 맵탱은 ‘맵’이라는 브랜드명으로 일본 시장에 진출했다.

전무 승진으로 경영 승계가 본격화되면서 전 전무 주도 신사업에 대한 가시적 성과는 숙제다.

헬스케어 매출 비중은 0.1% 수준에 머물고 있다. 맵탱은 출시 초기 300만개 판매로 가능성을 엿봤지만 아직 성장세로 이어지지 못하는 상황이다.

삼양식품이 최근 론칭한 삼양1963은 내수 지배력을 강화하고 불닭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대안책으로 주목받고 있다. 전 전무는 삼양1963의 시장 안착과 마케팅 전략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업계 관계자는 “전병우 전무는 삼양라운드 2대 주주로 이미 안정적 후계 구도를 갖추면서 본격적으로 경영 전면에 등판했다”며 “디지털 콘텐츠 기획 역량은 이미 인정받았고 푸드케어 수익성 강화와 불닭 의존도를 낮출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이 전 전무의 경영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