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의 연말 조직 개편 무대에 젊은 오너들이 본격적으로 올라섰다. 단순한 ‘후계자’가 아니라 업계 최전선에서 실적과 의사결정으로 평가받는 자리에서 주목받는다. 이들은 부모세대의 노후한 포트폴리오를 손보고 새로운 성장축을 세워야 하는 과제 앞에 놓였다. 친환경·디지털 전환과 신사업, 글로벌 확장이 겹친 지금이 승부처다. 여기서 내놓는 전략이 기업의 ‘다음 10년’의 먹거리를 책임지게 된다. 막을 올린 뉴 리더십이 어떤 방향을 제시할지 변화를 짚어본다. <편집자주>
농심의 오너 3세 신상열 부사장이 경영 능력 시험대에 오른다.(사진=농심)
[한국정경신문=서재필 기자] 농심의 오너 3세 신상열 부사장이 경영 능력 시험대에 오른다. 주력 제품인 라면의 글로벌 시장과 신성장 동력 발굴 등 미래사업을 이끌 중책을 맡는다.
농심은 지난달 21일 농심 신동원 회장의 장남 신상열 전무를 내년 1월 1일자로 부사장으로 승진시키는 내용의 정기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신 부사장은 지난해 11월 전무로 승진한 지 1년만에 부사장으로 영향력이 확대됐다.
신 부사장은 1993년생으로 미국 컬럼비아 대학교를 졸업한 후 외국계 회사에서 인턴으로 근무하다 2019년 3월 농심 경영기획실에 입사했다. 2021년 농심 구매실장에 오르면서 임원진에 합류했고 이후 초고속 승진을 거듭하고 있다.
신 부사장의 승진은 지난해 농심 미래사업실을 이끌며 보여준 경영 성과가 바탕이 됐다. 농심은 지난해 미래사업실을 신설하고 수장으로 신상열 부사장을 실장으로 앉혔다. 신 부사장은 이 조직에서 신사업 발굴, 글로벌 전략 수립, 투자 및 M&A 등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 발굴을 컨트롤했다.
농심이 내건 비전2030도 신 부사장이 주도적으로 수립한 전략이다. 농심 비전2030은 2030년까지 매출 7조3000억원 달성, 영업이익률 10%, 해외 매출 비중 61% 달성을 목표로 한다. 미래사업실은 이러한 목표를 뒷받침하기 위한 글로벌 시장 공략과 신사업 육성에 주력하고 있다. 신 부사장의 승진도 이러한 미래사업의 실행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적 인사라는 평가다.
농심은 3분기 매출액 8712억원, 영업이익 544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각각 3%, 45% 늘었다. 국내 내수가 회복되고 주요 원재료 가격 안정화가 이뤄지면서 수익성 개선 흐름을 탔다.
해외에서는 거래선 조정으로 일시적 매출 하락이 있었지만 케데헌 컬래버 제품 판매 및 신제품 출시로 4분기 수출 확대가 기대된다. 에스파를 글로벌 앰버서더로 발탁하면서 글로벌 확장에 속도를 더한다는 계획이다.
신상열 부사장은 이번 임원인사를 통해 본격적인 경영 시험대에 오른다.
재계 내부에서는 신 부사장이 구매실 근무 당시 원재료 가격 급등에서 안정적인 공급망 관리로 수익성 방어에 기여했다고 평가한다. 사원부터 시작해 대리, 부장 등 실무급 직급을 거치며 현장 감각도 익혔다. 비전2030 로드맵 수립에 적극 참여하면서 이를 주도할 적임자라는 평가도 잇따른다.
라면 외 신사업의 성과 입증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미래사업실을 맡은 이후 스마트팜, 건기식(라이필), 펫푸드 등 신사업을 추진 중이나 아직 시장에서 지배적인 성과나 눈에 띄는 매출 기여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도 있다.
농심의 장자 승계 원칙에 따라 추후 3세 경영 승계 1순위로 거론되고 있다. 이에 따른 상속세 재원 마련 및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주주가치를 놓일 수 있는 주주환원 전략 수립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농심은 조용철 부사장을 신임 대표이사 사장으로 내정했다. 조 사장과 신 부사장이 호흡을 맞춰 정교한 해외 전략 추진을 기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내부적으로는 실무를 거친 준비된 리더로 보고 있지만 외부적으로는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른 젊은 경영자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라며 “농심의 내년 해외 수출 확대는 물론 신사업으로 낙점한 스마트팜, 건기식 등에서도 가시적 성과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