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이진성 기자] 인건비로 약 6000억원의 보수를 더 챙겼다는 의혹을 받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직원들이 억울함을 호소하며 단체 행동을 검토한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대규모 퇴직으로 발생한 불가피한 사례임에도 이를 비위 행위처럼 보는 잣대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또 과거 의약분업 당시 피해를 본 사례까지 거론하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사옥 (사진=국민건강보험공단)
건보공단 노조는 18일 단체 행동 여부를 결정하는 투표를 진행한다.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 직원들이 공공기관 예산 편성에 관한 정부 지침을 어기고 8년간 약 6000억원의 보수를 더 챙겼다는 국민권익위원회의 조사 결과에 대한 항의 차원이다.
귄익위는 건보공단이 보수가 많은 4급부터 순서대로 정원이 꽉 차 있는 것처럼 꾸며 거짓으로 인건비 예산을 편성해 왔다고 지적했다. 그 차익을 정규직 임금 인상 명목으로 직원들끼리 나눠 가졌다는 게 골자다.
하지만 건보공단 직원들의 입장은 다소 결이 다르다. 원칙적으로는 4급과 5~6급 임금 차이만큼 발생한 차익이 승진자의 임금으로 쓰여야 하지만 이는 승진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4급의 빈 자리를 바로 승진으로 메꿨다면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인데 이는 회사의 승진 시스템 문제 때문이지 직원들의 잘못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한 건보공단 직원은 "사측에서 정원에 맞춰 승진을 시키지 않은 이유는 알수 없지만 5급 승진 3년, 4급 5년이라는 내부 체계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며 "당시 직원들은 이같은 상황에 대해 전혀 인지하지 못했고 대부분 '하후상박(하위에 후하고 상위에 박한 방식)'으로 임금을 올리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실제 건보공단은 2000년 입사한 베이비부머 세대(58~62년생)가 2016년 이후 4급 퇴직이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결원이 크게 발생했다. 당시 역대급 채용이 알려지면서 취업준비생들의 높은 관심을 받기도 했다. 건보공단 직원들은 대규모 퇴직 시 바로 빈자리를 승진으로 채웠다면 전혀 문제가 없었던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노조는 과거 사례까지 꺼내들었다. 2005~2006년쯤 의약분업에 따른 보상차원에서 의료수가를 급격히 높인 영향으로 건강보험 재정이 파탄난 사례다. 이같은 배경으로 사실상 정책에 관여하지 않은 애꿎은 건보공단 직원들이 연봉을 1년 동결당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건보공단이 당초 총인건비 예산 편성을 4급 정원을 기준으로 맞췄을 때 기획재정부가 문제가 없다며 구두 승인했다고 주장했다. 예산운용지침에 따르면 정원을 기준으로 예산을 편성하는 것이 총인건비 예산 편성의 기본 원칙이다.
공단 노조 한 관계자는 "귄익위가 이미 결정이 끝난 상황에서 갑자기 관련 부처와 논의 없이 독단적인 발표를 했다는 점에서 정치적인 사항이 얽혀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며 "임금 초과분에 대해 이미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도 파악했지만 여러 사항들로 인해 미환수 결정된 사항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