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임윤희 기자] 산업통상자원부가 추진하는 540MW 규모 ESS(에너지저장장치) 입찰의 우선협상대상자가 이번 주 발표된다. 총 사업비 1조원 규모의 이번 입찰은 국내 단일 ESS 사업 기준 사상 최대 규모로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이 각각 다른 전략으로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와 전력거래소가 발주한 '2025년 제1차 ESS 중앙계약시장'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결과가 이르면 이번 주 나온다.
LG에너지솔루션 전력망용 ESS 배터리 컨테이너 (자료=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은 ESS용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상용화에 성공한 국내 유일 기업으로 이번 경쟁에서 확실한 우위를 노리고 있다. 시장 실적과 프로젝트 운영 노하우가 핵심 차별화 요소다.
안전성 면에서 LG엔솔은 UL9540 등 세계 최고 수준의 인증과 모듈 단위에서의 화재 확산 차단 기술을 보유해 신뢰 회복에 강력한 무기가 되고 있다. 2018~2019년 ESS 화재 참사 이후 신뢰와 안전성이 무엇보다 중요해진 상황에서 최적의 강점이다. 다만 중국 난징 공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국내 산업 기여도 평가에서는 다소 불리하다.
삼성SDI는 '메이드 인 코리아' 카드를 전면에 내세웠다. ESS 배터리 대부분을 울산 공장에서 생산해 국내 산업 기여도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LG엔솔과 SK온이 안전성 중심의 LFP를 택한 반면 삼성SDI는 고출력 NCA 배터리로 승부한다.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는 높은 에너지 밀도와 출력 성능이 장점이지만 화재 위험성이 높다. 이를 자체 개발한 EDI(모듈 내장형 직분사) 시스템으로 해결했다.
NCA의 가격 단점도 극복했다. 일반적으로 LFP보다 비싼 NCA의 약점을 공격적 가격 정책으로 상쇄시켰다. 업계에서는 고성능과 경쟁력 있는 가격을 동시에 추구하는 전략으로 봤다.
SK온은 후발주자로 이번 경쟁에 뛰어들었다. 서산 공장에서 LFP기술 개발을 완료하고 양산 체계 구축을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이번 입찰 성과에 따라 본격적인 국내 생산 확대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SK온의 강점은 '성장 가능성'에 있다. 현재는 양산 실적이나 검증된 안전 기술에서 LG엔솔이나 삼성SDI에 뒤처지지만 국내 생산 전환과 합리적 가격 구조라는 두 가지 장점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특히 글로벌 ESS 프로젝트 참여 경험을 통해 대형 사업 수행 능력을 입증한 점도 긍정적 요소다.
배터리 업계 전문가는 "과거 ESS 화재 트라우마가 여전히 시장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상황에서 안전성 입증이 무엇보다 절실하다"며 "이번 입찰에서는 기술적 우수성보다 안전성이 승패를 가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정부가 국내 산업 기여도에 24점이라는 높은 배점을 준 것은 단순 수주를 넘어 국내 ESS 생태계 전반의 경쟁력 강화를 노리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국내 산업 기여도는 비가격 평가 40점 중 60%에 해당하는 높은 비중으로 국내 생산·고용·기술이전 등이 종합 평가된다.
이번 입찰은 정부가 2038년까지 20GW 규모로 확대할 ESS 도입 계획의 첫 단추다. 향후 추가 입찰까지 합하면 총 1조5000억원 규모에 달해 첫 입찰 결과가 장기 시장 판도를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