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임윤희 기자] 효성가 형제 조현준·조현상의 경영 전략이 극명하게 갈렸다.
지난해 7월 1일 효성그룹이 계열분리된 지 오늘로 정확히 1년, 형 조현준 회장은 AI 슈퍼사이클을 활용해 효성중공업으로 '5조원 신화'를 구축하고 있다. 동생 조현상 부회장은 HS효성 핵심 사업을 1조원에 매각하며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조현준 효성 회장이 지난해 3월 '2023 대한민국 경영자대상' 시상식에서 수상소감을 말하고 있다. (사진=효성)
■ 조현준, AI 인프라 정조준 vs 조현상, 사업 재편 승부수
조현준 회장의 선견지명이 적중했다. 효성중공업이 올해 사상 첫 매출 5조원 돌파를 앞두고 있다.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82.2% 증가한 1024억원을 기록했다.
핵심은 AI 인프라 수요 급증이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건설이 급증하면서 전력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효성중공업의 초고압 변압기에 대한 주문이 쇄도하고 있다.
조 회장은 2020년 미국 테네시주 미쯔비시 변압기 공장을 4650만 달러에 인수했다. 당시 업계에서는 수익성을 의문시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현재 이 공장은 미국 내 유일한 765kV급 초고압 변압기 생산 기지로 자리잡았다.
효성중공업의 수주 잔고는 12조4253억원에 달한다. 2030년까지 생산 물량이 확보된 상황이다.
조현상 부회장은 정반대 전략을 선택했다. 안정적 수익원인 타이어용 스틸코드 사업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매각 규모는 1조5000억원으로 추정된다.
배경에는 구조적 변화가 있다.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가 지속되면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또한 본업인 첨단소재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도 제한적이라는 판단이다.
조 부회장은 배터리 소재, AI 데이터 관리, 반도체 소재, 친환경 소재 등 4개 분야를 차세대 핵심 사업으로 설정했다. 벨기에 배터리 양극재 업체 유미코아에 448억원을 투자하는 등 신사업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탄소섬유 '탄섬'의 생산능력을 2028년까지 연 2만4000톤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수소차와 전기차용 고압용기, 풍력발전 블레이드 등에 사용되는 핵심 소재다.
HS효성첨단소재는 지난해 매출 3조3112억원, 영업이익 2197억원을 달성했다. 전년 대비 각각 3.4%, 26.2% 증가한 수치다.
조현상 HS효성 부회장(오른쪽)과 바르나 탄초스 루마니아 부총리(왼쪽). (사진=HS효성)
■ 서로 다른 길, 2~3년 후 판가름
두 형제의 전략은 대조적이다. 조현준 회장은 확실한 성장 동력을 확보했다. AI 인프라 투자 붐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효성중공업의 기술력과 시장 지위는 견고하다.
조현상 부회장은 불확실성이 큰 길을 택했다. 배터리 시장은 전기차 수요 둔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리콘 음극재의 전체 음극재 시장 점유율은 2% 수준에 그치고 있다.
성공 시 파급효과는 클 것으로 예상된다. 배터리 소재 시장은 연평균 2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탄소섬유 역시 친환경 정책 확산으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두 형제는 고(故) 조석래 명예회장이 남긴 4000억원대 상속세 부담을 안고 있다. 각자의 전략적 선택이 옳았는지는 향후 2~3년이 증명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조현준 회장은 안정적 성장을, 조현상 부회장은 고위험·고수익 전략을 택했다"며 "효성가 2세대 경영의 진정한 평가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