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모바일 신분증' 민간 시대가 본격 개막하며 금융·플랫폼 기업들의 ‘디지털 신원 패권’ 경쟁이 불붙었다. 다만 서비스 개시 시점에서 선두 그룹(KB국민·NH농협은행, 카카오뱅크, 토스, 네이버)과 후발 그룹(신한·하나·우리·IBK기업은행) 간 최소 1년 격차가 벌어지면서 향후 시장 재편을 위한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행정안전부는 23일 ‘모바일 신분증 민간개방 오픈 행사’를 개최했다. (이미지=행정안전부)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행정안전부는 전날 ‘모바일 신분증 민간개방 오픈 행사’를 개최하며 모바일 신분증 민간 앱 서비스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렸다. 기존에 정부·공공기관이나 삼성월렛 등 일부 한정된 앱에서만 가능했던 모바일 신분증 발급과 활용이 이제 은행, 핀테크, IT 등 민간기업의 자체 앱에서도 가능해진 것이다.

이번 민간개방으로 국민들은 KB스타뱅킹, NH올원뱅크, 카카오뱅크, 토스, 네이버 등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는 앱에서 직접 신분증을 발급받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블록체인 기반 분산 ID 시스템과 생체 인증, 단말기 내 보안 저장 영역 등 첨단 IT·보안기술이 적용돼 위변조 및 해킹 위험이 낮고 개인정보 보호에도 강점을 갖췄다.

이번 2차 민간개방 사업에는 KB국민은행, NH농협은행, 카카오뱅크, 네이버, 토스(비바리퍼블리카)가 참여한다. 이들은 지난해 행정안전부의 참여기업 모집 공고에서 엄격한 기술 및 보안 심사를 통과한 후 약 1년간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을 위한 시스템 구축에 매진해왔다.

국민·농협은행, 카카오뱅크는 모바일뱅킹 내에 모바일 신분증을 탑재해 기존 금융 서비스와의 시너지를 극대화한다. 비대면 계좌 개설, 대출 심사 등 복잡한 금융 절차를 간소화해 고객 편의성을 높이고 플랫폼 충성도(Lock-in)를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토스·네이버 등 핀테크·IT 기업은 각각 1900만, 4400만에 달하는 압도적인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를 기반으로 사용자 접점을 넓힌다. 간편결제, 송금, 전자상거래, O2O(온·오프라인 연계) 등 기존 서비스에 모바일 신분증을 결합해 디지털 생태계를 확장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선두 그룹이 본격적인 서비스 확산에 나섰지만 후발 주자들의 발걸음은 이제 시작 단계다.

지난 13일 모바일 신분증 민간개방 3차 참여기업으로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IBK기업은행이 추가로 선정됐다. 이들은 이달부터 시스템 구축에 착수하지만 서비스 개시 목표 시점은 2026년 7월로 선두 그룹과는 1년의 격차가 존재한다.

이미 시장에는 지난해 3월 서비스를 시작한 삼성전자가 삼성월렛의 1700만명이 넘는 사용자 기반을 바탕으로 강력한 선점 효과를 누리고 있다. 여기에 금융·플랫폼 강자들이 가세한 상황에서 후발 주자들이 겪을 시장 진입 장벽은 더욱 높을 수밖에 없다.

이들은 1년이라는 시간 동안 먼저 출시된 서비스들을 분석하고 더욱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해야 하는 무거운 과제를 안게 됐다.

모바일 신분증은 현재 670만명이 발급받았으며 민간 확대로 연말 1000만명 돌파가 예상된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모바일 신분증은 단순한 디지털 신분증을 넘어 금융·생활 플랫폼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잡을 것”이라며 “선도기업들의 우위가 당분간 지속되겠지만 후발주자들의 차별화된 전략과 시장 확대가 장기적으로 경쟁 구도를 재편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