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임윤희 기자]9조2580억 원 규모의 에쓰오일 '샤힌 프로젝트'가 2026년 상반기 준공을 앞두면서 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변화를 맞이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에쓰오일 샤힌 프로젝트 공정률이 70%를 넘어서며 내년 하반기 상업 가동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세계 최초 TC2C 기술 상용화와 연간 180만 톤 에틸렌 생산 능력을 갖춘 이 프로젝트는 업계를 명확히 '샤힌 이전'과 '샤힌 이후'로 나누는 변곡점이 될 것이다.

에쓰오일이 약 9조원을 투자하는 샤힌 프로젝트 공사 현장. (사진=에쓰오일 제공)

공정률 70% 돌파는 단순한 수치가 아니라 본격적인 시운전과 상업 가동 준비 단계에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내년 하반기 상업 가동 후에는 에틸렌 180만 톤, 프로필렌 77만 톤, 부타디엔 20만 톤, 벤젠 28만 톤 등 기초유분이 대량 생산된다.

샤힌 프로젝트는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는 TC2C신기술을 도입한다. TC2C는 에쓰오일의 모회사인 사우디 아람코의 원천 기술로 개발돼 샤힌 프로젝트에 처음 적용될 예정이다. 원유 등의 원료를 전통적인 방식이 아닌 신규 분리 및 촉매 기술을 적용해 정제하고, 석유화학 원료용 유분의 수율이 기존 설비보다 3~4배 뛰어난 신기술이다.

■ '규모의 경제' 앞세운 에쓰오일, 석유화학 판도 흔든다

에쓰오일의 전략은 명확하다. 규모의 경제와 원가경쟁력을 무기로 석유화학 시장의 게임 룰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샤힌 프로젝트 완공 후 석유화학 사업 비중을 현재 12%에서 2030년 25%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는 정유 중심에서 석유화학 중심으로의 근본적 사업 구조 전환을 의미한다.

세계 최대 규모의 스팀 크래커(연 180만 톤 에틸렌 생산)와 함께 프로필렌 77만 톤, 부타디엔 20만 톤, 벤젠 28만 톤 등 기초유분을 대량 생산하게 된다. 특히 에틸렌을 원료로 하는 폴리에틸렌 자체 생산을 통해 수직계열화를 완성한다.

기존 석유화학 업체들은 이미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LG화학과 롯데케미칼 등은 범용제품 위주 생산체제의 한계를 인정하고 NCC 2공장 매각이나 생산기지 활용 다각화를 검토 중이다. 에쓰오일의 대규모 진출은 이러한 업계 재편을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샤힌 프로젝트를 둘러싼 업계의 시각은 극명하게 대립한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가뜩이나 중국발 물량 공세에 따른 공급 과잉으로 업황이 나빠진 상황에서 에쓰오일 샤힌 프로젝트까지 가동하게 되면 더욱 물량 부담이 커질 우려가 있다"고 내다봤다.

에쓰오일 측은 성공을 자신하고 있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샤힌 프로젝트가 완공되는 2026년 이후 양산될 올레핀 다운스트림 분야에서 신기술 역량 강화를 위한 연구개발이 진행되고 있다"며 "샤힌 프로젝트 이후 고부가가치 제품을 통해 경쟁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에쓰오일 본사 사옥 전경 (사진=에쓰오일)

다운스트림 업체엔 기회..산업 생태계 재편 신호탄

에쓰오일은 샤힌 프로젝트 시설에서 생산한 기초유분을 국내 석유화학 다운스트림 업체들에 공급할 예정이다. 울산·온산 국가산업단지에 입주해 있는 석유화학 기업들과 안정적인 원료 공급을 위한 장기 협약도 이어지고 있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다운스트림 업체들에 적시에 안정적으로 원료를 공급함으로써 밸류체인 내 운송비 절감 효과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경쟁력 있는 석유화학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하여 지역 경제 활성화 및 장기적인 국가 산업 경쟁력 강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샤힌 프로젝트는 단순한 설비 증설을 넘어 국내 석유화학 산업의 구조적 재편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글로벌 수요 성장 둔화와 중국의 대규모 설비 증설 및 역내 공급 과잉 지속 등 국내 석유화학 산업이 맞닥뜨린 위기 상황에서 이 프로젝트가 어떤 돌파구를 제시할지 주목된다.

공정률 70% 돌파로 가시화된 샤힌 프로젝트는 내년 하반기 상업 가동과 함께 국내 석유화학 업계에 진정한 변화의 시대를 열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9조 원 규모의 거대한 실험이 업계 전체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지, 아니면 공급과잉을 더욱 심화시킬지는 시장이 내릴 최종 판단에 달려 있다"며 "샤힌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가 향후 국내 석유화학 산업의 방향을 결정짓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