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임윤희 기자] 미국 법원이 고려아연의 이그니오 인수 관련 핵심 증언을 허용하면서 영풍과 고려아연 경영진 간 법적 공방이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영풍은 18일 미국 뉴욕남부지방법원으로부터 핵심 관계자들의 증언 허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뉴욕 법원은 16일(현지시간) 이그니오 인수 과정에 관여한 임원들에 대한 증언 요청을 승인했다.

고려아연 본사 (사진=연합뉴스)

영풍은 지난 4월 30일 미국 연방법 제1782조에 따라 뉴욕남부지법에 증거 수집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는 한국에서 진행 중인 주주대표소송에 필요한 증거가 미국에 있어 법원의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법원은 이달 2일 고려아연 미국 자회사 페달포인트의 문서 제출은 허용했지만 개별 임원 증언은 보류했다. 영풍이 11일 재신청한 결과 이번에 최종 승인을 받았다.

영풍 '5800억원 인수 의혹'..고려아연 '적법한 사업확장'

분쟁의 핵심은 고려아연이 지난해 미국 폐기물업체 이그니오를 5800억원에 인수한 것이다. 영풍은 이그니오가 완전자본잠식 상태였는데도 과도한 가격에 인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영풍 측은 매도자들이 원래 투자금의 100배에 달하는 수익을 얻었다며 "경영진의 부적절한 투자로 주주 가치가 훼손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고려아연은 트레이딩 부문을 포함한 적법한 사업 확장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미국 법원은 16일 공개한 결정문에서 "이그니오가 과대평가된 가격으로 인수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고려아연 이사들이 적절한 검토 없이 거래를 승인했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증언 대상자는 페달포인트의 케빈 함 CFO와 자넷 하 시니어매니저다. 이들은 이그니오 인수 과정에 직접 관여한 핵심 인물들이다.

영풍은 현재 서울중앙지법에서 최윤범 회장을 상대로 주주대표소송을 진행 중이다. 이번 증언 허용으로 핵심 증거 확보 가능성이 높아져 한국 법정에서의 승부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