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임윤희 기자]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이 폴란드를 직접 방문해 국영전력공사 PGE와의 ESS 협력을 점검했다. 전기차 시장 성장 둔화 속에서 ESS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키우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23일 LG에너지솔루션에 따르면 김 사장은 지난 20일(현지시간) 폴란드 바르샤바에 있는 PGE 본사를 방문했다. 양사가 지난 3월 체결한 약 1GWh 규모, 6000억원 수준의 ESS 프로젝트 진행 상황을 점검하고 후속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다.
LG에너지솔루션 김동명 사장 (사진=LG에너지솔루션)
■ '메이드 인 유럽' 전략의 핵심
이번 협력의 핵심은 LG에너지솔루션이 유럽에서 생산하는 ESS용 배터리를 처음 공급한다는 점이다. 현재 유럽에서는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역내 생산 제품을 우선 채택하는 흐름이 강화되고 있어 현지 생산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LG에너지솔루션은 글로벌 전기차 시장 변화에 대응해 브로츠와프 공장의 일부 전기차 라인을 ESS용으로 전환하고 있다. 이번 계약으로 생산 제품의 안정적 공급처를 확보하게 됐다.
LG에너지솔루션은 브로츠와프 공장에서 생산하는 ESS용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폴란드 북부 자르노비에츠 ESS 단지에 공급한다. 단순한 배터리 셀 공급을 넘어 컨테이너형 ESS 배터리 시스템, 설계·조달·시공(EPC) 서비스 등을 포괄하는 '턴키' 방식이다. PGE는 2027년 상업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PGE는 폴란드 전역에 추가 ESS 시설을 건설할 계획을 갖고 있어 LG에너지솔루션의 후속 수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력망 안정화를 위한 폴란드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이 배경이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PGE 측과 협력관계를 더욱 공고히 다질 것"이라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 미시간 홀랜드 공장에서 ESS용 LFP 배터리의 대규모 양산에 돌입했다.(사진=LG에너지솔루션)
■ 신사업 확장으로 포트폴리오 다변화
LG에너지솔루션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속에서 ESS용 배터리를 새로운 사업 기회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최근 다양한 신사업 영역으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는 움직임도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 19일에는 일본 토요타 그룹 무역상사 토요타통상과 손잡고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에 리사이클 합작법인 'GMBI'를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4월에는 프랑스 1위 메탈 재활용 기업 데리시부르그와 배터리 리사이클 합작법인 설립을 발표하기도 했다.
특히 중국 시장에서도 괄목할 성과를 거두고 있다. 중국 3위 완성차 기업인 체리자동차에 내년부터 2030년까지 8GWh 규모의 46시리즈 원통형 배터리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금액은 1조원을 소폭 웃도는 규모로 국내 배터리 업체가 중국 자동차 업체와 조 단위 납품 계약을 맺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소형 건설장비 분야에서도 성과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3월 두산밥캣과 '소형 건설장비 배터리 팩 솔루션 개발을 위한 MOU'를 체결했고 1월에는 미국 태양광 전기차 스타트업 앱테라 모터스에 7년간 4.4GWh 규모의 원통형 배터리를 공급하는 계약도 맺었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LG에너지솔루션이 전기차 시장 의존도를 낮추고 ESS, 리사이클 등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며 "특히 유럽 현지 생산을 통한 ESS 시장 공략은 향후 글로벌 에너지 전환 시장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하는 중요한 전략"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