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KB금융지주가 주요 금융지주 가운데 유일하게 주가순자산비율(PBR) 0.8배에 근접하며 고질적인 저PBR 평가에서 벗어날 채비를 마쳤다. 시장에서는 KB금융의 밸류에이션 정상화에 발맞춰 주주환원 정책이 자사주 매입·소각 중심에서 현금 배당 확대로 전환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다만 KB금융은 당장 주주환원 정책에 변화를 주기보다는 시장에서의 공감대 형성을 우선하겠다는 태도를 보여 향후 정책 방향에 귀추가 주목된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은 전날 2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하반기 주주환원 계획을 발표했다. 핵심은 주당 920원의 분기 현금배당과 총 85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이다.
KB금융은 우선 66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소각하고 나머지 1900억원은 연말 결산 이후 이사회 결의를 통해 집행할 계획이다. 이는 상반기 말 기준 그룹의 내부 목표(13.5%)를 초과한 보통주자본비율(CET1) 13.74%를 주주환원 재원으로 활용하는 전략에 따른 것이다.
이로써 KB금융의 2025년 연간 누적 주주환원 규모는 총 3조100억원에 달하게 됐다. 이에 따라 총주주환원율은 50%를 초과할 전망이다.
김은갑 키움증권 연구원은 “2024년 주주환원율이 39.8%였던 점을 감안하면 1년 만에 50%를 넘어서는 것은 은행주 전체에도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 대규모 주주환원 정책에 힘입어 KB금융은 저PBR 탈출의 선봉에 섰다. 2025년 말 주당순자산(BPS) 기준 KB금융의 PBR은 0.73배로 시장이 주주환원 정책의 전환점으로 여기는 0.8배에 바짝 다가섰다. 이는 신한금융지주(0.56배), 하나금융지주(0.57배), 우리금융지주(0.53배) 등 경쟁사들이 여전히 0.5배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통상 금융지주들은 PBR이 낮은 구간에서는 주가 부양 효과가 직접적인 자사주 매입·소각을 현금 배당보다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유통 주식 수를 줄여 주당순이익(EPS)과 주당순자산(BPS)을 즉각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KB금융이 PBR 0.8배에 근접함에 따라 주주환원 정책의 무게중심을 옮길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신한금융은 PBR 단계별 탄력적인 주주환원 계획을 수립해 이행 중이다. PBR 0.8배 이하에서는 자사주 소각 중심으로 속도감 있게 추진하되 0.8~1.0배 도달 시 주당현금배당과 현금배당성향 점진적 상향을 추진한다는 전략이다.
다만 KB금융은 다소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나상록 KB금융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전날 컨퍼런스콜에서 “예상보다 빠르게 PBR이 개선되고 있다”면서도 “디스카운트 요소가 충분히 해소되고 리레이팅(재평가)이 시작된다는 시장의 공감대가 조성되면 현금 배당 비중을 높여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는 PBR 수치 자체보다는 기업가치가 시장에서 온전히 인정받는 질적인 변화가 동반돼야 정책 전환을 고려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섣부른 정책 변경보다 안정적인 밸류업 흐름을 이어가겠다는 의도다.
나 CFO는 “PBR을 기준으로 현금과 자사주 매입, 주주환원의 믹스를 변화시켜 나간다는 기본 원칙은 유지를 하면서 이익 규모, 배당성향, 배당 수익률 제도 변화까지 고려해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KB금융의 선도적인 움직임은 다른 금융지주들에게는 상당한 경쟁 압력으로 작용하는 동시에, 벤치마킹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KB금융의 성공적인 저PBR 탈출 사례는 금융주 전반의 밸류에이션 재평가를 이끄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KB금융의 총 환원율은 50% 상회할 전망으로 당초 밸류업 발표에서 2028년 예정된 환원율이었으나 시장의 신리와 확신을 주기 위한 파격적 결정”이라며 “국내 1위사인 KB금융의 이러한 결정은 여타 금융지주사에게도 커다란 영향을 줄 것이므로 국내 금융지주사의 배당정책을 또 한 단계 끌어올리는 훌륭한 동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