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우용하 기자]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자 결제 시장 구도에도 변화의 움직임이 보이기 시작했다. 간편결제사가 원화 스테이블코인과 관련해 빠른 행보를 보인 만큼 향후 카드업계의 결제 시장 주도권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우려다.

카드업계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도입되더라도 결제망 주도권에 큰 변화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수수료 수익 악화와 규제에 따른 대출수익 감소 전망에 생존 전략을 고심 중이다.

카드업계가 원화 스테이블코인 관련 논의가 진행되기 시작하자 결제 시장 주도권 유지를 위한 생존 전략을 고심 중이다. (이미지=연합뉴스)

30일 정치권과 금융권에 따르면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과 관련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정치권에선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를 위한 ‘디지털자산 혁신 법안’ 발의를 준비 중이다. 은행과 블록체인업계는 관련 생태계 구축을 위한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한국은행도 디지털화폐(CBDC) 2차 실험논의를 중단하고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실물 자산인 원화와 동일한 가치로 발행하는 가상 자산이다. 실물 자산과 가치를 고정한 만큼 다른 가상화폐와 달리 안정적이라고 평가된다. 이로 인해 미국과 유럽에선 이미 제도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지급 결제도 활성화하는 추세다.

해외처럼 제도화·활성화가 이뤄진다면 국내 결제 시장 구도에는 변화가 찾아올 것으로 전망된다. 스테이블코인이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자체적인 결제망을 갖추게 되면 카드사가 구축한 기존 결제망을 이용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해외 카드 결제사들은 연동 서비스로 변화에 대응하는 추세다. 먼저 비자는 중남미 국가의 가맹점에서 스테이블코인 결제를 지원하는 ‘코인 카드’를 출시했다. 마스터카드 역시 주요 스테이블코인을 연동된 카드로 사용할 수 있게끔 조치했다.

국내에선 카카오페이와 네이버페이 등 간편결제사들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을 통한 결제도 간편결제사가 운영 중인 선불충전금 형태가 될 수 있어서다. 특히 카카오페이는 다량의 선불충전금을 보유 중이라 향후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가 될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여겨진다.

금융권 관계자는 “스테이블코인은 선불지갑과 같이 기본적인 결제, 송금, 외환이 가능하면서 다른 디지털자산과의 교환, 거래 등 확장성에 유리하다”며 “플랫폼기업들은 이미 자사의 선불지갑 서비스 확장으로 결제시장에서 비중을 확장하고 있는데 스테이블코인이 확산된다면 이러한 경향은 더 두드러질 것이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기존 결제망 주도권을 가진 카드업계에선 결제망 위협에 대해 아직 낙관적인 반응이 주를 이루는 상황이다. 신용결제가 불가능하다면 서비스 영역의 한계가 명확하다는 이유에서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스테이블 코인을 통해 결제한다는 것은 결국 현금결제와 동일한 구조다”라며 “비교한다면 체크카드와 해야 하고 신용공여 기간을 받을 사람들은 신용카드를 사용할 수밖에 없어 카드사의 지급 결제망을 위협하기엔 이르다”고 강조했다.

이에 카드사들은 서두르기보단 시간을 들여 대응책을 고민 중인 것으로 평가된다. 일각에선 내달부터 3단계 스트레스 총부체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로 대출 판매까지 제한되는 만큼 생존 전략을 빠르게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카드업계 다른 관계자는 “스테이블코인이란 신규 결제 수단 관련 전략은 제도화 추진 상황을 주시하면서 검토하고 있다”며 “단기적 영향은 크지 않겠지만 업황이 거듭 악화되고 있기에 적극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