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우용하 기자] 대출 판매로 실적을 유지해 온 카드업계가 수익성 악화 기로에 놓였다. 오는 7월부터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시행되면 ‘카드론’에도 스트레스 금리가 적용돼 수요 감소는 불가피해진다.

금융당국은 카드론 잔액이 급증한 현대카드에 대한 경영유의 조치로 대출 판매 활동을 ‘경고’하기도 했다. 다만 3단계 DSR로 저신용자 대출이 줄어든다면 중장기적으론 연체율 개선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오는 7월 스트레스 DSR 3단계 시행으로 카드업계의 대출 판매 실적은 위축되고 연체율은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자료=연합뉴스)

27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9개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하나·BC·NH농협·우리·롯데)의 지난 4월 말 기준 카드론 잔액은 42조5005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2월 42조9888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달성한 후 3월 42조3720억원으로 감소했지만 한달 만에 다시 상승세로 전환됐다.

카드론 잔액이 고공행진 하는 것은 본업인 신용판매를 통한 수익 창출에 난항을 겪는 카드사들이 대출 판매 의존도를 높인 영향으로 분석된다. 스트레스 DSR 규제가 시행되면서 카드론으로 대출 수요가 몰린 풍선효과도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NH농협카드를 제외한 전업 8개 카드사의 작년 카드론 수익은 5조원으로 확인됐다. 2023년 4조5327억원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해 5000억원가량 증가한 것이다. 작년 4분기의 카드론 수익은 스트레스 DSR 규제가 없던 전년 동기와 비교해 12.61% 올랐다.

문제는 카드사의 대출 판매는 시중은행과 달리 중·저신용자들의 수요가 많기에 대손비용 충당 부담과 건전성 리스크를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금감원은 지난해 9월 카드론 잔액이 급격히 늘어난 카드사를 대상으로 리스크 관리 계획 제출을 요구하며 관리 감독에 나섰다. 금융당국은 연초에 카드론 증가 목표치를 3~5%로 제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드론 잔액이 계속 상승하자 금감원은 지난 25일 현대카드를 대상으로 ‘경영유의’ 조치를 내렸다. 이번 조치엔 경영유의사항 8건과 개선사항 15건이 포함됐다.

특히 카드론 잔액이 다른 카드사들과 비교해 빠르게 증가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작년 9월말 기준 현대카드의 카드론 잔액은 5조6378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18% 상승했다. 9개 카드사의 총액이 7.5%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2배 넘게 차이 나는 것이다. 이와 함께 중·저신용자 비중이 가파르게 오른 점도 우려됐다.

금융당국이 카드 대출 대한 직접적인 관리 활동을 펼치는 가운데 7월부턴 스트레스 DSR 3단계가 시행된다. 3단계 규제에선 카드사를 비롯한 2금융권의 기타 대출에도 1.5%포인트의 가산금리가 적용된다.

이에 규제 시행 전인 내달까지 카드론 취급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7월부터 카드사의 대출 수익 악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카드업계는 대출 의존 완화·수익구조 다변화에 총력을 다하는 중이다. 특히 데이터 활용 분야와 외국인 전용 상품 개발·해외시장 진출 등 신사업 발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각에선 수익이 악화되겠지만 중장기적 관점에서 연체율 개선 효과를 볼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대출 문턱과 금리가 오르면 연체 가능성 높은 저신용자들의 대출 비중이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전업 카드사 8곳의 평균 연체율은 1.93%다. 연체율이 가장 높은 곳은 2.62%로 집계된 우리카드다. 이어 하나와 BC, KB국민이 각각 2.44%, 2.26%, 2.02%로 2%를 초과했다. 통상적으로 연체율 2%를 위험신호로 여기는 점을 감안할 때 절반에 달하는 카드사의 건전성 관리가 시급한 것이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경기 침체 장기화와 대출 규제 풍선효과로 카드론 총액과 연체율이 빠르게 상승한 것 같다”며 “대출 판매가 실적에서 상당 부분 차지하지만 건전성 리스크도 위험 수준인 만큼 3단계 DSR 효과를 주시하면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