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서재필 기자] 국내 진출한 명품 브랜드들의 개인정보 관리 실태가 도마 위에 올랐다. 매년 꾸준히 가격을 인상하면서도 개인정보 관리는 뒷점이라는 지적이 잇따른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루이비통을 포함해 디올과 티파니 등에서 해킹으로 인한 개인정보 유출사고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명품 브랜드들의 개인정보 관리 실태에 대한 소비자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루이비통코리아는 지난 3일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제3자가 당사 시스템에 일시적으로 접근해 일부 고객 정보를 유출한 사실을 알려드리게 됐다”고 공지했다. 이는 지난 6월 8일 해킹이 발생한 지 한 달이 넘은 상태에서 뒤늦게 인지한 것이다.

루이비통을 비롯한 명품 브랜드들의 개인정보 유출사고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이들의 개인정보 관리 실태에 대한 소비자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루이비통코리아는 “비밀번호 또는 신용카드 정보, 은행 계좌 정보, 기타 금융 계좌 정보 등의 금융 정보는 포함되지 않았다”고 설명했지만 소비자 불신은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앞서 지난 5월 디올도 1월 발생한 유출 사고를 뒤늦게 인지하고 조치를 취하면서 비판을 받았다. 같은 달 티파니도 지난 4월 유출사고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나서야 해당 사실을 공지했다. 두 브랜드 모두 유출된 내용에는 구매 내역 및 선호 정보 등도 함께 포함되면서 2차 피해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

디올과 티파니는 모두 루이비통이 속한 LVMH 산하 브랜드들이다. 지난 5월 개인정보위는 디올과 티파니에 대한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대한 조사를 착수했다. 사고 발생 후 인지와 신고가 늦어져 늑장 대응을 중점적으로 살펴보고 법 위반 관련 시 그에 따른 처벌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명품 브랜드들은 한국 시장을 아시아 전초 기지로 삼고 브랜드 테스트 베드로 여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매년 꾸준히 가격을 인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개인정보 관리가 소홀하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실제로 루이비통은 올해 4월 알마BB 등 일부 가방 제품 가격을 약 3% 인상했다. 지난해에는 2월과 7월 각각 5%, 4~6% 두 차례 기습 인상하기도 했다. 디올은 지난해 1월 주얼리 제품 가격을 10% 올렸고 이어 4월 뷰티 제품을 9% 올렸다. 7월에는 면세 채널 뷰티 제품 가격을 3.2% 추가로 인상했다.

국내 진출한 명품 브랜드 대다수가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기반 고객관리 서비스를 이용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정보 유출이 해당 소프트웨어 업체의 보안 문제일 가능성이 있지만 명품 브랜드들이 개인정보 관리에 대한 책임 소재를 분명하게 적시하지 않았다는 문제도 지적된다.

9일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올해 개인정보 유출사고가 발생했던 디올, 까르띠에, 티파니, 루이비통 모두 개인정보보호 처리 방침을 위한 국내 대리인을 지정하지 않았다. 티파니는 담당 부서만 적시했고 루이비통은 개인정보 유출 직후인 지난달 10일에서야 개인정보 보호 방침을 수정하고 개인정보보호 책임자를 뒤늦게 지정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보도했다.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전년도 본사 매출액이 1조원 이상이거나 이용자가 일평균 100만명 이상인 외국계 기업인 경우 국내 대리인을 지정하고 이를 공개해야 한다.

국내 대리인 지정을 의무로 하는 개정 개인정보 보호법이 오는 10월 본격 시행되지만 그 전까지는 국내에 실질적인 책임 주체가 없다는 비판도 피할 수 없다. 개정법 시행 이후에도 국내 대리인이 명목상 대리인 지정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명품 브랜드들은 한국 시장을 매우 중요한 성장 동력으로 보고 있으면서도 그에 걸맞은 수준의 개인정보 보호 시스템과 책임 의식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며 “기본적인 정보 외에 마케팅에 활용될 수 있는 정보까지 유출되면서 개인화된 사기 시도나 표적 마케팅 악용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