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서재필 기자]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수입 의약품에 대한 관세 압박이 국내 바이오 기업들에게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제조 이전(리쇼어링)에 진지한 자세로 임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 바이오 기업들의 공급망 재검토의 필요성은 남아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으로 수입되는 의약품에 대해 200% 높은 비율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사진=연합뉴스)

10일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지난 8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으로 수입되는 의약품에 대해 200% 높은 비율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압박과 함께 “관세가 즉시 발효되진 않을 것”이라며 1년에서 1년 반 정도의 유예 기간을 주겠다고 말했다. 관세에 대한 세부사항은 이달 말 나올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는 25% 관세를 예상했지만 미국 행정부는 200%까지 올리며 거세게 압박에 나선 상황이다. 그럼에도 국내 바이오 기업들은 아직 관세율이 확정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미국 정부의 발표 내용을 면밀히 분석하고 있으며 내부적으로도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고 입장을 냈다. 아직 구체적으로 정책이 확정된 사항이 아니라는 점에서 상황을 관망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의 리쇼어링 정책 기조에 따라 중장기적으로 해외 CMO 공장을 인수하는 방향을 검토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압박에 대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사진=각 사)

셀트리온은 “미국 의약품 관세 부과 움직임을 그동안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상황별 대응 전략을 준비했다”며 “미국내 의약품 관세 정책이 어느 시점에, 어떤 규모로 결정되더라도 회사에 미치는 영향이 없도록 내년말까지 준비를 완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단기적으로 2년분 재고 보유를 완료했고 나아가 상시 2년분의 재고를 꾸준히 보유해 놓겠다는 계획이다.

중기적으로는 미국 판매 제품은 미국 내에서만 생산할 수 있도록 현지 CMO 파트너와 계약을 마쳤다. 장기적으로는 미국 생산시설 보유 회사의 인수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인수와 관련해서는 구체화되는 시점에 알리겠다는 방침이다.

업계 내에서는 실제 200%라는 관세율이 최종적으로 반영될 가능성이 낮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국내 기업들도 연초부터 재고 비축과 미국 CMO 계약 등을 빠르게 추진하면서 단기적으로 관세 압박에 대응하고 있다.

주가에서도 업계 시각이 반영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관세 압박에도 불구하고 이 날 10시 기준 전일대비 4.62% 주가가 올랐다. 셀트리온 역시 전일대비 0.62% 오른 상태다.

미국 내에서도 관세 200% 부과 실현 가능성을 낮게 보는 분위기다. 미국 미디어 채널인 CNBC는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제안에 대해 반복적으로 위협했다가 방향을 바꿨기 때문에 의약품 관세 200%를 책정할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고 내다봤다.

미국제약협회도 의약품 관세를 철회해야 한다는 성명을 반복한다.

알렉스 슈라이버 미국제약협회 수석 부사장은 “의약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미국 제조업을 되살리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목표에 역효과를 낳을 것”이라며 “의약품 관세 부과는 비용을 증가시키고 공급 부족을 초래할 수 있어 관세가 면제되어 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