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단순히 새로운 사업을 발표하는 자리가 아닙니다. 지난 2~3년간 고객들과 함께 테스트하고 검증하며 이제야 제대로 소개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어 선보이는 것입니다.”
정진완 우리은행장이 10일 서울 중구 본점에서 열린 ‘포용적 성장 플랫폼’ 기자설명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윤성균 기자)
정진완 우리은행장은 10일 서울 중구 본점에서 열린 ‘포용적 성장 플랫폼’ 기자설명회에서 이같이 말하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지난 2023년 ‘기업금융 명가 재건’을 선언한 우리은행이 2년여 만에 그 핵심 전략인 중소·중견기업 성장 지원 플랫폼을 본궤도에 올렸다.
우리은행은 이날 설명회에서 ▲디지털 공급망 금융 플랫폼 ‘원비즈플라자’ ▲데이터 기반 맞춤형 금융 플랫폼 ‘원비즈e-MP’ ▲안전결제 솔루션 ‘우리SAFE정산’ 등 3종 플랫폼을 중심으로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과의 동반성장 전략과 의지를 명확히 했다.
정 행장은 “우리 경제의 허리를 담당하는 중소기업들은 공급망, 결제망, 직원 복지 등 핵심 인프라 구축에 어려움을 겪는다”며 “이러한 필요에 부응하기 위한 우리은행의 노력이 이제 성과로 나타나고 있으며 앞으로 더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은행의 ‘포용적 성장 플랫폼’은 단기 수익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중소·중견기업과의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이를 통해 기업금융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우리은행 포용적 금융의 선봉에는 2022년 9월 금융권 최초로 출시된 디지털 공급망 금융 플랫폼 ‘원비즈플라자’가 있다. 출시 후 빠르게 성장해 올해 6월 말 기준 7만8000여 회원사를 돌파했다.
이 플랫폼은 자체적인 구매 솔루션 구축이 어려운 중소·중견기업을 위한 ‘디지털 B2B 마켓’이다.
별도 비용 없이 가입해 ▲구매 요청 ▲견적·입찰 ▲발주 ▲검수 등 표준 구매 프로세스 전반을 디지털로 전환할 수 있다. 특히 공개입찰, 예산관리, 역경매 등 특화된 기능과 ERP 연동, 전자계약, 재고관리 등 다양한 편의 기능을 제공해 업무 효율성과 투명성을 극대화했다.
원비즈플라자는 단순한 구매 솔루션을 넘어선다. 140만 개 이상의 기업 정보를 무상으로 조회할 수 있는 BASA 서비스, 대기업 수준의 MRO(소모성 자재)몰 연계, 30여 개 제휴사와 협력한 임직원 복지몰까지 제공한다. 우리은행은 연내 회원사 10만 개 달성을 목표로 서비스를 더욱 고도화할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상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금융 데이터’를 활용해 금융의 문턱을 낮추는 혁신도 선보였다.
지난달 출시한 ‘원비즈e-MP(Market Place)’는 구매기업과 판매기업 간의 발주, 계약, 정산 등 상거래 데이터를 은행 시스템과 연동해 원스톱 금융을 제공한다.
가장 큰 특징은 판매기업(협력사)이 구매기업의 발주서만으로 생산 단계에서부터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는 ‘우리CUBE데이터론’이다. 담보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이 제품 생산과 납품에만 집중할 수 있게 했다. 현재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1호 구매기업으로 참여해 협력사들과의 상생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우리SAFE정산’은 지난해 티몬, 위메프 등에서 발생한 정산 지연 사태 이후 우리은행이 자체 시스템을 활용해 구축한 안전 정산 서비스다. 고객이 결제한 대금을 우리은행이 안전하게 예치했다가 정산일에 판매자에게 지급하는 구조다. 판매자는 정산 대금 내역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며 투명성을 확보하고 온라인 중개상의 부도 리스크로부터 자유로워진다.
특히 항공, 여행 분야에서 빠르게 확산하며 누적 4만 건 이상의 정산 실적을 기록, 안전한 상거래 환경 조성에 기여하고 있다.
(왼쪽부터) 플랫폼사업부 BIZ결제솔루션팀 최지호 차장, 플랫폼사업부 TechSales팀 이덕규 차장, 플랫폼사업부 공급망금융팀 최성민 차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윤성균 기자)
주목할 점은 우리은행이 이 모든 플랫폼 서비스를 ‘수수료 제로’ 정책으로 운영한다는 것이다. 단기적인 수익성보다는 플랫폼을 통해 중소·중견기업과의 접점을 늘리고 이들을 금융 생태계 안으로 끌어들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대신 ‘원비즈 데이터론’, ‘원비즈플라자 멤버십 적금’ 등 플랫폼 데이터와 연계된 특화 금융상품을 통해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창출하고 생태계를 확장하는 전략이다.
이날 발표자로 나선 우리은행 플랫폼사업부 최지호 차장은 “은행은 자금을 보유하는 것만으로도 수익이 발생하지만 어떤 서비스든 역마진이 나면 지속할 수 없다”며 “수익성과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충분히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플랫폼에 쌓이는 방대한 거래 데이터가 은행의 핵심 자산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플랫폼사업부 이덕규 차장은 “원비즈플라자를 통해 중견·중소기업들의 구매와 실물 흐름을 정확히 파악하게 되면 이는 향후 기업금융의 미래인 ‘데이터 기반 상생 금융’의 확고한 토대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