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이진성 기자] 국내 주요 건설사가 올 여름 최악의 폭염을 대비해 근로자 안전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는 모습이다. 새 정부의 산업재해 예방 기조를 고려한 조치로 첫 규제대상에 이름이 오르는 것은 피하겠다는 계산으로 보인다.
황준하 현대건설 CSO 전무(오른쪽)가 근로자에게 수분 보충과 탈수 예방을 위한 이온음료와 쿨링스프레이를 직접 전달하고, 근로자들의 노고를 격려하고 있다 (사진=현대건설)
10일 건설업계 따르면 올해 현대건설과 대우건설, 한화 건설부문 등이 폭염에 대비한 근로자 안전관리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지난 5월20일부터 이달 7일까지 온열질환자가 961명이 발생하고 추정사망자가 7명에 달한다는 점에서 안전사고에 더욱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옥외 작업이 많은 건설현장 특성상 폭염은 사고 발생의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다.
먼저 현대건설은 근로자 휴게시설에 이동식 에어컨과 대형 선풍기, 안마기 등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체온·혈압·산소포화도·맥박 측정을 통한 취약근로자 건강 모니터링은 기본이고 특히 고령이거나 건강에 민감한 대상을 추려 건강진단표 작성 및 일일 체크리스트를 작성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내용들은 현황판에 보고되며 관리자 판단에 따른 조치가 내려진다. 응급상황을 대비한 응급구조 훈련과 119연계 교육도 이미 실시했고 근로자의 사기를 끌어올리기 위한 수박주스, 슬러시, 이온음료 등을 제공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건강한 여름나기 캠페인을 진행중이다. 더위가 그치는 오는 9월까지 운영되며 한 낮인 오후 2~5시 옥외 작업 최소화와 동료가 직접 살펴주는 건강상태 확인 절차 등을 추진중이다. 근로자 간 서로 건강을 챙겨주면서 동료애가 생기고 분위기가 밝아지는 효과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폭염주의보가 발령될 때에는 매시간 15분 이상 휴식할 것도 적극 홍보하고 있다.
김승모 한화 건설부문 대표이사(가운데)가 건설현장 근로자들과 함께 '여름 안전(Summer Safety) 푸드트럭' 팥빙수를 즐기고 있다 (사진=한화 건설부문)
한화 건설부문은 최근 김승모 대표이사가 직접 현장을 찾아 여름 안전(Summer Safety) 푸드트럭을 운영해 업계의 관심을 끌었다. 무더위 속에 고생하는 근로자들을 위해 팥빙수 등 간식을 즐기며 휴식할 수 있도록 배려한 조치다. 푸드트럭 운영이 어려운 일부 현장에는 과일스무디와 휘낭시에 등 디저트류를 담은 기프트 박스를 별도로 전달하고 있다. 또 제빙기와 냉장기기를 갖춘 휴게시설을 현장별로 운영하고 이온음료 분말과 식염 포도당을 상시 제공하는 중이다.
호반건설도 오는 9월까지 100일간 온열질환 예방 캠페인을 실시중이다. 현장 작업구간에 그늘막을 설치하고 휴게시설과 현장 곳곳에 이동식 에어컨을 비치하는 등 근로자 안전에 각별히 주의를 기울이는 모습이다. 전 현장에 폭염응급키트와 응급쿨링시트를 비롯해 식염포도당·제빙기·생수 등을 제공하고 온열질환 증상 및 안전보건 교육도 시행중이다.
공기업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도 체감온도 33도 이상일 경우 2시간 이내 20분 이상 휴식을 취하는 조치를 진행중이다. 일 최고 체감온도가 35도 이상이 2일 이상 이어지면 외부 작업을 전면 중단하도록 했다. 현장에 무더위심터를 운영중이며 해당 시설 설치가 어려운 경우 이동식 버스 쉼터를 적극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LH는 최근 5년간 산업재해 사고로 29명이 사망하는 등 공기업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는 만큼 보다 적극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는 모습이다.
이같은 분위기는 최근 건설현장에서 사망사고 발생 시 매출의 최대 3%를 과징금으로 부과하는 '건설안전 특별법'이 여당 주도로 발의되는 등 새 정부의 산업재해 예방 기조가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새 정부 기조가 산업재해 예방에 있고 사고 발생시 그 책임을 제대로 묻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만큼 건설사들은 첫 타자만은 되지 말자는 분위기가 강하다"며 "올해 기록적인 폭염이 예상되는 만큼 사고 예방을 위해 더 적극적인 액션을 취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