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벤처 투자 '제로'..증권사, 혁신성장 외면

유길연 기자 승인 2019.06.26 17:01 의견 0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이 발행어음을 통해 조달한 자금의 투자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자료=한국정경신문)

[한국정경신문=유길연 기자]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이 발행어음을 통해 조달한 자금의 투자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금융업계 일각에서는 두 초대형 증권사들이 발행어음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벤처·중소기업에 거의 투자하지 않아 혁신성장을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반면 증권업계는 만기 1년인 발행어음 자금을 5년 이상 장기로 돈을 빌려줘야 하는 벤처·중소기업에 무리하게 대출하기는 힘들다고 주장하고 있다. 

2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한국투자증권은 발행어음을 통해 조달한 자금 중 3조6569억원을 투자했다. 이 중 중견기업 투자금은 2조8432억원,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제한기업은 7319억원, 중소기업은 817억원 등이다. 반면 스타트업이나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금은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NH투자증권도 상황은 비슷하다. 조달한 자금 중 2조317억원을 투자했는데 상호출자제한기업에 8172억원, 중견기업4689억원, 중소기업 7456억원 등만 투자하고 스타트업·벤처기업으로 분류된 기업에는 투자한 곳이 없었다.

금융업계에서는 두 초대형 증권사가 당초 발행어음 사업 인가 취지와 다르게 안전성 위주의 투자만 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금융당국은 정부의 ‘포용적 혁신성장’ 정책 방향에 따라 벤처·중소기업 투자를 늘리기 위해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초대형 IB(투자은행)에 발행어음 사업을 허용했다. 사업 인가를 받은 초대형 IB는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의 절반 이상을 기업에 투자해야한다.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은 지난 1분기 당기순이익이 증권사 가운데 각각 1,2위를 기록했다. 높은 실적에도 불구하고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이 기술력 있는 벤처·중소기업을 발굴하고 투자하는데에는 인색하다는 지적이다. 

반면 증권업계에서는 이와 같은 투자처 분류 방식으로 혁신성장에 대한 증권사들의 태도를 판단하기는 무리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초대형 증권사들의 발행어음 자금 가운데 일부는 직접 벤처기업에 투자되는 것이 아니라 벤처 펀드와 같이 간접적인 방식으로 투자되는 금액도 있다는 설명이다. 증권사들이 벤처 펀드에 투자하면 이는 이번 금감원이 발표한 분류법으로는 중견기업에 투자한 것으로 구분된다. 

또 발행어음 자금은 1년 만기의 단기금융상품이기 때문에 장기간 돈을 빌려줘야하는 기업 대출과 투자 기간이 맞지 않는 점도 증권사들이 벤처·중소기업 투자에 신중하게 되는 이유다. 1년 만기에 돌아오는 투자자들의 원금과 이자를 주는 것도 증권사의 책임 가운데 하나다. 따라서 증권사들이 위험부담을 안고 5년 이상 돈을 빌려줘야 하는 벤처·중소기업에 대해 무리하게 투자를 늘릴 수 없다는 주장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벤처·중소기업에 직접 투자되는 금액을 보면 증권사들이 혁신성장을 외면한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며 "하지만 1년 만기의 발행어음 자금을 벤처·중소기업에 투자하는 것은 신중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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