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윤희의 단상]게임산업 도약 원년을 꿈꾸며..‘제2의 셧다운 제도’는 없어야

임윤희 기자 승인 2024.05.03 07:00 | 최종 수정 2024.05.03 07:15 의견 1
임윤희 산업국 IT과학부 차장


[한국정경신문=임윤희 기자] 말을 길들이기 위해서는 '당근'과 '채찍'의 밸런스가 중요하다.

게임산업은 지난 2022년 기준, 역대 최고 매출액인 약 22조 원을 달성하며 세계 4위에 올랐다. 특히 모바일 시장이 발달하면서 빠른 성장으로 전 세계에 K-게임 바람을 일으켰다.

그러나 최근 게임사들이 1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울상을 짓고 있다. 엔데믹 이후 재택시간 감소와 대안 엔터테인먼트 증가로 게임산업 전반이 침체기에 들어섰다. 외적으로는 해외 게임과 경쟁이 심화되고 내적으로는 게임 이용자의 권익 보호에 무게가 실리면서 규제가 한층 강해져 몸살을 앓고 있다.

한국거래소가 매일 집계하는 'KRX 게임 TOP 10 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14% 이상 하락한 663.36을 기록했다. 주요 게임사 10개 기업의 시가총액 합산 수치는 같은 기간 6조원 이상 감소했다. 대내외적 악재가 누적되는 상황이다.

여기에 정부의 규제 일변도 정책도 업계를 위축시키고 있다. 게임 소비자 권익 보호를 명목으로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법안('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이 유예기간 없이 바로 시행되면서 게임계는 혼돈에 빠졌다.

잘달리던 대표 산업이 대내외적 상황속에 '보릿고개'로 들어서고 있다. 게임사들은 고삐를 졸라메고 자구책을 강구 하고 나섰다.

한국 게임업계를 대표하는 3N의 일원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NC)는 올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일제히 대표이사진 개편에 나섰다. 유래 없는 공동 대표 체제를 필두로 리더십 교체를 단행했다.

넷마블의 방준혁 이사회 의장은 올 초 신년사에서 "작년부터 이어져 온 위기를 올해 반드시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영식·도기욱 각자 대표 중 도 대표를 대신해 법무·전략 기획 분야 전문가 김병규 부사장을 신임 대표로 내정했다. 또 넷마블에프앤씨 산하에서 '그랜드크로스: 메타월드'를 개발하던 메타버스월드를 법인 종료 조치했다.

업계 맏형 노릇을 하던 엔씨소프트는 올해 박병무 공동대표 취임을 전후로 엔씨소프트가 추진하던 모든 신작 프로젝트에 대한 재검토가 이뤄지고 있다. 대외적으로 공개된 신작 외에도, 내부에서 추진해오던 일부 미공개 프로젝트가 이미 정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더해 최근 비개발·지원 조직 대상으로 개별적으로 권고 사직을 통보하는 등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컴투스는 지난해 말 자회사 '컴투버스'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데브시스터즈 또한 같은 해 11월 임직원 희망 퇴직 프로그램, 비용 통제 등을 골자로 한 '비상 경영' 체제를 공식 선언했다.

유난히 채찍이 많았던 게임계를 바라보며 2011년 시행된 '셧다운제도'가 떠오른다.

게임 중독 현상에 대한 우려로 국회를 통과한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에 따라 2011년 11월부터 밤 12시부터 새벽 6시 사이 16세 미만 청소년의 인터넷 PC 게임 시간을 제한하는 강제적 셧다운제가 실시됐다. 이를 위반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는 강력한 제제조치가 있었다.

당시 신산업이었던 게임을 유해물로 바라보는 정부 시선에 대한 비판이 만들어낸 규제였다. 게임시장 주류가 셧다운이 적용되지 않는 모바일로 이동하고, 심야시간대 청소년이 사용할 수 있는 매체가 SNS나 OTT, 유튜브 등으로 다양해지면서 유명무실해지자 폐지론이 번졌다.

국회는 10년 만인 2021년 11월 제 손으로 이를 폐지하는 개정안을 다시 처리했다. '셧다운제도'는 규제가 만들어낸 악법이라는 조롱을 뒤로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그러기까지 10년이 걸렸다.

업계에서는 대내외적 난관을 타개할 제대로된 '당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고개를 들고 있다.

1일 정부는 게임산업 제2의 도약 원년을 비전으로 삼을 ‘게임산업 진흥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내용은 ▲게임산업 글로벌 경쟁력 강화 ▲규제 혁신 및 공정게임 환경조성 ▲게임산업 저변 확대 3대 추진전략과 12개 추진과제를 통해 연평균 5%의 시장 성장을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세계시장에서 모바일게임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시장인 콘솔게임을 집중 육성할 계획이다. 다양한 장르와 형태의 게임이 제작될 수 있도록 인디 게임에 대한 지원도 강화한다. 또 실효성이 낮은 규제도 혁신할 계획이다.

e스포츠 종주국이자 강국으로의 지위를 공고히 하기 위해 한국형 이스포츠 리그 시스템을 구축하고, 중고등학생들의 이스포츠 활동 지원도 확대한다. 게임 전문인력을 육성하고, 늘봄학교 등과 연계해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할 방침이다.

오랜만에 나온 게임계 부양책에도 시장의 반응은 냉랭하다. 관련 주식 종목들은 큰 오름세 없이 평온했고, 하락세를 보이는 종목도 눈에 띄었다. 정부의 발표가 시장을 오름세로 이끌 것이라는 확신이 없는 탓이다.

정부는 제대로 된 부양책을 K-게임 문화 콘텐츠가 가지는 경쟁력을 세계 무대에 전파하는데 힘을 보태야 할것이다. 이를 위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 게임사들을 돌아 보고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해야한다. 10년의 세월을 놓친 '제2의 셧다운 제도'를 만드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지식과 문화가 있는 뉴스> ⓒ한국정경신문 | 상업적 용도로 무단 전제, 재배포를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