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서재필 기자] SK그룹이 1980년 석유화학, 1994년 이동통신, 2012년 반도체로 3차례의 퀀텀 점프를 한 데 이어 이번에 AI를 앞세워 4번째 도약에 나선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20일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울산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출범식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22일 SK그룹에 따르면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최근 열린 경영전략회의에서 "AI에 어떻게 적응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지속가능한 생존이 달려 있다"며 "AI와 사업 모델이 밀접한 IT 영역뿐 아니라 전기·에너지, 바이오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AI를 활용해 외연을 확장하자"고 제안했다.
SK그룹은 향후 AI 데이터센터를 포함해 AI 에이전트, 로보틱스, 제조 AI, 에너지, AI 기반 바이오 등 계열사들의 모든 경영 활동과 일상에 AI를 접목해 '제4의 퀀텀 점프'를 가속화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지난 20일 아마존웹서비스, 울산광역시와 협력해 울산에 하이퍼스케일 AI 데이터센터를 건립하는 방안을 공식화했다. 울산 AI 데이터센터는 국내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AI 전용 데이터센터다.
이는 SK그룹이 지난해 경영전략회의에서 그룹의 투자 방향성을 AI·반도체 등 '가까운 미래'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한 지 1년 만에 거둔 첫 결실이다.
SK는 최근 2년간 선택과 집중이라는 원칙 아래 중복사업 재편과 우량자산 내재화, 재무안정성 확보 등 체질을 개선하면서 추가 성장 발판을 마련했다. 오는 2030년까지 AI와 반도체 분야에 82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 같은 차원에서다.
최태원 회장은 이 날 링크트인에 "AI 혁명의 가능성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전례 없는 인프라 투자가 필요하며 그 중심에는 AI 데이터센터의 확장과 최적화가 있다"면서 "울산 AI 데이터센터는 AI 생태계의 핵심 인프라를 구축해 차세대 혁신을 위한 AI 고속도로 개발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울산 AI 데이터센터 설립은 SK가 추구한 본원적 경쟁력 강화의 상징적 사례로 SK가 ICT와 반도체, 에너지 등 AI 생태계 육성에 필요한 핵심 역량을 두루 갖췄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울산 AI 데이터센터는 AWS의 높은 수준의 기술 요구를 충족하며 AI 데이터센터 처리에 특화된 냉각과 전력 시스템을 구축했다. 장기적으로는 청정 연료로 생성한 전력을 사용하는 친환경 데이터센터로 거듭날 예정이다.
여기에는 먼저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 첨단 AI 반도체 기술이 적용되고,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가 지난 25년간 축적한 데이터센터 사업 역량을 바탕으로 구축 총괄과 운영을 담당할 예정이다. SK가스, SK멀티유틸리티 등도 인프라, 전력, 시스템 구축에 참여할 예정이다.
SK는 각 멤버사의 고유 사업 역량을 바탕으로 AI 데이터센터 사업에서도 최적의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글로벌 1위 클라우드 사업자인 AWS가 아시아태평양의 AI 허브 파트너로 SK그룹과 손잡은 것도 이러한 종합적인 AI 역량에 주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SK그룹과 AWS는 이미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AI 분야에서 공고한 협력 관계를 이어왔다. 양사는 2027년부터 항후 15년간 데이터센터 건설, 네트워크 운영, 반도체 공급망, 에너지 인프라 등 각 사의 강점을 결집해 세계 최고 수준의 AI·클라우드 환경을 제공할 계획이다.
AI 분야는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글로벌 빅테크와의 협력 관계는 강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이미 최태원 회장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샘 올트먼 오픈AI CEO,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와 긴밀한 협력관계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SK 측은 "하이퍼스케일의 AI 데이터센터는 기술 패권 경쟁 및 통상 압박 속에서 '기정학적 지위'를 강화할 수 있는 국가 안보 측면의 핵심 자산"이라며 "통상적으로 AI 데이터센터의 운영 기간이 수십 년이라는 것을 감안할 때 글로벌 빅테크의 국내 대규모 투자는 대한민국의 정치·경제적 안정성과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은 것으로, 향후 한미 간 경제 및 안보 협력 기여 측면에서도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