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식시장 열기 사그라드나..韓 예탁금은 줄고, 美 보관잔액은 늘고

지난 7일 기준 투자자예탁금 63조원.. 3개월만에 14.8% 감소
거래대금도 58.5% 감소.. 美시장 보관잔액은 4배 늘어

권준호 기자 승인 2021.04.09 11:34 의견 1
주식시장 [자료=연합뉴스]

[한국정경신문=권준호 기자] 국내 주식시장의 투자자예탁금과 일일 거래대금이 줄어들고 있다. 반면 투자자들의 미국시장 보관잔액은 늘어나고 있다. 국내 주식시장의 열기가 점차 사그라들고 있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국내 주식시장의 투자자예탁금은 63조원이다. 이는 지난 1월 12일 투자자예탁금이 74조였던 것과 비교하면 14.8% 줄어든 수치다. 예탁금이란 주식구매를 위해 투자자들이 증권계좌에 입금해놓은 돈을 의미한다. 아직 투자 대상을 찾지 못한 돈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국내 주식시장의 거래대금도 점점 감소한다. 코스피 지수가 첫 3000포인트를 넘은 1월 7일 다음날인 8일 국내 주식시장 거래대금은 41조원에 육박했다. 이후 거래대금은 점점 줄어 이달 8일 종가 기준 거래대금은 17조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1월 8일과 비교하면 58.5% 감소한 수치다.

반면 미국시장의 보관잔액은 늘어나고 있다. 같은 날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미장 보관잔액은 지난해 3월 87억달러(9조7000억원)을 시작으로 매달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올해 초에는 457억달러(50조9838억원)를 돌파하기도 했다. 9일 기준 미장 보관잔액은 492억달러(54조8693억원)에 달한다. 이는 전년 동기(120억달러, 13조3827억원) 대비 4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국내 투자자예탁금이 갈수록 줄고 반대로 미장 보관잔액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국내 주식시장에 투자되는 돈이 줄어들고 미국 주식시장에 투자되는 돈이 늘어난다는 의미다. 즉 국내 주식시장의 열기가 미국시장으로 점점 옮겨가고 있다고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보관잔액은 투자자들이 보유한 금액과 해외예탁금을 합친 금액이기 때문에 국내 주식시장의 투자자예탁금 규모와 1대1 단순 비교는 어렵다”면서도 “하지만 보관잔액의 증가는 결국 투자자들이 보유한 미국주식과 예탁금 양이 늘어나고 있다는 의미여서 크게 보면 국내시장의 돈이 해외시장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국내 주식 투자자들이 점차 미국시장으로 옮겨가는 이유로 ▲조정국면에 들어간 코스피 ▲연기금의 강력한 매도에 따른 투자 위축심리 ▲ 편리한 접근성 등 세 가지를 뽑았다.

김은미 한국금융투자자보호재단 연구원은 “코스피가 3000을 돌파한 후 계속 그 언저리를 횡보하고 있다”며 “이에 피로를 느낀 투자자들이 국내 시장에서 해외 시장으로 장을 옮겼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코스피 지수는 지난 1월 7일 3000을 돌파한 이후 3개월 동안 2900~3100선을 횡보하고 있다.

업계는 연기금의 강력한 매도세로 인한 투자 심리 위축도 국내 주식시장 투자자들이 줄어든 이유 중 하나라고 본다.

한 개인투자자는 “실적과 상관없이 주식보유 비중을 맞추기 위해 매도를 멈추지 않는 연기금 때문에 국내 주식 투자를 포기했다”고 밝혔다.

연기금은 지난해 12월 24일부터 지난달 15일까지 51일에 걸쳐 국내 주식을 매도했다. 이에 코스피 지수가 3000을 넘어선지 20여일 만인 지난 1월 29일 코스피 지수는 3000 밑으로 내려왔다.

편리한 접근성도 국내 주식 투자자들이 해외 주식시장으로 이동한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김 연구원은 “예전에는 접근성이 어려워서라도 미국주식에 투자하는 게 어려웠지만 현재는 MTS(Mobile Trading System) 등 여러 분야의 발전으로 버튼만 누르면 미국주식에 투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한국주식시장에 실증을 느낀 투자자들이 쉽게 미국 장을 접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향후 국내 주식시장의 활성화가 제한될 것이라고 풀이하는 시각이 많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미 유입될 신규 투자자들은 1년에 걸쳐 많이 유입된 상태”라며 “향후 국내 장에 큰 변화가 없으면 지금 같은 흐름이 계속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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