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올해 1분기 역대급 실적 발표 이후 은행권의 이자장사 논란이 뜨겁다. 은행권의 역대급 실적 배경으로 사상 최대 수준으로 확대된 예대금리차가 원인으로 지목되면서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은행의 이자장사 논란과 관련해 신규취급액이 아닌 잔액 기준 예대금리차가 중요하다며 은행권을 두둔했다. 신규취급액 기준과 달리 잔액 기준 예대금리차는 지속 하락하고 있다는 설명에서다.
실제로 은행권 잔액 기준 예대금리차가 하락 중인지 추이를 살펴봤다. 결론부터 말해 김 위원장의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지난 4월 27일 서울 시내 은행 현금인출기(ATM) 앞을 시민이 지나고 있다. (자료=연합뉴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전날 진행된 월례기자간담회에서 “은행의 이익에 영향을 주는 지표는 (신규취급액이 아닌) 잔액 기준의 예대금리차다”라며 “잔액 기준 예대금리차는 지속해서 하락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에서 은행들의 대출 금리 인하를 묶으면서 예대금리차가 확대된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다.
실제로 전체 예금은행의 가중평균금리를 산출하는 한국은행의 통계치에 따르면 잔액 기준 예대금리차에는 큰 변화가 없다. 지난 3월 기준 은행 예대금리차는 2.25%포인트로 한달 전 2.24%포인트 대비 0.01%포인트 확대됐다.
같은 달 신규취급액 기준 평균 예대금리차는 1.52%포인트였다. 잔액 기준 예대금리차가 신규취급액 기준보다 높게 나타나는 것은 과거 높은 금리로 실행된 대출과 예금까지 모두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처럼 금리가 빠르게 움직일 때 신규취급액 기준 예대금리차에는 즉각 반영되지만 규모가 큰 잔액 기준 예대금리차에는 상대적으로 더디게 반영되는 특징도 있다.
김 위원장이 신규취급액이 아닌 잔액 기준 예대금리차가 중요하다고 말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예금은행의 잔액 기준 예대금리차는 지난해 초 2.50%포인트 수준에서 올해 초 2.25%포인트 꾸준히 하락 추세다.
하지만 전체 여수신 잔액에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5대 은행만 놓고 보면 이야기가 다르다. 또 기업대출을 포함한 전체 대출금리가 아닌 가계대출만 놓고 봤을 때는 정반대 상황이다.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지난 3월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잔액 기준 평균 가계예대금리차(정책서민금융 제외)는 2.28%포인트였다. 이는 2.18%포인트를 기록한 전월 대비 0.10%포인트 확대된 수준이다.
지난해 연말 5대 은행의 잔액 기준 평균 가계예대금리차(정책서민금융 제외)는 2.16%포인트였다. 해를 넘겨 지난 1월 2.19%포인트로 확대된 예대금리차는 2월 2.18%포인트, 3월 2.28%포인트까지 벌어졌다.
5대 은행의 잔액 기준 예대금리차는 지난해 9월 2.09%포인트로 저점을 찍었다. 시기적으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직전이다. 금리 변동이 더디게 반영되는 특성에도 불구하고 6개월 만에 0.19%포인트가 벌어진 셈이다.
잔액 기준 예대금리차가 벌어진 이유는 은행의 예금 금리와 대출 금리 인하 속도가 어긋났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5대 은행의 평균 저축성수신금리는 2.51%였다. 이후 한국은행의 세 차례 기준금리 인하를 거쳐 지난 3월 2.22%로 낮아졌다. 6개월 만에 0.29%포인트 떨어졌다.
반면 같은 기간 5대 은행의 평균 가계대출금리(정책서민 금융제외)는 0.15%포인트만 떨어졌다. 지난해 9월 4.6%였던 금리가 6개월 뒤 4.45%로 움직이는데 그치면서다.
신규취급액 기준 여수신 금리 인하 속도의 불일치는 더 심각하다. 지난해 9월 5대 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평균 저축성수신금리는 3.40%였다. 그러던 것이 지난 3월 2.82%로 떨어졌다. 하지만 같은 기간 가계대출금리는 4.13%에서 4.30%로 오히려 0.17%포인트 올랐다. 고금리의 가계대출이 지속되면서 잔액 기준 가계예대금리차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되는 대목이다.
금융당국에서도 신규 대출 금리가 잔액 기준 예대금리차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고 있다.
전날 김 위원장은 “실제 대출금리 추이를 보면 신규 대출, 그 다음에 수신과 관련해서 예대금리차가 조금 벌어지고는 있다”면서 “신규의 영향이 잔액까지 어떻게 줄거냐 하는 부분을 면밀히 살펴보고 대응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