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임윤희 기자]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예년보다 대폭 앞당긴 조기 인사를 통해 대내외 불확실성에 선제 대응하고 있다. SK그룹이 지난달 30일 깜짝 인사로 포문을 연 가운데, 삼성·현대차·LG도 이달 중 사장단 인사를 단행할 전망이다.​

지포스 기념행사에 참석한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과 엔비디아 젠승 황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 (사진=연합뉴스)

6일 재계에 따르면 4대 그룹의 연말 인사가 통상 시기보다 최소 3주에서 한 달 이상 앞당겨지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미국 관세 위협 등 극심한 경영 불확실성 속에서 조직을 조기 정비해 내년 위기에 대비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SK그룹은 지난달 30일 통상 12월 초 실시하던 인사를 한 달 이상 앞당겼다. 이형희 SK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위원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한 것이 핵심이다. SK에서 부회장 승진자가 나온 것은 2021년 이후 4년 만이다.​

정재헌 SK텔레콤 신임 사장은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출신으로 '파격' 영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SK는 현장 실무와 R&D 역량을 갖춘 문제해결형 인재를 전면 배치했다는 분석이다.​

삼성그룹은 이르면 이달 중순 사장단 인사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1월 27일보다 더 앞당길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재용 회장의 사법리스크 해소 후 첫 인사인 만큼 큰 변화보다는 안정감 구축에 무게가 실린다. 노태문 삼성전자 DX부문장 직무대행의 부회장 승진이 최대 관심사다. 고 한종희 부회장 별세로 공석인 DX부문장 정식 선임이 유력하다.​

삼성은 지난해 부진 사업부문 수장을 대거 교체한 만큼 올해는 변화 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현대차그룹은 통상 12월 인사를 11월로 앞당길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에도 미국 관세 리스크 대응을 위해 11월 인사를 단행한 바 있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과 성 김 사장은 유임이 유력하다. 다만 SDV·로봇·AAM 등 부진한 신사업 분야 경영진 물갈이가 예상된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의 GPU 5만개 제공 약속을 계기로 미래 모빌리티 사업 전문 인재를 사장단으로 발탁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현대차 CFO로 선임된 이승조 부사장도 현재 정해진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이 부사장의 전임자인 서강현 사장은 현대차 CFO로 1년 일하다가 현대제철로 이동했다.

이밖에 주요 계열사 중 내년 3월 사내이사 임기가 종료되는 인사로는 이용배 현대로템 사장, 현대제철의 서강현 사장, 김원배 부사장 등이 있다.

LG그룹은 11월 말 인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구광모 회장이 최근 "절박감을 갖고 과거 관성을 버려야 한다"며 구조적 경쟁력 강화를 주문한 만큼 파격적 인사가 예고된다.​

조주완 LG전자 사장과 정철동 LG디스플레이 사장의 부회장 승진 여부가 관심사다. 특히 정 사장은 올해 3분기 4310억원 영업이익으로 4년 만에 흑자전환을 이끌어 승진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재계 관계자는 "대외 환경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들이 유례없이 빠른 인사 시계를 돌리고 있다"며 "성과 중심 조직 개편과 위기 대응 역량 강화가 공통 키워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