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가능성 검토"한다 밝힌 것, 사실상 사업포기..갤럭시 독점되나

이상훈 기자 승인 2021.01.25 15:34 의견 0
한국정경신문 이상훈 IT 과학부 차장

[한국정경신문=이상훈 기자] 지난주 LG전자의 MC사업본부는 어느때보다 드라마틱했다. 스마트폰 사업 접을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나돌았고 이어 권봉석 CEO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스마트폰 사업 방향을 검토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사실 23주도, 23개월도 아닌 23분기 연속적자인 사업이기에 그간 몇 차례나 철수설과 매각설이 나돌았었다. 이 때마다 LG전자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지만 이번만큼은 권봉석 CEO가 직접 "모든 가능성을 열어뒀다"고 말했다.

권 CEO의 의도가 그렇지 않더라도 이 메시지를 접한 시장은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을 접는다"로 결론지을 수밖에 없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접거나 축소할 가능성이 높은 회사의 스마트폰을 굳이 구매하는 모험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미 출시된 지 2년이 안 된 플래그십 모델인 V50의 부품 수급이 잘 안 돼 수리를 받기 위해 한두 달씩 기다려야 하는 상황과 새로운 폼팩터를 적용한 야심작 'LG 윙'의 판매 부진을 지켜본 소비자들로서는 더더욱 LG전자 스마트폰 구매를 기피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이와 동시에 MC본부 인수를 위해 논의하고 있는 기업들 리스트가 블라인드 등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유포되기 시작했다. 구글, MS, 페이스북, 베트남 빈(VIN) 그룹 등이 거론된 기업들이며 LG전자는 MC사업본부를 분할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빈 그룹은 자체적으로 스마트폰과 자동차도 생산하는 등 '베트남의 삼성전자'로 알려졌다. LG전자와는 3년 전부터 ODM 사업을 함께 하고 있는 파트너 기업이다. 빈 그룹이 MC본부의 미국 사업을 인수하게 되면 스마트폰을 만드는 '빈스마트'가 빠르게 LG전자의 스마트폰 기술, 영업망,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리고 미국 시장에 손쉽게 진출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5조원의 누적 적자를 만든 MC본부의 매각이 진행된 것이 젊은 구광모 회장의 결단 덕분이다. 구 회장은 신성장동력으로 각광받는 전장부품 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 올해도 8000억원대 손실이 예상되는 MC사업본부를 최소화하고 '돈 되는' 사업에 집중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얼마 전 LG전자는 세계 3위 자동차 부품업체 캐나다 '마그나 인터내셔널'과 합작법인을 설립했을 때 LG전자 주가가 크게 올랐고 다시 MC사업본부 매각설이 나돌면서 주가가 최고가를 경신했다. 그간 LG전자 오너와 사업본부장이 냉정하게 판단하지 못하고 큰 적자에도 23분기 동안 유지돼 온 MC사업본부가 스마트폰 사업에 아쉬움과 미련이 적은 젊은 구 회장의 판단으로 정리 수순에 들어간 것을 두고 증권가에서는 '적절한 조치'라고 보고 있다.

결과적으로 LG전자로서는 약점을 줄이고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하지만 그로 인해 국내 스마트폰 시장, 특히 안드로이드폰 시장은 삼성전자 독점이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LG전자가 ODM 형태로 보급형 스마트폰을 지속적으로 출시하더라도 애초 판매량을 기대하기 어렵기에 국내에서 갤럭시 파워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해외에서는 아이폰 외에도 수십여 브랜드의 안드로이드폰이 출시돼 선택지가 넓지만 이제 국내에서는 갤럭시 외에 다른 제품을 찾아보기 어렵게 된다. 그렇기에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 제동은 팬택의 사업 철수보다 더 안타깝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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