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은행권이 영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위한 다양한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잇달아 시행하며 상생금융에 시동을 걸었다. 다만 현재까지는 은행권 공동 지원책에 초점이 맞춰진 만큼 개별 은행의 차별화된 지원 프로그램은 하반기에나 윤곽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부터 영세 개인사업자의 재기를 지원하는 ‘햇살론119’가 본격 시행된다. 앞서 28일에는 폐업 소상공인의 채무 부담을 완화하는 ‘폐업자 지원 프로그램’이, 지난 18일에는 맞춤형 채무조정 프로그램인 ‘소상공인 119PLUS’가 각각 시행된 바 있다.
서울 시내 은행 현금인출기(ATM) 앞을 시민이 지나고 있다. (자료=연합뉴스)
햇살론119는 사업 유지에 어려움을 겪는 영세 개인사업자들의 재기를 지원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성실히 이행 중인 영세 개인사업자에게 신규 자금을 공급해 불법 사금융 유입을 막고 제도권 금융으로 재진입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은행권 ‘개인사업자대출119’ 또는 ‘소상공인 119plus’ 프로그램을 3개월 이상 연체 없이 이행 중인 연매출 3억원 이하의 영세 사업자가 대상이다. 최대 2000만원 한도로 지원 받을 수 있다.
28일부터 시행된 ‘폐업자 지원 프로그램’은 폐업한 소상공인들의 채무 상환 부담을 완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폐업 전 사업자 대출을 이용하던 고객이 폐업 후 저금리·장기분할상환 가계대출로 갈아탈 수 있도록 했다.
2년 거치기간을 부여해 초기 원금상환 부담을 완화했다. 또 잔액 1억원 이하 신용 또는 보증부 대출은 약 3% 수준의 저금리 혜택을 주고 담보대출과 1억원 이하 신용대출은 최대 30년 장기분할상환도 가능하게 했다.
지난 18일 시행된 ‘소상공인 119PLUS’는 코로나19 등으로 매출이 감소한 소상공인을 위한 맞춤형 채무조정 프로그램이다. 기존 개인사업자대출119을 개편해 개인사업자에 한정됐던 지원대상을 법인 소상공인까지 확대했다. 또 기존 만기연장 중심에서 최대 10년까지 분할상환을 지원하도록 개선해 상환 부담을 대폭 낮췄다.
■ ‘이자 환급’ 상생금융과는 차별화..“지속가능성·맞춤형 지원 강조”
이번에 잇따라 시행된 소상공인 지원책은 지난해 12월 23일 은행권이 금융위원회, 중소벤처기업부, 금융감독원과 공동 발표한 ‘은행권 소상공인 금융지원 방안’의 후속 조치다. 지난해 ‘지속가능한 맞춤형 소상공인 지원방안 마련 은행권 태스크포스(TF)를 통해 마련됐다.
지난해 시행된 은행권 민생금융지원방안과 비교했을 때 1회성 이자 환급 대신 채무조정, 컨설팅, 폐업자 부담 완화 등 맞춤형 지원과 지속가능성에 방점을 둔 것이 특징이다.
다만 현재까지는 은행권 공동 방안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은행별로 차별성 있는 프로그램은 아직 부족한 상황이다. 지난해 시행된 은행권 민생금융지원방안의 경우 공통 프로그램 이외에 자율 프로그램을 통해 은행별 상황에 맞춰 취약계층을 폭넓게 지원하는 특징이 있었다.
이에 따라 스마트결제기기 구입비용 지원(하나·우리은행), 전기료·난방비 지원(하나은행·카카오뱅크), 학자금 대출 상환금 캐시백(우리은행), 출산 축하금(신한·우리은행), 청년 아침 식사 제공(국민은행) 등 특색 있는 상생금융이 가능했다.
■ 하반기 컨설팅 프로그램으로 확대..은행별 ‘색깔’ 기대
은행권에서는 하반기 ‘은행권 컨설팅 프로그램’이 추가로 시행되면 은행별로 차별화된 지원책이 본격적으로 나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시중은행들이 각자 영역에서 발전시켜 온 소상공인 컨설팅 지원 프로그램을 유기적으로 연계하고 확장하는 것이 핵심이다. 자금 공급과 채무조정 등 금융 영역뿐만 아니라 창업·운영·폐업 컨설팅 등 비금융 영역까지 아우르는 통합 서비스로 발전할 전망이다.
현재 4대 시중은행의 경우 전국 단위의 소상공인 컨설팅센터를 통해 창업·운영·폐업 등 상황별 맞춤형 경영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2016년 ‘KB소호 컨설팅센터’를 출범해 현재 13개 센터를 운영 중이며 비대면 상담이 가능하도록 플랫폼도 구축했다.
신한은행은 2017년부터 ‘SOHO 사관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올해부터 기존 단일과정으로 운영하던 교육과정을 올해부터 초·중·고급과정으로 개편해 성장단계별 맞춤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전국에 3곳의 소상공인드림센터를 운영 중이다. 지난해에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위한 경영컨설팅 조직을 신설해 ESG 정밀진단, 사업모델 개선, 자금조달, 상권 분석 등 다양한 자문을 제공한다.
우리은행도 지난 2019년부터 소상공인 컨설팅 전담 채널인 ‘우리 소상공인 종합지원센터’를 전국적으로 6곳을 운영해오고 있다. 자영업·마케팅 전문가와 자영업자의 1대1 매칭을 통한 맞춤형 멘토링 서비스가 특징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권 컨설팅 프로그램이 본격화되면 단순한 금융 지원을 넘어 소상공인의 사업 전반에 걸친 종합적인 컨설팅이 가능해질 것”이라며 “각 은행이 자신의 강점을 살린 차별화된 지원 프로그램을 선보일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