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은행권이 연말 조직개편을 통해 ‘디지털 전환(DX)’의 시대를 지나 ‘AI 대전환(AX)’ 시대로 진입한다.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은행의 업무 체계 전반을 AI로 혁신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고객들이 AI 효능을 직접 체감할 수 있는 대고객 서비스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비자가 체감할 만한 AI 대전환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이 내년도 사업 전략을 구상하면서 AI 전환 속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는 한발 앞서 대고객 AI 서비스를 통합 출시하며 기세를 올리고 있다. 이와 비교하면 시중은행의 AI 전환은 걸음마 단계라는 평가도 나온다.
카카오뱅크 AI는 기존에 흩어져 있던 AI 검색, AI 금융 계산기, AI 이체, 상담 챗봇 등을 하나의 대화형 인터페이스로 묶었다. 고객은 복잡한 메뉴를 찾지 않고도 일상적인 언어로 송금이나 이자 계산을 처리할 수 있다.
카카오뱅크는 외부 생성형 AI에 검색증강생성(RAG)과 가드레일 기술을 얹어 보안성과 정확성을 높였다. ‘AI 네이티브 뱅크’로서 고객 접점의 사용성을 극대화했다는 평가다.
반면 시중은행들의 AI 활용은 아직 내부 업무용에 머물러 있다. 보고서 작성, 심사 보조, 마케팅 기획 등이 주된 활용 분야다. 업무 프로세스 고도화가 1차 목표이고 초개인화 추천·AI 에이전트로 확장하는 구조다.
주요 시중은행들은 이번 연말 조직개편을 기점으로 AI 대전환의 기세를 올린다.
우리은행은 AX 중심 조직 재편을 위해 기존 디지털전략그룹을 ‘AX혁신그룹’으로 변경했다. AX기반의 업무 프로세스 혁신을 통해 신속한 의사결정 체계를 구축하고 효율성을 높인다.
농협은행은 분산돼 있던 AI 전략, 데이터 분석, 로봇프로세스자동화(RPA)를 통합한 AI데이터부문을 신설했다. AI 대전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는다.
조직개편 앞둔 국민·신한·하나은행도 AI 전환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신한은행은 이미 3분기에 AX혁신그룹을 신설했다. 은행 내 여러 그룹과 부문에 분산돼 있던 AI 관련 조직 인력을 묶었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데이터AI본부를 AI데이터혁신본부로 개편했다. AI비즈혁신부, 금융AI센터 등 전담 조직 체계를 강화했다. 하나은행도 지난해 AI·디지털그룹을 ‘디지털혁신그룹’으로 확대 개편했다. 디지털 전략 수립과 AI 역량 고도화, 디지털 혁신, 부서 간 시너지 창출이 목표다.
은행권에서는 카카오뱅크와 시중은행의 차이를 단계의 격차보다는 전략의 차이로 보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AI 대화 서비스를 전면에 내세워 고객 단에서 먼저 체감도 키웠다. 시중은행은 전사 업무 프로세스와 거버넌스 재편을 노리는 중장기 전략을 취하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카카오뱅크가 한발 앞서 AI 네이티브 이미지를 가져간 것은 맞지만 시중은행들도 AI 에이전트 서비스 확장을 진행 중”이라며 “체감 정도에 차이가 있지만 AI 전환 단계에 큰 격차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