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임윤희 기자] 고려아연이 미국에 10조9000억원 규모 제련소를 짓기 위해 2조8510억원 규모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추진했다. 이에 영풍·MBK 연합이 법원에 제동을 걸면서 경영권 분쟁의 새로운 뇌관으로 떠올랐다.

영풍·MBK 연합은 서울중앙지법에 고려아연을 상대로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사진=연합뉴스)

영풍·MBK 연합은 16일 서울중앙지법에 고려아연을 상대로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번 유상증자가 기존 주주의 지분율과 의결권을 희석한다는 주장이다.

고려아연은 최근 이사회를 열고 크루서블에 신주를 발행하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신주 발행가액은 1주당 129만133원으로 총 2조8508억여원을 조달하며 신주는 기존 발행주식(1934만3263주)의 약 10.25%에 해당한다.​

회사는 이번 유증을 미국 전략광물 공급망 재편에 대응하기 위한 장기 투자라고 설명한다. 테네시주에는 약 10조9000억원을 들여 통합 제련소를 짓고 미국 정부·정부기관과 방산 기업 등이 참여하는 합작법인을 통해 갈륨·게르마늄 등 핵심 광물 생산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고려아연 측은 대규모 프로젝트 파트너인 합작법인에 신주를 배정하는 구조라고 강조한다. 합작법인에 지분 참여를 보장해 전략적 합작 관계를 공고히 하고 기존 온산제련소 갈륨 회수 공정 투자 등과 연계해 미국을 축으로 한 글로벌 전략광물 공급망을 키우겠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영풍·MBK 연합은 미국 제련소 사업 자체에는 동의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현재와 같은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은 기존 주주의 지분율과 의결권을 희석시킨다고 보고 있다.

합작법인이 신주를 통해 약 10% 지분을 확보하게 되면 내년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의결권 구도에 의미 있는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문제 삼는다.​

영풍·MBK 측은 경영권 분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제3자 배정 신주 발행은 상법과 관련 판례가 엄격하게 보는 영역이라고 강조한다.

상장사가 기존 주주에게 신주인수권을 우선 부여하지 않고 특정 제3자에게 신주를 배정할 때 경영상 필요성과 기존 주주 권리 침해 여부를 함께 따져야 한다는 점을 들어 법원의 가처분 인용을 요청하고 있다.​

이번 공방에는 올 6월 나온 HMG글로벌 신주발행 무효 판결도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당시 서울중앙지법은 고려아연이 HMG글로벌을 상대로 한 제3자 배정 신주 발행에 대해, 정관상 ‘외국의 합작법인’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신주발행을 무효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해당 신주 발행이 친환경 신사업 추진과 관련된 경영상 필요성을 갖고 있다고 보면서도 정관 요건 미충족을 이유로 무효 결론을 내렸다.​

업계에서는 이번 분쟁이 정관·상법 요건 충족 여부와 기존 주주의 신주인수권·의결권에 미치는 영향이 핵심 쟁점으로 부각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이 인용되면 미국 테네시 제련소 프로젝트의 자금 조달과 일정 조정이 불가피해질 수 있다.

반대로 기각될 경우 미국 합작 투자와 제3자 배정 유증을 동시에 추진하는 고려아연의 전략에 힘이 실리면서 내년 3월 주주총회를 앞둔 경영권 분쟁 구도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