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업계가 재도약을 향한 몸부림을 시작했다.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을 벗어나고자 다변화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글로벌·콘솔 시장 공략을 위해 전열을 재정비하는 중이다. 이에 본지는 국내 주요 게임사로 꼽히는 3N(넥슨·엔씨소프트·넷마블)사의 내년도 신작 파이프라인을 중심으로 사업 전략을 살펴본다.
[한국정경신문=변동휘 기자] 엔씨소프트는 올해 재도약에 사활을 걸었다. 혁신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연일 강조하는 등 변화에 대한 의지를 꾸준히 어필한 것이다. 특히 ‘아이온2’의 성공을 위해 전사적 역량을 집중했다. 그 결과 시장에 안착하며 다시금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엔씨 2.0’을 가시화해 나갈 계획이다. 이들의 다음 목표는 MMORPG 너머의 영역이다. 슈팅·서브컬처·캐주얼 등 다방면으로의 확장을 예고한 것이다. 세부 장르 타이틀을 확보해 군집화하는 ‘장르 클러스터’ 전략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나갈 예정이다. 내년 출시 예정작들을 통해 그 청사진을 보여주겠다는 방침이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공동대표 (사진=변동휘 기자)
■ ‘온몸 비틀기’ 끝 부진 탈출 실마리
엔씨소프트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경영난을 이겨내기 위해 총력전을 벌였다. 박병무 공동대표를 중심으로 조직 슬림화와 매출구조 합리화에 힘을 쏟은 것이다. 지난해 3개 게임 개발팀과 AI 연구조직을 분사시킨 것이 대표적이다.
구체적으로는 레거시 IP만으로 영업이익을 낼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데 집중했다. 그 기반 하에서 신작의 성과를 더해 성장을 이뤄내겠다는 복안이었다.
‘아이온2’의 시장 안착은 이러한 전략에 힘을 실어줬다. 정식 출시 전후로 많은 기대와 우려가 있었지만 점차 안정적인 성과를 낸 것이다. 론칭 이후 이틀간의 평균 DAU(일간 활성 이용자수)는 150만명 이상이었으며 첫 일주일간 25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아이온2’가 시장에 안착하며 엔씨소프트의 숨통을 트고 있다. (이미지=엔씨소프트)
이어 18일 만에 누적 매출 500억원을 돌파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일평균 매출로는 25억원을 넘어서는 셈이다. 당초 목표치인 연매출 3000억원 달성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회사 역시 게임의 성공을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특히 리니지라이크로 얼룩진 이미지를 씻어내는데 집중했다. 게임 내 부정적 이슈에 대해 핵심 관계자들이 이용자들과 적극 소통에 나선 것이다. 이는 ‘불통’이라는 선입견을 씻어내기 위한 노력으로 평가받았다. 아직 가야 할 길은 멀지만 일정 수준의 자신감은 얻은 셈이다.
■ 슈팅부터 캐주얼까지..非MMO로 영역 확대
내년부터 엔씨는 다양한 도전에 나선다. 기존에 주력으로 삼았던 MMORPG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그간 시도하지 않았던 장르까지 영역을 확장하겠다는 것이다.
우선 MMORPG 측면에서는 ‘아이온2’의 장기 흥행을 이어간다. 동시에 지난 ‘지스타 2025’에서 공개한 ‘호라이즌 스틸 프론티어스’의 개발을 진행한다.
장르 다변화와 관련해서는 클러스터 전략을 제시했다. 한 장르 내에서 다양한 세부 장르 타이틀을 다수 확보해 라인업을 구축하는 방식이다. 외부 개발작 퍼블리싱에도 적극 나서 서비스 포트폴리오를 크게 늘릴 계획이다.
이는 슈팅 장르에서 먼저 구체화한다. 분사를 통해 설립한 개발 자회사 빅파이어게임즈에서 개발 중인 ‘신더시티’와 퍼블리싱작 ‘타임 테이커즈’를 준비 중이다.
엔씨가 준비 중인 신작 슈팅게임 ‘신더시티’ (이미지=엔씨소프트)
서브컬처 신작으로는 국내 개발사 빅게임스튜디오의 ‘리밋 제로 브레이커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도쿄게임쇼를 비롯해 ‘AGF 2025’ 등 국내외 주요 전시회에 출품하는 등 벌써부터 기대감을 끌어올리는 중이다.
모바일 캐주얼 분야에도 힘을 싣는다. 관련해 지난 8월 별도의 전담 센터를 설치하고 관련 장르 전문가인 아넬 체만 전무를 수장으로 영입한 바 있다. 최근에는 자체 생태계 조성을 위해 기술플랫폼 기업과 게임 개발사 등 2곳에 대한 인수를 결정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공동대표 겸 최고창의력책임자(CCO)는 지난달 지스타 현장에서 “앞으로는 MMORPG의 본질을 새로운 각도로 비춰보고 슈팅과 서브컬처 등 다양한 장르에서 우리만의 색깔을 만들어 가고자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