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더랩 김경수 대표

5060 시니어 세대가 유튜브를 통해 AI·블록체인 투자 시장에 적극 진입 중이다. 정보 비대칭이 무너지며 새로운 투자 주체로 급부상하고 있다.

필자는 최근 글로벌 AI 및 DEPIN(탈중앙 인프라 네트워크) 관련 컨퍼런스 행사를 총괄 운영할 기회를 가졌다. 예전 같았으면 이런 블록체인 혹은 크립토 관련 밋업에는 2030대의 젊은 층이 주를 이루었을 것이다. 그들은 투자에 민감하고 새로운 기술에 대한 호기심과 열정으로 가득 차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컨퍼런스 현장에서 만난 관객들은 전혀 다른 양상을 보였다. 눈에 띄는 점은 백발이 성성한 5060대는 물론이고, 70대 이상으로 보이는 어르신들까지 행사장을 찾았다는 점이다.

행사 진행 도중 궁금한 마음에 몇몇 분들에게 어떻게 이 자리에 오게 되었는지 물어보았다. 대부분은 지인의 추천으로 참석했다고 답했지만 몇몇 분과 대화를 나눠보니 상당한 수준의 투자 지식과 함께 경제 흐름과 크립토 트렌드를 정확히 꿰뚫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 이들이 당장 다수는 아닐지 모르나, 분명 과거에는 보기 힘들었던 ‘준비된 시니어 투자자’들이 하나둘씩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눈에 띄는 변화는 이들이 정보를 습득하는 방식이었다. 과거에는 투자나 기술 관련 지식을 얻기 위해 전문 서적이나 고가의 세미나에 의존해야 했다. 이제는 유튜브, 트위터, 블로그, 팟캐스트 등 다양한 SNS를 통해 쉽고 빠르게 지식을 습득하고 있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유튜브 사용자의 25% 이상이 50대 이상이며, 실버 세대의 디지털 콘텐츠 소비 시간은 2020년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특히 ‘경제 읽어주는 남자’, ‘삼프로TV’, ‘신사임당’ 등 경제·투자 중심 유튜브 채널은 중장년층의 구독 비율이 매우 높으며, 이들이 AI, 크립토, 디지털 자산 투자 관련 콘텐츠를 꾸준히 시청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정보의 민주화는 세대 간 지식 격차를 빠르게 좁히고 있다. 과거에는 50~60대 이상 세대가 크립토에 관심을 갖는다고 하면, 다단계 방식의 네트워크 마케팅을 떠올리며 ‘묻지마 투자’로 취급받기 일쑤였다. 실제로도 그런 구조 안에서 피해를 입은 시니어들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는 시대가 바뀌었다. 이들은 유튜브 채널을 통해 비트코인의 구조부터 AI 모델의 학습 방식까지 독학할 수 있는 환경에 놓여 있다. 심지어 투자 시뮬레이션 도구를 활용하거나, 디파이(DeFi) 지갑을 직접 사용하는 모습도 종종 목격된다.

이 변화는 단순한 소비자의 진입이 아니라, 새로운 투자자 집단의 형성이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할 만하다. 나이든 투자자들은 경험이 풍부하며, 일시적 유행에 휘둘리기보다는 장기적인 가치를 판단할 수 있는 안목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과거 부동산, 주식 시장에서 오랜 기간 투자 활동을 해온 세대이며, 이제는 자신들의 자산을 디지털 자산 영역으로 분산시키고자 하는 의지를 갖고 있다. 블록체인과 AI는 그러한 자산의 새로운 흐름이 되는 것이다.

특히 이번 행사의 주제였던 AI와 DEPIN의 융합은 이들에게 강한 흥미를 불러일으켰다. AI는 더 이상 젊은 개발자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생산성 도구로서, 자산 관리의 도구로서, 나아가 창작의 도구로서 시니어 세대에게도 실질적인 효용을 제공하고 있다. DEPIN이라는 개념 또한 그들에게 익숙하지 않을 수 있었지만, 일단 개념을 이해하고 나면 AI 연산 자원을 나눠 쓰는 분산 인프라라는 아이디어에 빠르게 적응하고 관심을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문제는 아직까지 우리 제도가 이러한 새로운 투자자 세대의 요구와 역량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전히 크립토와 관련된 정책은 사기 방지, 규제 강화 중심으로만 접근되고 있으며, 정보 보호나 교육, 그리고 책임 있는 투자 문화 정착을 위한 제도적 뒷받침은 미비한 실정이다. 하지만 현재의 시니어 세대는 과거와는 다르다. 이들은 자산을 단순히 누군가에게 맡기기보다 스스로 관리하고 판단하려는 경향이 크며, 필요한 정보에 능동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에 익숙해져 있다.

따라서 지금이야말로 정부와 업계 모두가 이들의 존재를 제대로 인식하고, 이들을 위한 교육과 제도 마련에 나서야 할 시점이다. 자칫하면 또 다른 피해를 양산할 수 있는 환경이 될 수 있고, 반대로 본다면 올바른 틀 안에서 이들이 새로운 투자자 주체로서 건전한 디지털 경제의 기반을 형성할 수도 있다. 핵심은 ‘정보’와 ‘보호’, 그리고 ‘자율성’의 균형이다.

기술은 세대를 가리지 않는다. 세대가 기술을 외면하지 않는다면 남는 과제는 제도의 몫이다. 시니어 세대가 블록체인과 AI라는 새로운 물결 위에서, 투자자이자 사용자로서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사회가 길을 열어주는 일. 그것이 우리가 함께 해결해야 할 미래의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