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5대 시중은행 중 4곳에서 새로운 수장이 취임했다. 은행권에 대대적으로 리더십 교체가 이뤄진 것이다. 이는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와 장기적 경기 침체를 우려한 은행들의 생존전략이라는 분석이다. 이들 신임 행장들이 어느덧 취임 후 첫 분기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한국정경신문은 창간 15주년을 맞아 치열한 경쟁 속에서 각 은행 새 수장들이 거둔 성과를 짚어보고 어떤 미래 전략을 준비하고 있는지 살펴봤다. <편집자주>

이호성 하나은행장 (자료=하나은행)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이호성 하나은행장이 취임 후 첫 분기 실적에서 비이자이익 확대와 수익 구조 개선이라는 괄목할 성적표를 받았다. 하나은행은 고객 세분화 전략과 그룹 협업을 통해 ‘자산관리 명가’로서의 위상을 더욱 굳건히 다질 전망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 9929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17.8%의 두 자릿수 성장을 달성했다. 이는 하나금융지주 전체 순이익 1조1277억원의 약 88%를 차지하는 압도적 기여도다.

핵심 수익성 지표인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1.87%로 전년 동기 대비 1.19%포인트 상승했다.

이번 실적의 가장 큰 특징은 비이자이익의 대폭 성장이다. 하나은행의 1분기 비이자이익은 3300억원으로 전년 대비 41.9% 급증했다. 이호성 행장이 취임 후 강조해온 기업금융, 외국환, 자산관리 등 핵심 사업의 시너지와 수익 기반 다변화 전략이 결실을 맺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자이익은 1.67% 감소한 1조9359억원을 기록했으나 비이자이익의 견인으로 전체 수익 안정성은 오히려 강화됐다.

하나은행의 총자산은 1분기 말 기준 642조1196억원(신탁자산 포함)으로 전년 대비 약 5.4% 성장했다. 원화대출잔액은 303조568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 성장하며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갔다.

건전성 지표 역시 양호한 수준을 기록했다.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은 0.29%로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했고 연체율은 0.32%로 소폭 상승했으나 업계 평균 대비 우수한 수준을 보였다.

■ 비이자익 상승 비결은 고객 기반 확대

하나은행의 이 같은 성과는 특화 브랜드 전략에 기반한 고객 맞춤형 접근법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다양한 고객군의 니즈에 맞춘 맞춤형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기존의 획일적 금융 서비스에서 벗어나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는 기반이 됐다는 분석이다.

이 행장은 올 초 취임하며 ‘손님 중심 영업마인드’를 강조했다. 은행의 존재 이유인 ‘손님’에 집중해 모든 과정에서 손님을 최우선순위에 두고 고민할 것을 임직원들에게 주문했다. 또 ‘손님 퍼스트’ 기업문화를 하나은행의 DNA로 뿌리 내리겠다고도 했다.

영업점에서 첫 은행 생활을 시작해 기업금융전담역(RM), 지점장, 영업본부장 등 33년간 은행의 현장영업 선봉에 섰던 이 행장의 철학이 담긴 경영전략이다.

이 행장의 경영철학이 구체화된 것이 하나은행의 고객 특화 브랜드 전략이다.

■ ‘시니어·소상공인·외국인’ 특화 브랜드 전략

하나은행은 지난해 시니어 세대를 위한 통합 브랜드인 ‘하나 더 넥스트(HANA THE NEXT)’를 출범했다. 서울 을지로, 서초, 선릉역 등 주요 거점에 하나 더 넥스트 라운지를 열어 은퇴 자금 분석, 현금흐름 진단, 상속·증여 등 1대1 맞춤 상담을 제공한다. 전문 상담 인력이 상주해 금융뿐 아니라 건강관리, 취미, 교육 등 비금융 서비스도 아우르는 토탈 라이프케어 서비스를 제공한다.

하나은행은 소상공인 금융 특화 브랜드 ‘하나 더 소호(HANA THE SOHO)’를 출범했다. 소상공인 전용 대출, 맞춤형 금융상품, 경영 컨설팅, 상생금융 프로그램 등 실질적인 자금지원과 경영 솔루션을 제공한다. 소호 고객 기반 확보를 위해 하나은행은 지난해 기업그룹 내 소호 전담 조직인 소호사업부 신설을 마쳤다.

외국인 고객을 위한 특화 브랜드 ‘하나 더 이지(HANA THE EASY)’도 출범을 앞두고 있다. 기존 하나은행의 외국인 전용 모바일뱅킹 앱인 ‘하나EZ’를 개편해 외국인 맞춤형 금융 서비스로 확장한다.

하나은행은 2003년 외환은행 시절 국내 은행 최초로 외국인 특화 점포를 개설한 이후 현재 국내 최다(16개) 외국인 특화 점포를 운영 중이다. 지난달 전국 영업점 창구에서 외국인 고객을 위한 통역 서비스도 시작했다.

이들 특화 브랜드는 하나은행뿐만 아니라 그룹 계열사와 협력해 종합적인 자산관리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시니어·소상공인·외국인은 하나금융그룹이 꼽은 3대 미래 신성장 동력이기도 하다.

하나은행의 특화 브랜드 전략은 고객 세분화, 전 생애주기 공략, 그룹 시너지, 디지털 혁신 등 다양한 측면에서 금융 시장의 트렌드 변화에 부합한다. 이 행장이 신규 시장 선점과 고객 충성도 제고를 통해 중장기적으로 강력한 경쟁력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시니어·소호·외국인 3대 중점 추진 사업 영역에 대한 대표 브랜드 네이밍 전략화로 그룹 차원의 전사적 지원과 관계사 간 시너지 극대화를 도모하고 있다”며 “해당 손님군에 대한 전용 상품군과 서비스 라인업을 구축하고 특화 채널을 통한 온오프라인 경험을 확장하는 종합적인 전략을 통해 시장을 선도해 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