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은 마지막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라고 종교에서 말하고 나 또한 그렇게 받아들인다. 가보지 않은, 알 수 없는 길이기에 막연히 생각하면 불안하고 두려움만 가득하다. 일순간에 사라지는 것으로 여겨지는 죽음을 앞두고 살아온 일생을 돌아보는 것도 어렵고 무겁다.

죽음은 인간에게는 세상의 마지막이라는 가장 큰 두려움이라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러한 죽음을 애도하는 장례식을 언젠가부터 인생사의 하나의 멋진 이벤트로 만들고, 슬프고 어두운 모습이 아니라 가상의 장례식으로 꾸며내는 경우도 있다.

살아있을 때 감사함, 아쉬움, 미안함과 고마움 등을 초대한 지인들에 전하고 당부와 유언도 남긴다는 것을 전해 들었다. 물론 나는 코미디 쇼나 해외 토픽으로만 보았을 뿐이다. 아마도 태어남을 축하하고 기념할 이들에 행하는 많은 행사나 이벤트처럼 생을 마치고 돌아가는 죽음에 대한 장례를 다른 의미로 해석하고 축제같이 진행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특이한 행사같다.

일본에서는 모의 장례식과 유사하게 ‘생전장’(生前葬)이라는 행사로 간간이 행해지는 것을 뉴스나 토픽에서 볼 수 있다. 주요 진행 내용은 ‘개회인사 - 주최자(본인) 인사 - 친족 또는 아내(남편)의 대표자 인사 - 자신의 지난날 회고 또는 영상물 공연 - 건배/회식·환담(친구나 유지의 연설을 곁들임) - 여흥 - 본인 인사- 폐회 인사’ 순으로 치러진다고 한다.

그 외에도 죽음에 대한 다양한 이벤트는 각국에서 다양하게 특별한 행사로 치러지고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살아 있는 동안에 최선을 다했겠지만 모든 일이 완벽할 수 없었고, 미처 정리하지 못한 부분이 남아있어 언젠가 돌아 가야할 삶의 마지막을 자신도 지켜볼 수 있는 기념과 마무리의 의미로 가지고자 하는 열망으로 느껴졌다.

우리나라에서도 세상을 떠난 뒤 별도의 장례식을 치르고 싶지 않아, 팔순 잔치를 세상을 떠나는 작별 파티로 예행연습같이 장례식 리허설을 치른 경우가 있었다. 아름다운 빚을 소망으로 갚는다는 타이틀로 치러진 소망소사이어티의 창립자인 유분자 씨의 행사였다. 평소 ‘well-dying’을 생각하며 비우고 떠나는 의미의 생전 장례식을 치른 것이다.

생전에 만난 많은 사람들을 초대하고 그들과의 인연과 추억을 떠나기 전에 아름답게 회상하며 정리하고 싶어했던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묻힐 때 하나의 묘비를 세우고 남은 이들에게 묘비에 남기고 싶은 글을 미리 만들기도 하였다.

우리나라의 장례에 대한 의식은 과거로부터 지역적 가문별 종교별로 다양한 절차와 복잡한 방식으로 중요한 행사로 진행되었다. 그러나 이로 인한 문제들은 때로는 정쟁의 빌미가 되어 역사에 기록되고 남은 사람들을 더 깊은 문제로 치달았다. 그리고 떠나는 사람의 풀지 못한 숙제들이 남은 사람에게 고통으로 남기도 하는 사례도 많았다. 더불어 허례허식으로 인해 실속은 없으면서 겉으로만 거창하게 꾸며져 오히려 가는 사람에 대한 추억이나 기념이 아니라 정성도 없는 과시에 지나지 않는 경우 또한 비일비재했다.

나도 기회가 된다면 이런 무의미와 문제를 벗어나 멋진 삶의 마무리를 살아가는 동안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고, 감사와 사죄 등 몇 가지 의미 있는 모습과 일들을 행사에 담고 싶다. 세상을 살아가며 나와 함께 인연을 맺어 희로애락을 겪었던 사람들을 초대하고, 추억을 회상하는 것은 물론 내가 풀지 못했던 것들을 조금이라도 설명하고 용서를 구하고 싶기도 하다. 특히 나와의 인연으로 인해 피해나 고통이 있었던 분들에게는 그 연이 끊기기 전에 사죄하고 최소한 위로라도 드리고 싶다.

세상을 떠나기 전에 후회나 회한의 모든 것을 지우고 싶고, 조그만 흔적을 남길 수 있는 기회가 주어 진다면 이렇게 쓰고 싶다. “나는 노력하는 가운데 잘 떠나간다.”라고 쓸 것이며, 못다한 미련이나 숙제도 훌훌 털어버릴 것이다. 그리고 누구보다 멋지게 다음 여행을 가볍게 떠나고 싶고, 나로 인한 아픔이나 그리움은 더 이상 그들에게 남기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