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가 장기 불황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공사비 급등 여파로 수익 창출 어려움이 지속된 결과다. 하지만 1분기 성적표를 받은 후 달라진 분위기가 관측됐다. 고비용 재건축·재개발 사업장이 준공되면서 주택사업의 회복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한국정경신문은 창간 15주년을 맞아 기지개를 켤 준비 중인 건설업계의 주택사업 현황과 수주 격전지를 짚어봤다. <편집자 주>
[한국정경신문=우용하 기자] 건설업계에서 업황 개선 실마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DL이앤씨와 HDC현대산업개발, 대우건설이 주택사업 수익과 원가율 개선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물론 대부분 건설사의 실적은 여전히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하지만 공사비 급등기 사업장이 점차 해소됨에 하반기부터 반등에 나설 것이란 기대가 커진다.
(왼쪽부터)DL이앤씨, 대우건설, HDC현대산업개발 본사 전경 (자료=각사)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DL이앤씨는 1분기 영업이익 809억7120만원을 달성했다. 지난해 동기 대비 33% 증가한 것이다.
대우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의 영업이익도 성장했다. 먼저 대우건설 영업이익은 1년 전과 비교해 31.8% 증가한 1513억원으로 확인됐다. HDC현산은 540억원이며 29.8% 늘었다.
세 건설사의 성장은 주택사업 수익성이 개선된 성과로 분석된다.
배세호 iM증권 연구원은 “DL이앤씨의 주택마진은 착공 믹스가 전반적으로 개선돼 전년 대비 성장하는 흐름을 보였다”며 “1분기에 많은 착공 물량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마진 개선 가시성은 더 선명해졌다”고 판단했다.
신대현 키움증권 연구원은 “대우건설은 전 사업부의 매출총이익률(GPM)이 예상을 크게 상회했다”며 “주택건축 부문 GPM은 10.8%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1분기 주택건축 부문의 GPM은 6.6%에 불과했다.
원가율이 안정된 점도 주요했다. 실제 DL이앤씨의 1분기 원가율은 89.3%를 기록했다. 1년 전과 비교해 1.1%포인트 낮아졌다. 주택사업 부문 원가율은 같은 기간 93.0%에서 90.7%로 2.3%포인트 감소했다.
반면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포스코이앤씨는 실적 부진을 피하는 데 실패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현대건설의 1분기 영업이익은 각각 1590억원, 2137억원으로 집계됐다. 포스코이앤씨의 영업익은 240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삼성물산 52.8% ▲현대건설 14.8% ▲포스코이앤씨 28.4% 줄어든 것이다.
삼성물산의 부진은 국내외 대형 프로젝트 준공과 하이테크 프로젝트 발주 물량이 감소한 영향으로 보인다. 포스코이앤씨는 플랜트와 인프라 매출이 위축된 탓으로 평가된다. 현대건설의 영업이익 감소는 주택 사업의 고원가 현장이 대거 준공된 결과로 분석됐다.
하지만 현대건설 관계자는 “공사비 급등기에 착공한 현장이 순차 준공되고 핵심 사업지 공정이 본격화됨에 따라 분기별 수익성은 점진적으로 회복될 전망이다”라고 밝혔다.
증권가에서도 공사비 급등기 수주 현장 준공을 통해 하반기부터 업황은 반등할 것이란 평가가 나왔다.
김세련 LS증권 연구원은 “2021년 착공된 현장이 준공되면서 고비용 공사 정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며 “이 과정에서 수익성은 회복되는 중이다”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전망에 건설사들의 목표가는 상향되는 추세다. 한국투자증권은 현대건설의 목표가를 18.9% 상향한 6만3000원으로 제시했다. 미래에셋증권은 DL이앤씨의 목표가를 5만3000원으로 올렸다. HDC현산과 대우건설의 목표가는 각각 삼성증권과 유안타증권이 3만1000원, 4300원으로 상향했다.
업황 개선 기대가 커짐에 따라 주택사업 신규 수주 활동 역시 활성화되는 모습이다. 특히 그동안 수주 활동에 소극적이던 삼성물산은 정비사업을 통한 수익 개선 의지를 밝히며 적극 나서기 시작했다.
연합뉴스가 취합한 자료에 따르면 1~4월 시공능력평가 상위 10개사의 정비사업 수주액은 14조7122억원이다. 지난해 연간 수주액의 53.8%를 4개월 만에 확보한 것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플랜트나 인프라와 같은 사업도 중요하지만 아직 건설사 수익에서 핵심은 주택·건축 사업이다”라며 “고비용 사업장의 준공을 통해 원가율과 수익성은 개선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주요 건설사의 수주 활동에도 속도가 붙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