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이더랩 대표
한때 한국의 암호화폐 거래소 시장은 세계적인 관심을 받았다. 2017년 불장을 기점으로 거래량이 급격히 증가하며 전 세계에서 한국 투자자들의 영향력이 커졌다. 당시 국내 거래소는 40개가 넘다. 새로운 거래소가 하루가 멀다 하고 등장할 정도였다. 현재는 업비트와 빗썸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거래소가 사라졌다. 국내 5대 거래소 중 하나였던 고팍스마저도 사업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내 거래소 시장은 점점 고착화되고 있다. 업비트와 빗썸이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해외 거래소들과 비교하면 성장세가 둔화된 모습이다. 시밀러웹의 올해 2월 기준으로 살펴보면 국내 주요 거래소의 순방문자 수 증가율상 빗썸은 전년 대비 50%, 업비트는 2% 증가하는 데 그쳤다. 반면 해외 거래소인 게이트아이오는 872%, MEXC는 132%의 증가율을 기록하며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이는 한국 거래소들이 점차 경쟁력을 잃고 있는 것으로 읽힌다. 투자자들이 해외 거래소로 빠져나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게이트아이오와 MEXC는 해외 사용자뿐만 아니라 한국 투자자들도 적극적으로 유입되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국내 거래소들이 커뮤니티 장악력과 혁신적인 서비스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경쟁력이 더욱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
반복된 패턴과 혁신 부족은 국내 거래소로부터 투자자들을 떠나게 만들었다. 국내 투자자들이 한국 거래소에서 이탈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반복되는 패턴에 대한 피로감이다. 국내 거래소들은 오랫동안 같은 방식으로 운영되어 왔다. 혁신적인 서비스는 찾아보기 어렵고, 상장되는 코인들도 차별성이 부족하다.
반면 글로벌 시장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다양한 파생상품과 NFT, DeFi(탈중앙화 금융),밈코인, DEPIN 등 새로운 기술과 금융 서비스가 등장하며 시장을 확장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거래소들은 여전히 기존 모델에 머물러 있으며, 규제 이슈로 인해 신사업을 펼치는 것도 쉽지 않다.
특히 암호화폐 시장에서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커뮤니티 장악력이다. 바이낸스, 게이트아이오, MEXC 등 해외 거래소들은 적극적인 커뮤니티 운영과 다양한 사용자 혜택을 통해 성장했다. 국내 거래소들은 투자자들과의 소통이 부족하고, 사용자 중심의 이벤트와 혜택이 제한적이다. 결국 투자자들은 보다 적극적인 지원과 혜택을 제공하는 해외 거래소로 이동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해외 거래소의 ‘현금 인출기’로 전락할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 국내 투자자들은 점점 해외 거래소를 통해 자금을 입출금하는 용도로 국내 거래소를 활용하고 있다. 이로 인해 국내 거래소의 경쟁력이 약화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국내 투자자들이 해외 거래소를 선호하는 이유와도 연결된다. 국내 규제의 엄격함으로 인해 투자자들은 보다 유연한 거래 환경을 제공하는 해외 거래소로 이동하고 있다. 이는 국내 거래소가 단순한 자금 입출금 통로로 전락할 가능성을 높인다. 예를 들어 국내 거래소에서는 일부 코인의 레버리지 거래가 불가능하다. 거래 가능한 코인의 종류도 제한적이다. 해외 거래소들은 다양한 알트코인과 파생상품을 제공한다. 아울러 높은 레버리지와 수수료 혜택을 내세워 투자자들을 유치하고 있다.
이와 같은 흐름이 지속된다면, 결국 국내 거래소들은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한 채 투자자들의 자금이 해외 거래소로 빠져나가는 ‘관문’ 역할만 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한국 암호화폐 시장의 발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와는 반대로 해외 거래소들은 적극적인 확장을 통해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이낸스의 코인마켓캡 인수다. 바이낸스는 2020년 4월, 세계 최대 암호화폐 정보 제공 사이트인 코인마켓캡을 약 4억 달러에 인수하며 데이터 시장을 장악했다. 거래소 자체 운영뿐만 아니라, 암호화폐 투자자들에게 필수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플랫폼까지 흡수하며 시장의 흐름을 주도한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바이낸스 랩스는 유망한 블록체인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및 육성을 통해 생태계를 확장하고 있다. 단순한 거래소를 넘어 기술 개발과 사업 관리를 돕는 역할까지 수행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스타트업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또 다른 사례는 게이트아이오다. 게이트아이오는 신생 프로젝트들이 초기 시장에서 실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단순한 거래 기능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블록체인 기술을 실험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해외 거래소들은 데이터 제공, 스타트업 투자, 테스트베드 역할 등 다양한 방식으로 차별화를 이루며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한국의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경쟁력을 되찾기 위해서는 단순한 거래 중개소 역할을 넘어서야 한다. 생태계 전반을 아우르는 플랫폼으로 발전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해외 거래소들의 성공 사례를 참고하고, 시장 흐름에 맞는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가장 먼저, 데이터 시장에 진출해야 한다. 바이낸스가 코인마켓캡을 인수하며 투자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신뢰도를 높인 것처럼 국내 거래소들도 자체적인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
스타트업 지원과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바이낸스 랩스처럼 유망한 블록체인 기업을 육성하고 투자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면 기술력이 뛰어난 프로젝트들이 국내 거래소를 통해 성장할 수 있다.
테스트베드 역할을 더욱 확대할 필요가 있다. 게이트아이오는 신생 프로젝트들이 초기 시장에서 실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국내 거래소들도 새로운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상장 지원과 기술적 인프라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커뮤니티 장악력은 필수적이다. 암호화폐 시장에서 커뮤니티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해외 거래소들은 적극적인 커뮤니티 운영을 통해 충성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국내 거래소들도 투자자들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사용자 중심의 서비스와 이벤트를 지속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현재 한국의 암호화폐 거래소들은 변화하지 않으면 도태될 가능성이 높다. 투자자들은 반복되는 거래소 운영 방식에 지쳐 해외 시장으로 빠져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거래소들은 신사업 확장보다 규제 대응에 집중하며 글로벌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한국의 거래소들이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거래 중개소를 넘어 기술과 커뮤니티 중심의 플랫폼으로 전환해야 한다. 글로벌 시장의 흐름을 읽고 보다 혁신적인 전략을 마련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