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 악화에 지속가능 성장 절실한 건설업계, 올해 주목하는 키워드는?

서울 강남 노른자 지역 재건축·재개발에도 소극적
대형건설사, 친환경에 눈돌려..미래 먹거리 창출·수익 극대화 초점

박세아 기자 승인 2024.03.06 09:42 의견 0
서울 재건축 단지에서 크레인이 작동하는 모습. (자료=연합뉴스)

[한국정경신문=박세아 기자] 올해 들어 건설업체의 정비사업 수주 규모가 대폭 축소되고 있는 추세다. 건설경기 불황에 수익성 악화가 우려되면서 알짜 지역의 재건축·재개발 시공권을 포기하는 기업들도 많아지고 있다.

건설사들은 건설업 호황기 때처럼 주택 사업에서 당장 수익성을 확보하는 것보다 신사업 발굴을 통해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미래 지속가능한 성장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6일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국내 건설사들이 민간으로부터 수주한 주거용 건축 금액은 지난 2022년 80조8133억원까지 증가했다가 지난해 54조4384억원으로 급감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업계는 올해 수주금액이 더욱 급감할 것으로 보는 점치는 분위기다.

실제로 DL이앤씨와 대우건설은 올해 주택 목표 수주액을 지난해보다 약 2조원씩 낮췄다.

하반기 발주가 예고된 서울 강남구 압구정 재건축과 성동구 성수전략정비구역 시공사 선정이 미뤄질 경우 지난해보다 낮은 수주액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건설사들은 서울 강남권 등 노른자 지역 재건축·재개발 시공권에도 적극적이지 않다.

강남구 '개포주공5단지' 재건축 시공사 선정은 사실상 유찰됐다. 지난달 열린 시공사 선정 현장 설명회에 대우건설만 입찰참여 확약서를 제출했다.

정비사업은 시공사 선정 시 경쟁이 섭립되지 않으면 유찰된다. 2회 유찰 시 수의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송파구 '가락삼익맨숀' 재건축 수주전도 이달 유찰됐다. 적극적인 참여의사를 보인 현대건설과 달리 대우건설이 불참했다. 동작구 '노량진1구역 재개발 역시 2회 유찰된 상태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날이 갈수록 높아지는 건자재비와 높은 금리, 또 인건비 등 요인으로 알짜배기라 평가받는 지역들의 재건축 수주도 이익을 남기기 어려운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사실상 큰 건설사는 수주 목표액을 줄이는 등 수치를 제시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건설사들은 이마저도 의미가 없는 상황"이라며 "어려운 업황이 짧게는 올해, 길게는 내후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수주액보다 생존에 사활을 건 건설사들이 더 많다"라고 설명했다.

대우건설이 나이지리아 NLNG Train 7 플랜트 현장에서 극저온용 열교환기 설치를 완료했다. (자료=연합뉴스)

■ 수익성 악화 타개책 찾는 건설업계, 올해 키워드는 친환경·신재생에너지

건설사들의 수익성 악화 문제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지난해 견조한 실적을 냈던 건설사들도 신사업 진출로 어려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신재생 에너지 분야를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시공능력평가 1위인 삼성물산의 경우 그린수소·암모니아 등 신재생 에너지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다는 목표다. 지난해 12월 수주한 오만의 '살랄라 H2 그린암모니아 프로젝트'를 비롯해 태양광 발전을 활용한 '경북 김천 그린수소 생산설비 구축' 등을 추진하며 신사업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시공능력평가 2위인 현대건설 역시 친환경 분야에 집중한다. 앞서 현대건설 윤영준 사장은 이미 임직원 대상 올해 신년사를 통해 수소·이산화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등 미래 기술 개발 전략에 집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설계와 조달, 시공(EPC)은 물론 사업개발과 운영에 이르기까지 발전사업의 전 영역을 아우를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재활용에너지 전환 모델 구축, 에너지 절감기술 도입 등을 통해 현대차그룹을 포함한 국내 기업의 RE100 달성 및 친환경 경영 행보에 적극 발맞출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강점을 지니고 있는 국내 최다 원전 건설사로서의 명맥도 이어나간다. 현대건설은 대형원전 분야의 유럽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앞서 현대건설은 신한울 3·4호기 건설사업을 수주한 바 있다.

이어 3위인 대우건설도 육·해상 풍력발전, 연료전지발전 등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단순 시공에서 벗어나 시행·시공을 병행하는 디벨로퍼로서의 역량을 키운다는 목표다.

다만, 친환경 및 신재생에너지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체질개선을 시도하는 건설사들의 구체적 성과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분석된다. 아직 에너지 등 신사업 관련 매출 창출이 본격화되지 않고 있는 시점이어서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업황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변하는 것은 당연하다"라며 "현재 다수 건설사가 관심갖는 친환경,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집중하는 것은 이제 출발인 상태기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 수익성을 키워나갈지 살펴보는 것도 건설업계 발전을 볼 수 있는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 시공능력평가 10위권 안팎의 건설사들도 친환경은 아니지만 신사업 발굴에 열 올리고 있다.

대표적으로 2022년 말 한화에 흡수합병된 한화건설의 경우, 대규모 복합개발 사업을 주목하고 있다. 주거와 업부, 문화, 여가, 상업 등 다양한 용도의 시설을 도시계획적으로 연계해 개발하는 데 집중한다.

한화건설 관계자는 "총 사업비 2조원 이상이 투입되는 서울역 북부역세권 복합개발사업 착공, 잠실 스포츠 마이스 복합공간 조성, 수서역 환승센터 복합개발, 대전역세권 복합개발사업 등 주요 사업들이 차질없이 진행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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