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빼든 김범수..‘카카오 쇄신안’이 불러온 변화

사법 리스크 후 비상경영체제 돌입
다섯 차례 걸쳐 비상회의 직접 주재
창업자 쇄신 선언 이후 주가 반등세

김명신 기자 승인 2023.11.28 10:24 의견 0
(사진=카카오)


[한국정경신문=김명신 기자] 카카오의 경영 쇄신안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지배구조 리스크와 자회사 논란 등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은 카카오의 경영진은 현 상황을 최고 비상 경영 단계로 인식하고 경영 체계 자체를 일신하기 위한 변화에 힘을 실고 있다.

카카오는 최근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공동체 비상경영회의를 진행하면서 최근 문제가 발생한 원인을 강도 높게 조사하고 준법 감시를 위해 향후 외부 통제까지 받아들이는 방안까지 의견을 모으는 등 쇄신안에 주력하고 있는 모습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전날인 27일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 겸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 주재로 홍은택 카카오 대표,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를 비롯한 주요 공동체 CEO 등 2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카카오판교아지트에서 5차 공동체 비상경영회의를 진행했다.

카카오에 따르면 이날 회의에서는 지난 회차에서 논의한 ‘준법과 신뢰위원회’ 관계사 협약을 구체화한 내용을 공유하고 의견을 수렴했다. 또한 카카오 공동체의 인사, 재무, 법무 등 내부 경영 프로세스를 점검해 책임을 명확히 하는 구조로 강화하기로 했다.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은 “관리 프로세스에 느슨한 부분이 있는지 철저히 돌아보고, 전 공동체 차원에서 준법/인사/재무 등 측면에서 밀착 관리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편하기를 강력히 권고한다"고 말했다. 이어 "경영진들은 이러한 변화에 적극 협력하기 바라며, 어려운 시기를 보내며 많은 걱정을 하고 계실 크루(임직원)들도 잘 챙겨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앞서 김범수 센터장은 SM엔터테인먼트 시세 조종 논란 등과 관련해 준법 경영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1차 공동체 비상 경영회의에서 김 센터장은 “최근 상황을 겪으며 나부터 부족했던 부분을 반성하고, 더 강화된 내외부 준법 경영 및 통제 시스템을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면서 “우리가 지금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공동체 전반의 고민과 실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카카오)


카카오는 비상 경영회의를 진행하면서 관계사의 준법·윤리경영을 감시할 ‘준법과 신뢰위원회’를 설립하기로 하고 초대 위원장에 김소영 전 대법관을 위촉하는 등 쇄신안을 구체적으로 진행했다. 카카오에 따르면 ‘준법과 신뢰위원회’는 카카오 관계사의 주요 위험 요인을 선정하고 관련 준법감시 시스템 구축·운영에 관여할 뿐만 아니라 최근 문제가 된 과도한 관계사 상장, 공정거래법 위반, 시장 독과점, 이용자 이익 저해, 최고경영진의 준법 의무 위반에 대한 감시 통제 등에 대한 관리·감독과 능동적 조사 권한을 갖는다.

김 센터장은 “나부터 ‘준법과 신뢰위원회’ 결정을 존중할 것”이라며 “그렇지 않은 계열사들의 행동이나 사업에 대해선 대주주로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3차 공동체 비상 경영회의에서 김 센터장은 ‘초심’을 강조했다. 그는 “모든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국민 눈높이에 부응하는 기업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카카오 창업자로서 많은 분의 질책을 아프게 받아들이고 있다. ‘준법과 신뢰위원회’와 경영쇄신위원회를 통해 외부 통제도 받으며 빠르게 쇄신하고 국민의 사랑을 받아왔던 기업으로 초심으로 새로운 카카오가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선 지난 20일 진행된 4차 회의에서는 카카오모빌리티와 택시 단체 간담회에 따른 후속 조치와 ‘준법과 신뢰위원회’ 관계사 협약 관련 논의 등이 진행됐다고 카카오는 전했다.

김범수 센터장은 “올해 말에 가시적인 방안을 내고 내년에는 본격적으로 많은 일이 일어날 수 있도록 달리겠다”고 경영 쇄신에 대한 의지를 재차 피력했다.

한편 창업자인 김범수 센터장의 경영 쇄신 행보 후 카카오의 반등세가 주목을 받고 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김 센터장이 첫 비상경영회의를 주재한 지난달 30일 카카오 주가는 3만8000원으로 같은 달 27일(3만7750원) 대비 0.7% 올랐다. 29일에는 4만7500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특히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카카오는 이달 들어 31.88% 상승했다. 전체 코스피 종목 가운데 32번째로 크게 오른 수치로, 28일 기준 현재 5만원대를 회복한 모습이다. 카카오 주가가 단기간에 오른 것은 2021년 6월 이후 약 2년 5개월여 만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효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올해 카카오는 시장 변화에 따른 사업부 조정과 인공지능(AI) 투자 결정으로 매출 대비 비용 증가분이 컸다. 내년 자원 재배치 효과와 투자 증가분 부담이 경감되며 매출 증가가 이익으로 연결될 것”이라며 비용 효율화 및 영업 정상화에 따른 실적 턴어라운드를 예상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공동체 비상경영회의는 계획대로 순차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면서 “결과물을 만들어 내야 하고 이뤄져야 하는 만큼 향후에도 기한없이 지속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엄중하게 사안을 보고 있는 만큼 카카오 뿐만 아니라 각 계열사들도 관리 프로세스 강화 등 경영 쇄신에 더욱 주력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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