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우리은행장 선임 ‘혼전’..“전·현직 자회사 대표, 인사 임원도 후보 대상”

주총 이후 경영승계프로그램 가동..내달 초 숏리스트 윤곽
박화재·전상욱 사장 등 유력 후보, 자회사·관계사 대표 내정
김정기·김종득·박경훈 등 거론..세대교체 맞지 않다는 지적도
“전·현직 자회사대표 임원도 후보..차기 행장 가능성 열려있어”

윤성균 승인 2023.03.16 11:20 의견 1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내정자 [자료=연합뉴스 편집]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신임 회장과 손발을 맞출 차기 우리은행장 선임 절차가 혼전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유력 후보들이 이미 자회사와 관계사 대표로 내정되면서 조직 혁신과 세대교체에 적합한 후보군 선정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금융은 전·현직 자회사 대표와 이미 인사가 결정된 임원들도 여전히 차기 행장 후보군에 포함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오는 24일 정기주주총회 이후 경영승계 프로그램을 가동해 우리은행장 선임 절차에 나설 예정이다. 지주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서 주요 보직자 3~4명을 후보군으로 정하고 일정 기간 성과를 분석 후 후임자를 결정한다.

문제는 이원덕 우리은행장이 지주와 은행의 조직 및 인사 개편이 완성된 직후 용퇴를 결정하면서 임종룡 신임 회장이 수립한 계획의 수정도 불가피해졌다는 점이다.

지난 7일 우리금융은 새로운 조직혁신과 미래경쟁력 확보라는 임 내정자의 경영 전략 방향을 반영해 지주·은행·계열사에 대대적인 조직·인사 혁신을 단행했다. 여기에는 지주·은행 임원의 대대적인 인사 이동도 포함됐다.

지주 임원은 11명에서 7명으로 줄이고 6명을 교체 임명했다. 지주를 떠나는 전상욱 미래성장총괄 사장은 우리금융저축은행 대표로, 이종근 경영지원본부장은 우리자산신탁 대표로 내정됐다. 박화재 사업지원총괄 사장과 황규목 브랜드부문 부사장은 각각 우리은행 관계사인 윈피엔에스와 W서비스네트워크 대표로 자리를 옮긴다.

정석영 리스크관리부문 부사장은 우리아메리카은행 법인장을, 박종일 전략부문 부사장은 베트남우리은행 법인장을, 우병권 준법감시인 부사장은 중국우리은행 법인장을 각각 맡는다.

우리은행 부행장급 임원들도 대거 자회사 대표행이 결정됐다. 박완식 개인·기관그룹장은 우리카드 대표, 조병규 기업그룹장은 우리금융캐피탈 대표, 김응철 글로벌그룹장은 우리종합금융 대표, 김정록 준법감시인은 우리펀드서비스 대표를 맡는다. 신광춘 전 기업그룹장은 윈모기지 대표에 내정됐다.

이들 대부분은 유력한 차기행장 후보로 꼽히던 인사다. 특히 윈피엔에스 대표와 우리금융저축은행 대표로 내정된 박화재, 전상욱 사장은 지난해 차기 우리은행장 후보로 선정돼 이원덕 행장과 막판까지 경합을 벌이기도 했다.

당시 손태승 회장은 우리은행장에 이원덕 행장을 낙점한 뒤 박화재, 전상욱 사장을 지주로 불러들여 신설된 사장직에 임명해 계열사간 협력과 미래성장전략의 중책을 맡긴 바 있다. 이를 두고 당시 업계에서는 손 회장이 차기나 차차기 회장·행장 선임을 위한 후계 구도를 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임 내정자의 손에 의해 차기 행장 유력 후보들의 행선지가 일찌감치 결정되면서 정작 차기 우리은행장이라는 중책은 공백상태가 됐다.

상황이 이렇자 업계에서는 이번에 자회사 대표직에서 물러나게 된 김정기 우리카드 대표와 김종득 우리종합금융 대표, 박경훈 우리금융캐피탈 대표를 유력 후보로 거론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임 내정자가 조직혁신을 위해 재임 2년 이상 임기 만료 자회사 대표 전원을 교체했고 이원덕 행장도 임 내정자의 경영상 부담을 덜어주고자 사의 표명한 상황에서 전직 자회사 대표가 행장으로 복귀하는 것이 적절한지는 다소 의문이다.

우리금융은 전·현직 자회사 CEO는 물론 인사가 결정된 임원들도 차기행장 후보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아직 확실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이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자회사나 관계사 인사는 추천일 뿐이고 각사가 주총을 열어 선임하는 절차가 남아있다”며 “인사가 결정됐다고 행장 후보에서 제외된다는 것은 과한 해석”이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 당사자의 의지가 제일 중요할 텐데 의지가 있다면 충분히 (차기행장 후보) 대상이 될 수 있고 그 부분에 대해서는 기회가 다 열려 있다”며 “현직도 본인의 의지에 따라서 도전하는 것이 너무 자유로운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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