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이혼] #3 고부갈등보다 치명적인 장서갈등 (1)

김성원 기자 승인 2020.11.09 15:18 의견 0

이혼소송을 전문적으로 대리하는 고형석 법무법인 센트로 변호사의 칼럼 '남자의 이혼'이 연재됩니다. <편집자 주>

 법무법인 센트로 고형석 변호사 (자료=한국정경신문)

[법무법인 센트로=고형석 변호사] 겉보리 서말만 있어도 처가살이는 안한다, 뒷간과 처가는 멀수록 좋다?

옛날부터 처가살이라는 것이 얼마나 힘들었으면 겉보리 서말에 비유를 했을까. 그리고 처가로부터의 간섭이 남자들에게는 상대적으로 얼마나 큰 고통이었으면 처가를 화장실과 동급처럼 표현했을까.

시집살이를 하는 며느리도 고부갈등으로 힘든 건 마찬가지겠지만 우리사회는 유난히 처가살이에 대한 표현이 각박했던 것 같다. 그 만큼 과거에는 처가살이가 흔한 편이 아니었고 남성우월주의사회에서 처가살이나 데릴사위가 기피대상 또는 놀림의 대상까지 됐던 것만큼은 확실하다.

이제는 팍팍한 형편에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는 남자 혼자서만 돈을 버는 것보다 여자도 경제생활을 하는 맞벌이 부부가 대세다. 출산까지 선택의 문제로 변하면서 시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것이 아니라 자녀의 가정과 살림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장모와 함께 살고 있는 사위들도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고부갈등만 있는게 아니야, 사위들도 힘들어!

시어머니들도 그렇듯 장모도 물론 맞벌이로 바쁜 부부를 대신해서 그들의 살림을 도와주고 반찬을 해주거나 귀여운 자녀를 돌봐줄 수도 있다. 그러나 어느새 장모의 도움이 부부나 사위에게는 지나친 간섭이 되고 부부사이의 문제까지 관여하는 경우가 돼 부부갈등의 주요한 요소로 발전할 수가 있다. 이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고부갈등에서도 흔하게 나타나고 있는 갈등의 주요 원인이다.

그런데 요즘은 고부갈등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장모와 사위 사이에서의 불화, 즉 장서갈등도 요새 많은 남자들이 이혼 사유로 하소연하는 이슈가 된 것이다.

장서갈등의 모습은 고부갈등의 그것과 많이 다르지 않다. 예를 들면 고부갈등에서도 그대로 나타나듯 사위의 직업 및 직장에 대한 타박, 처가의 제사나 가족모임 행사문제, 장모님을 모시고 주말마다 가야하는 교회, 장인과 장모께 매달 드려야 하는 용돈, 부부사이 출산 및 자녀계획에 대한 장모의 지나친 간섭, 사위를 제쳐두고 장모가 아이들의 교육문제를 결정하는 등 고부갈등에서 문제되는 모습들이 장서갈등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구조적으로 장서갈등을 겪는 남자의 아픔이 고부갈등의 며느리보다 더 클 수 있다.

장서갈등이 고부갈등과 비슷한 원인에서 발생하고 그 모습이나 결과도 비슷하다. 하지만 조금 더 구체적으로 남자들에게 비수로 꽂히는 장모의 언행들은 따로 있다.

예를 들어 “자네가 얼마나 번다고” “결혼하면서 고작 전세해온 주제에” “내 딸 친구는 50평짜리에서 사는데” “우리 딸은 자네 때문에 창피해서 친구를 못만나고 있어” 등 남자의 경제력에 대한 비하들이 대표적인 예이다.

물론 여자들도 시어머니로부터 이런저런 상처되는 말을 듣는다. 이를 이유로 이혼까지 하는 경우가 빈번하지만 남자들은 비슷한 비난을 장모로부터 들으면 여자들보다 자존심에 큰 상처, 즉 정신적인 데미지(타격)가 상대적으로 클 수 있다는 것이다.

장서 갈등을 겪는 남자들에게는 심리적 위안거리가 없다

고부갈등의 며느리들보다 장서갈등을 마주한 사위들이 더 큰 혼란과 감정적인 절벽에 맞닥뜨리게 된다. 필자가 분석해 보건데, 아직까지 남자들이 자랐던 과거 환경이 남자들의 자존심을 추켜 세워주고, 그 자존심만은 건드려서는 안된다는 사회인식이 남아있는 이유도 있다. 그리고 고부갈등이나 힘든 일이 생겼을 때의 여자들은 자신들이 낳은 자녀들이 그녀들에게는 일종의 감정의 방패나 심리적 위안이 되어 줄 수도 있지만, 처가살이를 하는 남자들에게는 여자들과 같은 감정적 심리적 방어방법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결국 장서갈등을 겪게 되면 남자들은 위안받을 방법이 많이 않고 문제의 자존심 때문에 처가살이의 아픔을 차마 친구들에게도 잘 털어놓지도 못하면서 혼자 끙끙앓는 상황이 벌어지고 마는 것이다.

남자라고, 사위라서 해서 참아야 하는 시대는 끝났다

민법은 “배우자 또는 그 직계존속으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를 이혼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장모가 사위에게 부당한 대우를 한다면 이 역시 이혼사유가 되는 것이다.

또한 많은 판결에서 장모가 사위나 사위의 가족, 즉 사돈에게도 지속적으로 부당한 대우를 했다는 점이 밝혀져서 이혼을 하게 되는 경우가 빈발하고 있다.

예를 들면 자녀들의 학교를 선택하는 문제가 있어서도 장모가 간섭해 아내와 둘이서만 일방적으로 결정을 하고 사위에게는 통보를 하는 경우, 장모가 사위의 휴대전화나 지갑을 뒤지고, 장모가 자신의 친구까지 동원해서 사위를 미행하거나 사위의 직장까지 전화를 해서 의심을 하는 등 사위로 하여금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게까지 만드는 경우가 있었다. 이러한 경우에도 장모와 아내의 행위가 이혼사유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 동안은 장모에게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 그래도 남자인 사위가 참는 모습이 많았다. 또 집안 어른인 장모에게 대드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 것이란 인식이 팽배했다. 그러나 더 이상 참고 살기 힘들때는 스스로 행복해질 권리를 위해 이혼이라는 결단을 피하지 않는 사례가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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