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이혼] #1 왜 이렇게 된 걸까, 어떻게 해야 하나

김성원 기자 승인 2020.10.06 16:18 | 최종 수정 2020.10.19 15:42 의견 23

이혼소송을 전문적으로 대리하는 고형석 법무법인 센트로 변호사의 칼럼 '남자의 이혼'이 연재됩니다. <편집자 주>

법무법인 센트로 고형석 변호사 (자료=한국정경신문)

[법무법인 센트로=고형석 변호사] “생활비 모자라” → “돈 보내줘” → “돈 없어” → “돈!”

이혼을 상담하러 오는 대부분의 남자들이 아내로부터 받는 카카오톡 메시지다. 아내와의 평범하고도 화목한 대화는 없이 오로지 돈 달라는 말만 듣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물론 이는 아내가 사적인 용도로 사용하는 비용이 아닌 가정을 꾸리기 위한 필요적 지출 비용일 가능성이 더 높을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ATM 기계로 살고 있는 남자들

이혼의 위기를 겪으면서도 남자들은 아내로부터 돈 달라는 메시지 또는 생활비가 부족하다는 메시지만을 받는다. 하지만 이들 중에서 자신이 집안의 기둥이라는 사실을 인정받거나 남편 또는 아버지로서의 적합한 대우를 제대로 받고 있는 사람들이 과연 절대적 다수라고 할 수 있을까.

분명 모든 경우는 아니지만 남성들은 연애를 할 때부터 데이트 비용의 대부분을 내고 결혼을 한 후에는 직장에서 노예처럼 일만 한다. 자신이 버는 족족 집에 가져다 주지만 용돈으로는 담배값 정도를 겨우 받는다. 이 때문에 남자로서 제대로 된 사회생활도 하지 못하는 남자들이 적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의뢰인들 가운데는 아내뿐만 아니라 자녀들과도 어느새 심리적으로 멀어지고 그 자녀들마저 아버지를 그저 엄마를 서운하게 하는 인간으로만 취급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물론 한편으로는 여전히 아내와 여성을 학대하는 남자들도 있다. 다만 부당한 대접을 받는 남자들이 현저하게 늘어난 것이 현실이다. 그들의 외침에 법률적인 판단조차 균형을 잃어가는 현실을 법조인으로서 그냥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

단 한 번의 실수로 한순간에 노예가 되는 남자들

이처럼 ATM기계로만 살던 어느 날, 남자는 자신을 챙겨주고 아껴주는 여자를 만나 잠깐 실수를 하는 경우가 있다. 물론 혼인관계 중에 다른 여자와 부정한 행위를 한다면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런 남자들을 편들겠다는 것이 절대 아니다. 다만 가까운 이성이 그저 한 달에 한번 보는 술 친구라거나 직장에서 친하게 지내며 서로의 고민을 이야기하는 가까운 선후배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성친구의 존재를 걸리지 않으면 될 텐데 걸리는 순간 그것은 '걸린 죄'가 된다. 그 '죄'로 단박에 조선시대 공노비보다도 비참한 사노비의 신세로 전락한다. 아직 우리 법원이 유책 배우자의 이혼청구, 즉 바람핀 사람은 이혼을 하자고 할 자격이 없다는 것이 원칙적인 입장이다. ATM기계로 살다가 딱 한번 실수 하면 그 남자의 처지가 눈뜨고 볼 수 없을 지경이 되는 것이다. 단, 이성친구의 존재는 용서받지 못할 정도까지의 깊은 관계 또는 지속이 되지 않았어야 하며 그 용서의 기준은 그 부부만의 주관적인 기준일 수밖에 없다.

이혼 법정에 남자들의 편은 있는가

남자들은 발버둥친다. 이렇게 무시당하는 남편이자 외면받는 아버지로서 가장의 대우도 받지 못할 바에는 차라리 늙어서라도 혼자 사는게 낫겠다며 이혼을 결심한다.

그런데 협의이혼을 하자니 아내는 뭘 잘했냐며 이혼을 거부하고, 이혼소송을 하자니 이혼청구가 기각될 것만 같다. 아내에게도 큰 잘못이 있어서 이혼이 가능하다고 해도 법정 안은 바람핀 남자를 처단할 준비가 된 여성들 뿐이다. 아내의 변호사도 여자, 판결을 내려줄 판사도 보통 여성 판사들이 많은데 내 옆에 내 편이라고 앉아있는 내 변호사마저도 여성이라면?

재판이 진행될수록 과거 내가 저지른 사소한 실수나 허물들이 하나, 둘 소환된다. 언제부터인가 내 편이라도 믿었던, 이혼 사건을 주로 취급한다던 내 변호사가 나를 쳐다보는 눈빛이 심상치 않고 아주 깊은 속사정을 이야기하는 것이 부담스러워진다.

이혼소송의 판결은 왜 이다지도 남자들에게 가혹할까

모든 부부가 남편이 벌고 아내가 전업주부인 경우는 아니다. 대부분의 경우 남자가 평생 갖은 고생하며 돈을 벌면서 몽땅 집에 가져다 준다. 그 돈은 주부인 아내와 아이들이 다 썼는데, 법원은 아내에게 위자료로 수 천만원을 주고, 아내에게 전재산의 50% 이상을 주라고 한다. 어떤 경우에는 수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내놔야 하고, 아내에게 자녀들의 양육비마저 뺏기는 내용의 판결이 상당히 많다.

역시 판사도, 아내도, 아내의 변호사도, 내 변호사도 여성이라 그럴까? 1년 이상 끌어온 재판에서 내가 열심히 한 주장들을 법정 안 누구 한명이라도 제대로 들어 준 것이 맞나 싶다.

결혼생활 중 겪은 부당한 대우, 효과적으로 주장해야

예전의 세대는 달랐다. 물론 예나 지금이나 등골 빠지게 열심히 일하는게 주로 남성 가장인 경우가 아직도 많다. 예전 가장들은 집안에서만큼은 아내와 자녀들에게 기둥과 같은 남편이자 존경스러운 아버지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가장으로서의 권위 및 존경이 사라져갔다. 스스로의 행복을 찾기 위해 이혼을 결심한다고 해도 그 결과가 심히 부당하고 불공정하다. 우리 사회의 현상이 그러했다.

필자는 법무법인에서 이혼사건을 전담하는 남성 변호사다. 이혼소송에서 남자들이 권리를 인정받지 못하는 부작용이 있었다는 점을 인지할 수 밖에 없다. 남자들도 결혼생활 중 겪은 부당한 대우를 효과적으로 주장해야 한다. 필자가 위자료와 재산분할에서도 승소할 수 있도록, 아니면 적어도 최대한 덜 내어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이유다.

저작권자 <지식과 문화가 있는 뉴스> ⓒ한국정경신문 | 상업적 용도로 무단 전제, 재배포를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