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국내 4대 금융지주의 비은행 순익 비중 경쟁 판도가 급격히 바뀌고 있다. 우리금융지주가 대형 생명보험사 인수를 통해 대형 금융지주 순위를 흔들 가능성이 커졌다. 하나금융은 함영주 회장의 2기 체제 아래 계열사 간 시너지 확대에 집중하며 반격에 나선다.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 (사진=하나금융그룹)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4대 금융지주의 비은행 부문 순이익 비중은 KB금융이 42%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신한금융 31.1%, 하나금융 16.3%, 우리금융 10.0% 순으로 뒤를 이었다.

KB금융은 손해보험 등 비은행 계열사의 실적 기여 확대로 가장 높은 비중을 보였으며 신한금융도 30%를 넘는 양호한 수준을 유지했다. 하나금융은 16.3%로 중위권을 지키고 있고 우리금융은 10%로 가장 뒤쳐진 모습이다.

최근 우리금융이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자회사로 편입하면서 이러한 판도가 뒤바뀔 수 있다.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순이익이 우리금융 실적에 편입될 경우 비은행 부문 순이익은 기존 대비 2~3배 이상 급증하기 때문이다. 두 회사의 지난해 당기순익은 각각 3102억원, 1048억원 수준이었다.

이에 따라 우리금융의 비은행 실적 비중은 현재 10% 수준에서 단숨에 20~25% 치솟는다. 만년 ‘비은행 꼴찌’라는 꼬리표를 떼고 단숨에 3위로 올라서는 것이다.

반면 하나금융의 비은행 실적 비중은 2021년 32.9%로 정점을 찍은 뒤 2022년 18.9%, 2023년 4.7%까지 감소했다가 지난해 15.7%를 거쳐 올 1분기 16.3%로 반등했다.

하나금융의 비은행 비중 감소는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다. 우선 그룹의 ‘효자’인 하나은행의 이익이 급증하면서 비은행 부문의 상대적 비중이 줄어든 측면이 있다. 1분기 하나은행의 순이익은 그룹 전체의 88%를 넘어서며 은행 의존도가 심화됐다.

또한 1분기 비은행 자회사의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0% 감소했다. 특히 하나캐피탈의 이익이 급감했고 하나증권 역시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증시 변동성 등 외부 금융 환경 악화가 직격탄이 됐다.

함영주 회장은 지난 3년간 대형 인수·합병(M&A) 없이 비은행 계열사의 본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내실 다지기’에 매진해왔다.

지난 3월 연임에 성공한 함 회장은 2기 체제의 핵심 과제로 재차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를 꺼내 들었다. 목표는 2027년까지 비은행 순이익 비중을 3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함 회장 1기 체제와 마찬가지로 대형 M&A 보다는 14개 계열사 간의 유기적인 협업, 즉 ‘시너지 확대’에 초점을 맞췄다. 증권(IB·자산관리), 카드(트래블로그), 보험(요양 신사업), 자산운용(ETF 확대) 등 각 계열사의 강점을 살리면서 그룹 차원의 통합 마케팅과 고객 데이터 활용으로 시너지를 창출하는 것이 핵심이다.

최근 가시적인 성과로는 시니어 특화 통합 브랜드 ‘하나더넥스트’가 꼽힌다. 하나더넥스트는 은행, 보험, 증권, 자산운용 등이 공동으로 은퇴설계, 자산관리, 상속·증여, 건강관리 등 복합 솔루션을 제공한다. 지난해 계열사 사장단과 주요 임원들로 구성된 하나더넥스트 협의체를 구성하고 그룹 차원의 전사적 지원 체계를 구축했다.

함 회장은 지난 2월 그룹의 밸류업 계획을 설명하는 유튜브 영상에 직접 출연해 지속가능한 이익을 창출하려면 비은행 실적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그룹의 비은행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는 일에 주력할 계획”이라며 “비은행 계열사가 자체적인 경쟁력을 갖출 뿐만 아니라 계열사간 협업을 통해 그룹의 시너지를 높여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