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압승한 총선, '공시가 현실화 계획 폐지' 좌초될까

문 정부때 도입된 공시가 현실화 계획, 윤 정부는 폐지 중점..야당 압승하면서 법 개정 제동
다주택자 중과에 힘 보태는 공시가 현실화 계획, 부동산 시장 문제 해결? "간단한 문제 아냐"

박세아 기자 승인 2024.04.15 09:29 의견 0
서울 아파트 전경 (자료=연합뉴스)

[한국정경신문=박세아 기자] 22대 총선에서 야당이 압승하면서 '공시가 현실화 폐지' 계획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에 따라 향후 부동산세 감면도 불투명해졌다.

15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10부동산대책 등 민생토론회 후속으로 개정이 예정된 법안 건수는 17건이다. '부동산 가격공시에 관한 법률(부동산공시법)' 개정안이다.

공시가 현실화 계획은 문재인 정부가 조세 형평성 강화를 이유로 도입했다. 당시 50~70%에 머무는 공시가를 2035년까지 시세의 90%로 끌어올리는 게 핵심이다. 쉽게 말해 한국부동산원이 산정한 아파트 시세가 20억일 경우 18억원으로 공시가격이 산정되도록 하는 것이다.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은 이 계획에 대해 전면 폐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폐지하기 위해서는 부동산공시법을 개정해야 한다. 이미 윤 정부는 이의 연장선상에서 지난해 공시가격의 현실화율을 2020년 수준으로 끌어내리면서 공시가격이 역대 최대치인 18.61% 하락했다.

하지만 지난 10일 총선에서 야당이 압승하면서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던 부동산 규제 완화도 뒤로 미뤄질 가능성이 커졌다. 더불어민주당이 부동산세 감면을 부자 감세와 동일시하는 기조기 때문에 법 개정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 제동을 걸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 공시지가, 대체 뭐길래?

공시지가는 국가에서 국세와 지방세 같은 세금을 거둬들이기 위한 부동산 가격의 기준으로 시세와는 다른 개념이다.

지속해서 변동하는 부동산 시세는 세금의 기준이 되기 어려운 측면이 있어 안정성 확보를 위해 실거래보다 금액을 낮춰 공시지가가 형성된다.

문재인 정부 당시 실제 부동산 소유자들이 보유한 가치에 비해 공시가격으로 적은 세금을 내고 있다는 문제의식으로부터 공시가 현실화 계획이 출발했다.

부동산 세금은 보유세, 취득세, 양도세를 골자로 한다. 보유세는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로 항목으로 이뤄져있다. 이 가운데 유주택자들이 공시가 현실화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세금이 바로 이 보유세다.

자신이 소유한 부동산 가치가 공식적으로 높이 평가될수록 내야할 종부세와 재산세 등이 크게 증가하고 이에 따라 재산점수 항목이 반영되는 건강보험료도 대폭 인상될 수 있어 일부 유주택자에게는 큰 부담이 될 수 있는 세금이기도 하다.

아파트 전경 (자료=연합뉴스)

공시가 현실화, 무주택자들의 희망?

무주택자들에게 희망이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공시지가 현실화 계획은 추진됐었다. 문 정부는 세금에 부담을 느낀 다주택자들의 매물이 시장에 쏟아져 나오면 집값이 하락할 수 있다고 봤다. 이렇게 되면 세수 확보효과와 함께 부동산 투기 세력 축소, 공급 증가로 근본적으로 부동산 시장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 가운데 당장 영향을 받는 1주택 이상 소유자들에게는 복잡한 셈법이 작용함에 따라 희비가 갈렸다. 공시지가 상승으로 아파트 가격이 올라 대출 심사와 매도 시 유리하다는 이점도 존재했지만 반대로 재산세와 종부세도 같이 상승한다는 점이 부담으로 다가갔기 때문이다.

우선 종부세는 취득세와 다르게 보유하고 있는 자체만으로 지속해서 내야하는 세금이기에 종부세 대상이 되느냐 여부에 많은 이목이 쏠렸었다. 공시가율 현실화에 따라 지속해서 확대돼왔던 과세대상은 윤 정부 들어 공시가격이 다시 하락하면서 축소됐다.

구체적으로 윤 정부들어 먼저 주거용 건물의 경우 공시 가액은 6억원에서 9억원을 초과하면 과세하는 것으로, 특례로 1가구1주택자에게는 11억원에서 12억원까지 공제금액을 적용하는 것으로 바꿨다. 또 부부 공동명의 1주택자의 기본공제도 기존 12억원에서 18억원으로 올랐었다.

예컨대 1가구 1주택자가 11억원짜리 주택을 소유하고 있다면 종부세 과세대상이 아니게 된 것이다. 또 부부가 공시지가 18억원 이하 아파트를 소유하고있다면 종부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아파트 전경 (자료=연합뉴스)

공시지가 현실화, 긍정기능만 있을까?

공시지가 현실화는 합리적인 과세를 위한 기초작업으로 보일 수 있겠지만 역효과도 만만치 않다는 점에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게 일부 전문가 시각이다. 세금이 증가하면 분양가도 함께 높아져 실제 무주택자에게 혜택이 돌아가지 않을 가능성 때문이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공시가가 오르면 시세는 이에 맞춰서 동반 상승하기 때문에 주택 실거래가도 동반상승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이와 함께 임대인이 보유세가 증가한 만큼, 전셋값에 이를 반영할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즉 내 집 마련의 징검다리가 되는 전세제도가 제 기능을 못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주택 가격 안정화에 있어서도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다고 짚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단순히 세금 부담을 강화한다고 해서 다주택자의 부동산 매물이 부동산에 풀리는 계기가 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다주택자들은 향후 주택가격 상승 이득을 기대하면서 기다릴 수 있으며 오히려 세금 부담을 감내하고 세입자에게 일시적으로 전가하는 방법을 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부동산 시장은 유기체기 때문에 다주택자를 무조건 투기세력으로 규정하고 제도로 규제한다고 해서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가능했다면 지난 모든 정권에서 부동산 문제를 손쉽게 해결했겠지만 부동산 정책이 성공한 정부는 이제까지 없었다. 늘 역효과가 뒤따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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