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600만원' 상가 임대료를 둘러싼 임차인과 임대인 속사정..상가 공실률도↑

입지따라 형성되는 상가 임대료..마곡지구 600만원, 서울 북창동 월세 1000만원 이상
매출 적자보는 임차인, 월세까지 감당하기에 역부족
임대인, 손해볼까 두려워..선임대후분양에 관심

박세아 기자 승인 2024.04.02 08:33 의견 0
부동산중개사무소 (자료=연합뉴스)

[한국정경신문=박세아 기자] #서울 마포구에서 대기업 브랜드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요새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1년 째 매출 적자를 보면서 당장 내야 할 상가 임대료를 내지 못하고 있어서다. 편의점을 개업하고 얼마 안 돼 인근에 경쟁사 편의점이 가까이 개점한 데다, 근처 오피스텔 공사로 인해 소비자들의 가시권에서 A씨 운영 편의점이 멀어진 점이 약점으로 작용했다. 편의점 운영 계약 기간을 다 채우지 못했기 때문에 편의점 본사와 위약금 문제도 걸려있어 점포 정리도 쉽지 않다.

#B씨 역시 한숨 쉬는 나날을 이어가고 있다. 자신이 분양받아 임대를 준 상가에서 영업하는 편의점주가 더 이상 월세를 내지 못하겠다고 연락해왔기 때문이다. 월세를 5% 깎아주겠다고 했지만 이마저도 거부당했다. 당장 상가 가격의 50%에 해당하는 금액을 은행으로부터 대출받아 투자한 상황에서 편의점주가 월세 납입을 거부하면서 투자 수익은커녕 은행 이자를 자신이 부담하게 됐다. 큰 마음을 먹고 투자한 B씨 입장에서도 월세를 받지 못하면 받지 못하는 기간만큼 무료로 임대하는 꼴이 된다. 또 편의점주가 매장에서 나가기 전까지 돌려줘야 할 보증금에 대한 부가세까지 지속해서 내야한다.

최근 A씨와 B씨와 같은 상황은 상가 임대차 당사자 간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다. 그 원인 중 하나는 여느 때보다 높아진 상가 임대료다. 사실 상가 임대료는 표면적으로 임대인이 정하지만 이 또한 현재 입지 요건과 주변 인근에서 형성된 아파트나 오피스텔 등 시장가를 따라간다. 때문에 높아진 임대료를 온전히 개인의 탓으로 돌리기 어렵다.

부동산중개사무소 (자료=연합뉴스)

■ '상가 월세 얼마길래'

보통 유동인구가 많고 입지가 좋은 곳은 임대료도 비싸다. 상가 역시 인근 아파트 등 시세를 따라간다.

일례로 4~5년 전만해도 허허벌판이었던 마곡지구는 다양한 기업들이 입주하면서 유동인구가 많아진 탓에 새로운 상권으로 급부상했다. 이에 따라 월 임대료가 300만~400만원 수준이었던 것이 73㎡ 기준 약 600만원대까지 올랐다.

영등포구도 마찬가지다. 금융특구로 지정돼 있는 데다 최근 재개발·재건축 이슈가 겹쳐 가치가 재평가되면서 상가 임대료도 덩달아 뛰었다. 이곳 상가 임대료도 신축 기준으로 600만원 이상을 호가한다.

그렇다면 이 가격들이 과연 서울 다른 지역에 비해 특히 높은 금액대일까.

서울시가 지난 6일 발표한 '2023년 상가임대차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시내 주요 상권 1층 점포의 월평균 통상임대료는 1㎡당 7만4900원으로 나타났다. 점포당 평균 전용면적인 60.2㎡(18.2평)를 적용하면 통상임대료는 450만원, 보증금은 1제곱미터(㎡)당 95만6000원으로 평균 점포면적 적용 시 5755만원이었다. 평균가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보다 더 높은 금액대에 월세가 형성돼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서울 북창동의 경우 평균 전용면적으로 환산하면 월 임대료가 1087만원 수준이다.

서울시내 전경 (자료=연합뉴스)

■ 커지는 공실률, 대안은?

사실 상가 투자자 입장에서도 이와 같은 시세를 감안해 주식이나 펀드, 다른 예적금을 통해 자산을 불리는 대신 자기 자본을 부동산에 투자하기로 결정한 것이기 때문에 임차인의 월세 미납은 투자 수익률에 큰 걸림돌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서울뿐만 아니라 서울보다 임대료가 비교적 저렴한 수도권 지역에서도 이와 같은 상황을 겪는 임대인이 많아지면서 상가시장 공실률에 반영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부동산통계뷰어 상업용부동산 임대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집합상가 공실률은 전분기(5.0%)보다 상승한 5.4%로 집계됐다.

신도시 중에서는 경기도 남양주 다산신도시가 높은 상황인데, 해당 지역 집합상가 공실률은 지난해 3분기 14.4%에서 4분기 19.3%로 급등했다. 의정부 민락지구도 5.4%에서 7.1%로 1% 이상 올랐고, 파주 운정신도시(3.0%→3.6%), 미사지구(7.6%→8.1%), 분당역세권 (1.3%→1.7%) 등도 모두 증가세를 보였다. 특히 분당역세권은 전년 동기(0.5%)와 비교하면 3배 가까이 공실률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부동산 상가시장에서는 선임대 후분양 방식의 상가 투자에 관심을 갖는 투자자들이 증가하고 있다. 이미 확실한 임대가 결정된 매물에 투자하면 리스크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선임대 후분양 방식이란 상가 준공 전후를 기점으로 임대차를 원하는 개인 또는 업체로부터 상가 임대차 계약 또는 입점 희망서를 받고 이후 해당 임대 조건을 바탕으로 수분양자를 모집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 방식은 미리 임대인이 임차인을 구하는 번거로움이 없고 분양 직후 곧바로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상가 투자자들에게 관심받고 있다.

다만 이와 같은 방식에도 리스크가 따른다. 분양업자가 선임대를 조건으로 높은 분양가를 요구할 경우, 또 주변 시세와 상관없이 낮은 수익률, 심지어 선임대를 원하는 의향자가 없음에도 가상의 인물을 내세워 계약 후 모르쇠로 일관하는 경우 등이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상가 임대차는 일반 빌라나 아파트, 오피스텔 임대차보다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후분양 방식이 눈길을 끌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간혹 사기성이 짙은 부동산 분양업체에서 임대의향서만 제출한 것만 가지고도 임대차 계약을 체결할 수 있기 때문에 상가 투자자 입장에서는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임차인 입장에서도 주변 시세와 해당 입지, 업종 등을 고려해 수익률 계산을 철저하게 한 후 영업을 해야한다"며 "무턱대고 입점하게 되면 손해에 더해서 법적 분쟁까지 연결되는 경우도 부지기수 때문에 늘 유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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