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금융위원회)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요즘 ‘디지털 폐지 줍기’가 유행이다. 길거리에서 폐지를 주워다 파는 것처럼 앱 상에서 간단한 행위로 소소하게 돈을 모을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이런 별명이 붙었다.
방법은 간단하다. 사람이 많이 모인 곳에 가서 앱을 켜고 터치만 하면 된다. 한 번 터치할 때 마다 10원씩, 잠깐 동안에 몇백원이 금방 쌓인다. 또 하루에 5000보, 1만보씩 걸으면 또 몇 백원이 들어온다.
그렇게 한 달을 열심히 하면 1만~2만원 쯤 돈이 모인다. 절대로 적은 돈이 아니다. 점심시간 서울시립미술관, 광화문광장 등 사람이 많이 모인 곳에 스마트폰을 들여다 보며 열심히 터치하는 이가 있다면 십중팔구는 ‘폐지’ 줍는 중일 것이다.
특히 디지털 폐지 줍기는 체험과 자기만족을 중시하는 청년 세대의 특징과도 연결된다. 큰 보상은 아니더라도 작은 보상과 자기만족이 있다면 도전하고 즐기는 성향이 경기 불황과 만나면서 일종의 문화 현상이 됐다.
이런 와중에 정부에서는 청년들에게 월 70만원씩 5년 동안 저축해 5000만원의 자산을 형성할 것을 권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주요 국정과제인 ‘청년도약계좌’ 이야기다.
취지는 ‘젊은 세대에 자산형성의 기회를 주자’는 것이다. “최근 국제적으로도 코로나19 이후의 사회경제적 변화가 청년들의 교육중단, 구직 어려움, 주거마련 지연 등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청년의 경제적 자립을 지원할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라는 나름의 추진 배경도 덧붙여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라가 국민들에게 저축을 독려하는 이런 방식은 다소 ‘구시대적인 발상’처럼 보인다. 마치 70~80년대 온국민이 10원씩 저금해 나라빚을 갚자며 저축을 장려했던 그때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실제로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청년도약계좌를 보면 과거 재형저축이 연상된다”며 “좀 올드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근로자재산형성저축 일명 재형저축은 근로자의 재산 형성을 지원하기 위해 고금리에 비과세 혜택을 더한 저축 상품이었다. 1976년부터 1995년까지 운영됐다가 재원 고갈로 판매가 중단됐다. 그러다가 7~10년 만기 상품으로 2013년 잠시 부활했다가 2년 만에 폐지되기도 했다.
요즘 시중은행의 일반 적금상품의 만기는 통상 1~2년이다. 최근에는 이마저도 길다며 6개월, 1개월 만기 초단기 적금까지 나오고 있다. 만기가 짧아 비록 손에 쥘 수 있는 돈은 적지만 대신 만기 달성의 성취감도 그만큼 빨리 찾아온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5년 만기의 청년도약저축은 도무지 요즘 저축 트렌드와는 맞지 않다. 청년들은 청년도약저축에서 어떤 도전이나 즐거움도 찾을 없을 것이다.
지난해 비슷한 성격으로 출시된 ‘청년희망적금’도 마찬가지다. 매월 50만원씩 2년 간 유지해야 하는 청년의망적금 가입자들 사이에서는 ‘청년절망적금’이라는 말이 공공연히 나돈다. 매달 통장에서 50만원씩 빠져나가다 보니 희망은 사라지고 절망만 커진다고.
청년의 가난은 정부가 세금을 들이고 은행 목을 비틀어 저축상품을 만들어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매달 70만원이라는 큰 돈을 5년간 묶어 둘 일이 아니라 청년들이 그 돈을 자유롭게 소비하고 투자할 수 있도록 금융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정부 정책의 올바른 역할이 아닐까.
금융증권부 윤성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