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사망·화재 흉흉한 한국타이어..조현범 회장의 문제는 '반복'

이정화 기자 승인 2023.05.29 06:06 의견 0
산업부 이정화 기자

[한국정경신문=이정화 기자] 국내 부동의 1위 타이어사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서는 뒷걸음질 치고 있다. 반복되는 오너 리스크와 열악한 작업환경으로 소비자들의 호감도도 떨어지고 있다. 모두 한국타이어 얘기다.

문제는 잘못을 바로잡지 못하고 반복한다는 점이다. 지난 2007년부터 현재까지 대전공장에서 숨진 노동자 수는 알려진 것만 190여명에 달한다. 2020년에는 사업장 안전보건 위반 등 699건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과태료 3억9000만원을 부과받았다. 올해 3월에는 21만개의 타이어를 태우는 큰 불이 났다. 같은 시기 금산공장도 소방관계법령 3건 위반으로 과태료 550만원을 물었다.

주요 생산공장들이 다양한 문제로 진통을 겪고 있지만 이 모든 사태 해결에 앞장서야 할 오너가 현장에 없다.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과 한국타이어 회장은 횡령·비리 혐의로 구속 기소돼 심판대에 서 있다.

조 회장의 검찰 수사도 반복된 일이다. 그는 대표 지위에 있던 2019년에도 협력업체로부터 뒷돈을 받고 거액의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 등으로 구속된 바 있다. 1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한국타이어 대표이사직에서 사임했다. 항소심을 마친 후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이후 3년 4개월 만에 계열사 부당지원과 배임·횡령 혐의로 또 구속됐다. 상황이 이렇자 시민사회단체도 조 회장이 모든 계열사 이사직에서 물러날 것을 주문하고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지난 3월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게 된 조 회장은 이사로서 정상적인 업무수행이 불가능한 바 즉각 모든 계열사 이사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혹평했다.

전국금속노조와 민생경제위원회, 민주노총 등 노동시민단체는 "ESG를 표방하며 업계 최초로 컴플라이언스경영 시스템 인증을 따냈다는 기업이 총수의 비위 행위 앞에선 무력하다"고 지적했다.

오너의 부재는 노동자들의 불안함을 키운 데다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을 입히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데이터앤리서치에 따르면 올 1분기 기준 한국타이어를 보는 소비자들의 긍정률은 42.93%로 1년 전보다 30%포인트 떨어졌다. 반면 부정률은 20%포인트 이상 뛰었다.

또 한국 ESG기준원은 이 기간 한국타이어의 통합 등급을 B+(양호)에서 B(보통)로 강등했다. 특히 환경분야는 B+에서 B로 낮췄다. 지배구조 등급은 B에서 C(취약)으로 떨어져 업계 최하위를 기록했다. 화재와 구속 리스크 탓이다.

법정을 드나드는 '회장님'을 바라보는 직원들도 애 타는 건 마찬가지일 터다. 당장 대전공장 화재로 주변 농가와 주거지가 피해를 입고 있어 이전 대책이 거론되지만 최고 결정자인 총수는 자리를 비웠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장은 "오너는 미래 비전에 대한 투자 결정이나 전문경영인 등과 같은 중요 임원에 대한 인사 단행 및 외국 주요 CEO들과 인맥 교류 등을 통해 사업확대를 하는 것이 주요 역할"이라며 "오너 부재시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는 다소 미뤄지는 경향이 높아지고 전문경영인 중심으로 경영을 하더라도 전문경영인은 주요 결정에 대해 결단을 내리기가 쉽지만은 않다"고 설명했다.

흔히 법적 리스크를 안은 오너들은 법정에서 자진 사임 카드를 사용한다. 반성하는 태도를 보여 양형을 유리하게 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재판이 끝나면 머지않아 복귀하는 것도 하나의 패턴이다.

조 회장은 과오를 반복하고 있는 것에 대해 스스로를 돌아보는 일이 우선으로 보인다. 시장과 노동자, 그리고 수많은 소비자들이 그의 행동을 지켜볼 거란 한 취재원의 이야기가 귓가에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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