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클리닉] ‘편평사마귀’, 꼭 치료해야만 하는가

편집국 승인 2023.02.22 09:00 의견 0
22일 화접몽한의원 노원점 나건호 원장은 “활동성 편평사마귀는 반드시 치료해야 하는 피부질환이고, 비활동성 편평사마귀는 내가 이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거나 거슬리는 상황에서 피부가 더 깨끗해지기 위해 시도하는 미용시술”이라고 설명한다. [자료=한국정경신문]

[화접몽한의원 노원점=나건호 원장]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편평사마귀’는 상당히 생소한 개념의 질환이었다. 물론, 지금도 ‘편평사마귀’를 자연에서 서식하는 동물(사마귀)의 한 종류로 생각하거나, ‘평편사마귀’ 또는 ‘평판사마귀’로 잘못 부르는 사람들도 많은 걸 보면 여전히 많이 알려진 질환이 아니다.

하지만 얼굴에 뭔가가 오돌토돌하게 올라와서 여드름이겠거니 하고 짜도 제대로 짜지지도 않아서 인터넷을 뒤져보다가 편평사마귀를 인지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피부과 또는 에스테틱 샵에서 피부관리를 받다가 인지하는 경우도 흔해서 확실히 예전보다는 ‘편평사마귀 치료’ 또는 ‘편평사마귀 제거’를 위해 한의원을 내원하는 경우가 늘어났다.

최근 피부과의 진료영역은 크게 2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하나는 ‘피부미용’을 위한 진료이고, 또 다른 하나는 ‘피부질환’을 고치기 위한 진료이다. 주변에서 흔히들 하는 보톡스/필러/리프팅/안면성형 등은 피부미용에 해당하고, 모낭염/지루피부염/아토피/건선/습진/사마귀 등은 피부질환에 해당한다. ‘편평사마귀’는 사실 두 가지 속성을 다 가지고 있다. 피부미용이기도 하면서 피부질환의 속성을 다 갖고 있는데 그것은 편평사마귀의 형태에 따른 각기 다른 치료법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러하다.

편평사마귀는 사람유두종바이러스(Human Papilloma Virus, HPV)에 감염된 피부나 점막 조직에 발생하는 일종의 양성 종양을 말하는데, 바이러스 질환이다 보니 우리 몸의 면역체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고 사마귀 바이러스의 활성에 따라서 나타나는 양상이 다르다. 임상적으로는 ‘활동성 편평사마귀’와 ‘비활동성 편평사마귀’로 분류하는 게 의미가 있는데, 두 가지 형태에 따라서 치료방법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활동성 편평사마귀’는 HPV 활성(viral activity)이 증가한 상태를 말하는 것으로, 마치 모기 물리거나 물집 잡힌 듯한 모양의 구진(발진)이 붉게 올라와서 상당히 가렵고 비교적 단시간에 확 퍼지는 특징이 있다.

이러한 증상은 잠복된 HPV가 면역력이 통제하는 수준을 넘어설 때 발현되는데, 예를 들면 며칠 밤을 샜다든지 몇 개월 간 피로가 누적됐다든지 스트레스를 급격히 많이 받았다든지 임신/출산 등 신체 컨디션의 변화가 생기는 상황 등에서 바이러스의 표현 양상이 급성, 돌발성, 급격한 변동성의 특징을 가지고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활동성 편평사마귀’는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치면 향후 예후가 아주 불량하므로 반드시 제 때 적절한 치료가 이뤄져야한다는 점에서 피부질환으로서 접근해야한다.

HPV 활성이 증가한 상태에서는 어떠한 수단이든지 단순 제거는 의미가 없고 해서도 안 된다. 제거해도 편평사마귀의 뿌리가 뽑히지 않아(이건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사마귀 바이러스에 감염된 표피 기저세포층으로의 혈류 순환을 완전 차단할 수 없다는 의미이다) 금방 재발하기에 의미가 없다는 것이고, 억지로 제거하면 오히려 피부 상처로 인한 흉터가 남을 수 있다는 점에서 제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가장 적절한 치료는 항바이러스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한약재들의 조합인 면역한약을 투약하는 것이다. 드라마틱하게 편평사마귀가 깨끗이 없어지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활동성 편평사마귀의 양상이 보인다면, ‘편평사마귀를 꼭 치료해야 하는’ 경우라고 볼 수 있다.

반면에, ‘비활동성 편평사마귀’는 수 개월 또는 수 년 이상의 장기간 하나씩 누적 증가될 정도로 발생 속도가 더디며, 모양도 작은 점이나 기미, 잡티로 오인할 정도의 크기(대개 1~3mm 이하)이며, 색깔도 붉지 않고 연한 갈색이나 암갈색을 띈다. HPV가 면역력의 적절한 통제 수준 하에서 컨트롤 되는 상황으로 볼 수 있는데, 바이러스의 표현양상이 만성, 지속성, 완만한 변동성의 특징을 가지고 나타난다는 점에서 ‘활동성 편평사마귀’와 대조적이다.

이 경우엔 치료를 해야하느냐 아니냐의 판단은 철저히 개인적이다. 왜냐하면, 치료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당장 생활에 큰 불편함을 주지 않으며 바이러스의 활성이 높지 않아 다른 사람에게 전염될 확률도 낮기 때문이다.

개수가 많거나 안검 주변부/관자놀이/광대뼈 주변부 등 눈에 띄는 부위에 두드러지게 올라왔다면 미용상의 목적으로 제거하는 것이고, 비록 개수가 많지 않더라도 내가 거슬리면 제거하는 식으로 철저히 가치 판단의 문제이기 때문에 ‘피부미용’의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는 것이다.

‘거우침’이라는 전통 한방침 시술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사마귀 제거술은 ‘비활동성 편평사마귀’ 치료에 적합한 치료방법이며, 시술이 간편하고 통증이 거의 없다. 약 1~2주 정도의 짧은 회복기간과 흉터나 색소가 남지 않는다는 장점 때문에 한방 미용시술로서 널리 활용되는 치료방법이다.

화접몽한의원 노원점 나건호 원장은 “활동성 편평사마귀는 반드시 치료해야 하는 피부질환이고, 비활동성 편평사마귀는 내가 이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거나 거슬리는 상황에서 피부가 더 깨끗해지기 위해 시도하는 미용시술”이라며, “치료하는 의사와 환자가 이런 개념을 공유하고 있다면 실제 의료현장에서 양자간의 의료정보에 대한 인식의 차이를 줄이고 이를 바탕으로 상호 인정하는 합리적인 치료비용의 설정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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