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의 미래’ 바통 이어받은 진옥동 차기 회장 내정자..'고객 신뢰 회복' 특명

조용병 현 회장, 사모펀드 사태 책임지고 자진 사퇴 결정
사모펀드 사태로 고객 신뢰 타격..리딩금융 경쟁서도 발목
회장 교체 계기로 내부통제·소비자보호 강화 조치 전망
진옥동 내정자 “시대 요구에 따라 내부통제·소비자보호 중점”

윤성균 기자 승인 2022.12.09 10:36 | 최종 수정 2022.12.10 20:45 의견 0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차기 회장 내정자 [자료=신한은행]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내년 신한금융그룹의 지휘봉을 잡는다. 조용병 현 회장이 용퇴를 결정한 요인 중 하나로 사모펀드 사태가 지목되면서 고객 신뢰 회복을 위한 진 내정자의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전날 회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회추위)와 이사회를 열고 진옥동 행장을 차기 대표이사 회장 후보로 선정했다.

당초 조용병 현 회장이 임기 마지막해 신한금융을 리딩금융에 안착시키면서 재연임에 무난하게 성공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지만 모두의 예상을 깨고 진 행장이 차기 회장에 낙점됐다.

갑작스런 세대교체는 조 회장이 이날 용퇴를 결정하면서 이뤄졌다. 조 회장은 회추위 면접 과정에서 후보자 투표 명단에서 자신의 이름을 빼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회장의 이번 자진 사퇴 배경으로 사모펀드 사태가 구체적으로 언급됐다. 조 회장은 자진 사퇴 이후 기자들과 만나 “사모펀드 사태로 직원들 징계도 많이 받고 회사도 나갔다”며 “나도 제재심에서 주의를 받았지만 사모펀드와 관련해 총괄적으로 책임을 지고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신한금융 계열사들은 지난 2019년 발생한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중단 사태로 금융감독원의 제재를 받은 바 있다. 신한은행과 신한투자증권(옛 신한금융투자)은 라임펀드의 최대 판매사였다. 조 회장 자신도 내부통제 부실 등을 이유로 ‘주의’ 처분을 받았다.

라임펀드 사태는 KB금융그룹과의 리딩금융 경쟁에도 영향을 미쳤다. 2018년부터 2년 연속 리딩금융 자리를 지켰던 신한금융은 2020년과 2021년 KB금융에 1위 자리를 내줬다. 신한투자증권과 신한은행에서 라임펀드 사태 관련 대규모 손실을 반영한 점이 실적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라임펀드 사태는 금융당국의 제재와 분쟁조정 절차를 거치면서 어느정도 일단락됐지만 신한금융이 풀어야 할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차기 회장 최종 후보자를 뽑는 이날도 독일 헤리티지펀드 투자자들과 시민단체들이 신한금융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주 차원에서 투자 원금 전액 반환 결정을 내릴 것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조 회장이 내년 3월까지 임기를 남겨둔 만큼 진 내정자의 짐을 덜어주기 위해 독일 헤리티지펀드 등 나머지 사모펀드 사태를 어느정도 매듭지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진 내정자도 사모펀드 사태에서 자유롭지는 않다. 진 내정자는 라임CI펀드 불완전판매와 내부 통제 규정 위반으로 ‘주의적 경고’를 받은 바 있다.

이를 의식한 듯 진 내정자는 차기 회장에 내정된 직후 “믿고 거래해주신 고객들에게 많은 상처를 줘 가슴이 아프다”면서 “신뢰 회복이 최우선 과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진 내정자는 사모펀드 사태 이후 고객가치 확보와 소비자보호를 위해 핵심성과지표(KPI) 개편했다. 소비자 보호 관련 배점을 상향하고 상품판매 과정에서 준수해야할 기준을 엄격하게 제시했다. 경영기획·소비자보호그룹 밑에 있던 소비자보호본부를 별도로 떼어내 ‘소비자보호그룹’으로 격상하는 조직 개편도 단행했다.

조 회장이 사모펀드 사태를 책임지고 물러나는 만큼 조 내정자는 향후 그룹의 소비자보호와 내부통제 체제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진 내정자는 “지속가능한 경영에서 중요한 것은 재무적 이익의 크기보다는 이 사회에 꼭 필요한 존재 이유라고 생각한다”며 “시대가 요구하는 내부통제, 소비자 보호 등에 중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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