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변동휘 기자] 엔씨소프트가 최대 위기를 넘기고 반등의 깃발을 올린다. 독립 스튜디오 체제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만큼 본업에서 성과 창출에 집중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사명 변경 등 전열 정비에도 나섰다. 일차적으로는 ‘아이온2’의 성과가 회사의 향방을 결정할 전망이다. 장기적으로는 포트폴리오 다변화 전략의 성공이 관건이다.
엔씨소프트가 사명 변경을 추진한다. (사진=엔씨소프트)
27일 업계에 따르면 엔씨소프트는 1997년 창사 이후 처음으로 사명 변경을 추진한다.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정식 안건으로 상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사명 변경 절차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새로운 사명은 ‘엔씨’가 유력하다. 브랜드 통일성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이미 주요 권역 지사와 야구단 등에서는 이를 활용하고 있기도 하다. 해외 시장에서의 낮은 인지도를 극복하고 친숙한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큰 고비를 넘긴 만큼 혁신에 대한 의지를 담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지난해부터 허리띠를 졸라매고 구조 개편을 이어오고 있다는 점에서다.
실제로 회사는 지난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본사 인원을 3000명대 중반까지 줄이는 것이 목표였다. 그 일환으로 주요 신작 개발부서와 AI 연구조직을 분사했다. 빠르고 효율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세우기 위함이다.
일정 부분 성과도 있었다. 자회사 엔씨 AI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사업자로 선정된 것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독립 스튜디오 체제의 정착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는다.
업계 관계자 A씨는 “본사와 별개로 독립적으로 목표를 세우고 실행하는 구조를 세웠기에 이러한 성과를 만들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독립 스튜디오 체제의 장점을 잘 보여준 사례”라고 평가했다.
회사의 다음 과제는 본업인 게임에서 성과를 내는 것이다. 앞서 박병무 공동대표는 지난 5월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회사의 재무 개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레거시 IP(지식재산권)만으로 영업이익을 내는 구조 위에 신작의 성공을 얹어 성장세를 이끌겠다는 내용이다.
핵심 타이틀은 다음 달 출시를 앞둔 ‘아이온2’다. 시장에서는 이 게임의 성패에 따라 회사의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회사의 변화를 보여줄 첫 타이틀이라는 점에서다.
실제로 엔씨는 지난 6월 FGT에서 개선된 BM 등을 선보여 호평을 얻은 바 있다. 페이투윈 기반의 과금 체계를 벗어나 스킨과 배틀패스 중심으로 상품들을 구성한 것이다. 이용자들의 불신을 야기했던 ‘리니지라이크’ 꼬리표를 떼고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긴 시각에서 보면 포트폴리오 다양화의 성공 여부도 중요하다. 회사는 슈팅·서브컬처·캐주얼 등에 걸쳐 장르 클러스터 전략을 수립한 상태다. 그간 주력으로 삼아온 MMORPG 외에도 다양한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정의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지스타 2025에서 ▲리밋 제로 브레이커스 ▲타임 테이커즈 ▲신더시티 등 내년 신작 라인업도 가시화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아이온2’ 초기 흥행에 성공할 경우 내년도 신작에 대한 기대감 또한 갖출 수 있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 B씨는 “게임 측면에서는 리니지라이크를 탈피해 글로벌향을 추구하고 있고 기술적으로도 AI에 힘을 크게 싣는 등 혁신을 추구하는 모습”이라며 “이른바 ‘엔씨 2.0’을 가시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이러한 혁신 시도가 성공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전했다.